김수연의 아기발달클리닉 - 집에서 하는 아기발달검사
김수연 지음 / 빈센트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김수연의 아기발달클리닉.  이 책은 4쇄를 찍은 책이다. (출간연도는 98년이다.)  내가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아기발달'이라는 키워드 검색을 통해서였다.  그리고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집에서 하는 아기발달검사'라는 문구를 표지에서 보아서다.  '집에서도 아기 발달 검사를 할 수 있나?  어떤 검사일까?' 하는 호기심에 냉큼 주문해 읽은 책이다.   

  나는 이제 5개월이 되어가는 여자 아이를 둔 엄마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 가는 아이를 보면 참 흐뭇하다.  나날이 발달해 가는 모습을 보는 일도 즐거움이다.  나 역시 여느 엄마들처럼 '우리 아이가 잘 발달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이 책을 읽은 이유 역시 이 때문이다. 

  이 책을 사두고 책상 위에 얹어두고 읽을 차례를 기다리다 최근에야 읽게 되었는데 그 이유가 4개월이 좀 지난 딸이 자꾸 서려고 하고 손을 잡아주면 자신의 다리 힘으로 서거나 벽에 기대 놓으면 아주 짧은 시간을 서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빨리 서도 되나?' 싶은 마음 반 '우리 아이 발달이 빠른가 보다.  왠지 흐뭇한걸?' 하는 마음 반이었다.  마침 이 책이 눈에 띄었고 우리 아이의 발달이 어떠한지 싶어 읽게 되었다. 

  이 책에서 느낀 것은 세 가지다.  하나는 '이제부터는 아이를 자주 엎드려 키워야겠구나' 하는 깨달음이고 둘째는 '보행기는 절대 태우지 말자'라는 것이고 셋째는 '발달 과정에 맞게 잘 자라고 있구나' 하는 안도감이다.  사실 딸은 '발달이 빠르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운동발달뿐 아니라 인지발달면에서도 그런 것 같았다.  (모든 엄마들이 자기 자식이 천재인 줄 안다지?  고로 나의 짐작은 착각이었을는지도 모른다는.  훗.)   

  나는 아이가 빨리 서고 빨리 걸으면 무조건 좋은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이 책을 보고 알았다.  간혹 우리 아이처럼 뒤집고 앉고 기는 과정이 없이 서서 걷는 아이들이 있는데 '기기'가 운동 발달에 있어 큰 구실을 하므로 가급적 아이가 충분히 길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것을 알고부터는 장난으로라도 아이를 세우는 일은 관두었다.  그저 발달의 끝은 스스로 서고 걷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것을 완성하기까지의 과정 역시 아이의 발달에 중요하다는 이제야 사실을 안 것이다.  이것을 몰랐다면 '우리 아이 빠른가 봐. 오호호' 하며 좋다고 아이가 서려는 것을 도와주었을 것이다.  결국 아이가 바르게 발달하지 못하도록 도울 뻔했다. 

  그리고 이 책은 아주 여러 번 '아기를 엎어 키워라'고 강조하고 있다.  다 읽고 나서 남는 게 '아이는 엎어 키우랬지?' 가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강조하고 있었다.  나 역시 간혹 엎어두는 것은 발달을 도모한다는 일은 알았다.  그런데 저자는 신생아시기부터 깨어 있을 때는 '엎어 키워라' 고 하고 있었다.  그래야 각 신체가 잘 발달한단다.  나 역시 간혹 엎어두기는 했으나 아이가 힘들어하는 것으로 보이면 얼른 바로 눕혀주기 일쑤였다.  그런데 어릴 때부터 엎어 키우는 아이는 자신의 신체를 좀 더 잘 조절하고 바르게 발달한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는 될 수 있으면 엎어 놓고 있다.     

