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서울 산책 - 오세훈의 마지막 서울 연가!
오세훈 지음, 주명규 사진, 홍시야 그림 / 미디어윌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전 오세훈 시장의 서울 안내서다.  이 책이 출간되기 바로 직전 갑작스레(?) 사임하게 되어 출판사에서도 경황이 없었을 것 같다.  오세훈 시장의 '디자인 서울' 은 서울시의 큰 프로젝트였다. 나는 그가 만들려고 하는 서울은 어떤 곳인지, 어떻게 도시를 디자인하고 싶어하는지 궁금해서 이 책을 읽게 됐다.  뭐 어디까지나 나는 서평을 쓸 작정이니 그의 시장직에 대해서는 더 이상은 함구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서울에 이렇게 좋은 곳이 많았었나?  서울시민이 아니다 보니 지금은 볼 일이 있을때나 서울에 나가게 된다.  지금의 남편과 데이트를 할 때 종종 서울에서 만났어고 더 오래전 초, 중학교 시절에는 돈암동 일대에서 놀았었다(?).  그런데 여지껏 이런 곳들이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남편이랑 여기 가보자고 해야지' 하는 것이었다.  너무나도 가보고 싶은 곳이 많았다.  내가 서울시민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곳들이 있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었나?  

  이 책은 전통, 창작, 남산, 문화, 공원, 둘레길, 한강, 역사, 골목길, 생태, 캠핑, 자전거라는 테마로 서울의 명소와 숨은 곳 44곳을 소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금천예술공장, 연희문학창작촌, 홍은예술창작센터, 신당창작아케이드 그리고 캠핑장에 꼭 한 번 가보고 싶다.  금천예술공장과 신당창작아케이드 소개글을 보니 뉴욕의 P.S.1을 보는 듯 했다.  (물론 뉴욕의 P.S.1을 가 본 일은 없는데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인 곳이었기에 그곳의 느낌을 잘 기억하고 있다.)  꼭 한 곳씩 방문해 보련다.   

  그리고 서울 시내에 캠핑장이 있다니 그 곳 역시 꼭 가보고 싶다.  어린시절 가족들과 텐트를 치고 야영을 했던 기억이 너무나도 생생하고 지금 생각하면 그 어린시절이 참 행복했던 것 같다.  내 아이가 어서 커서 캠핑을 갔으면 하는데 서울 시내에 캠핑장이 있는