  또 '보행기'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및 육아 전문가들이 지양하는 육아용품이라는 사실은 원래 알고 있었다.  나 역시 웬만한 육아용품은 갖고 있지만 이 보행기만은 절대 사지도 얻지도 않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의 이런 생각과 결심을 저자가 완벽하게 지지해 주었다.  나는 보행기를 주지 않을 이유가 이토록 구체적이지는 않았다.  단지 '보행기가 허리를 잘 세워 걷지 못하는 아이에게 독이 된다'는 것을 알았을 뿐이다.  그런데 이 책은 보행기가 어째서 좋지 않은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었다.  도리어 바른 보행을 못하도록 하는 것이 보행기라는 사실도 새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보행기를 꼭 사용해야 한다면 20분을 넘지 말아야 한다고 한다.  근래 들어서는 보행기와 비슷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는 쏘서, 점퍼루 등이 있다.  그런데 나는 보행기가 잘 서서 걷지 못하는 아이에게 해가 되는 것이 걷기를 유도하기 때문인 것인지 서는 행위를 하게 만들기 때문인지 잘 모르겠다.  걷기를 유도하기 때문에 해가 된다면 쏘서와 점퍼루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고 서도록 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라면 쏘서나 점퍼루 역시 보행기만큼이나 필요치 않은 육아용품이 되는 것이다.  나는 최근 언니에게 점퍼루를 얻었다.  일단은 점퍼루 역시 보행기처럼 필요악인지 잘 모르겠다.  정확한 답을 찾기 전까지는 가급적 태우지 않을 것이다.  (이것 역시 6개월 이후에 사용하는 것이 좋단다.)    

  이 책에는 '집에서 하는 아기 발달 검사'에 관한 내용이 실려 있는데 우리 딸은 발달 과업을 잘 이루어 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이 아기의 가슴 앞에 물건을 손으로 잡으려는 시도가 평균 4개월 보름 즈음까지는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딸의 가슴 앞에서 아무리 딸랑이를 흔들어도 보기만 할 뿐 잡으려 하지는 않는 것이었다.  만약 하나라도 개월별 발달 과업을 행하지 못할시는 보름 뒤에 다시 시도해보고 그래도 하지 못할 경우는 발달지연 검사를 받으라고 되어 있었다.  갑자기 애가 탔다.  '어머?  우리 애는 지금 4개월 보름 즈음인데 왜 잡으려 하질 않지?'  그때부터 계속 딸랑이를 흔들어 보았다.  역시나 잡으려 하지 않았다.  너무 걱정이 됐다.  이것을 제외하고는 6개월 아기가 보인다는 신체 운동도 몇 가지는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웬 걸?  휴.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딸아이가 바운서에 달린 공을 향해 손을 뻗고 그것을 만지고 있었다.  그 순간 얼마나 반갑던지.  그런데 그 이후로 가만히 보니 우리 애는 자기가 잡고 싶어하는 물건들은 잡으려 시도하고 잘 잡기도 했다.  나의 조급증은 아이에게 '우리 엄마 오늘 왜 이렇게 흔들어 대나?' 싶을 정도로 딸랑이를 흔들었고 내 아이는 단지 그것을 잡고 싶지 않아서 잡지 않은 것이었다.  스스로 잡으려 하고 잡는 것을 보고 여러 차례 조용히 관찰해보니 물건을 향해 손을 잘 뻗고 잘 잡았다.  흠.  이 대목에서 뭐가 떠오르는가?  맞다.  엄마는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인내하고 참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이가 무언가를 해낼때가 될때까지 차분하게 기다려 줄 줄 알아야 한다.  성급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물론 발달 지연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라면 기민하게 반응하고 적절한 검사와 치료가 필요함은 분명하다.)  그러나 나는 이 '평균', '대부분' 이라는 잣대로 아이를 저울질하고 조급해했던 것이다.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길 일이다.  육아에 있어 조급함은 절대 화가 된다는 사실을. 

  어찌되었건 이 책은 아이의 발달이 바르게 진행되고 있는지 그렇게 할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에 대해 소개 되어 있고 발달 지연이 있는 경우를 체크해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유익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책에서 말하는 발달의 시기와 과정도 중요하겠지만 아이에 따라 좀 더 늦거나 좀 더 빠를 수 있음을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다.  좀 빠르다고 기분 좋아할 일도 아니고 좀 느리다고 속상해 할 일도 아니다.  그런 것을 생각하기 보다는 아이의 발달을 잘 지켜봐주고 발달을 도모할 수 있는 놀이와 운동을 해주면 되는 것이다.  이제 발달 이라는 단어를 놓고 '빠르다', '느리다'의 의미는 결부하지 않아야 겠다.  이 책을 참고로 제 시기에 있어야 할 발달 과업들을 하나하나 잘 이루어 가도록 지혜롭게 놀아주어야 겠다.  내게 큰 걸 깨닫게 해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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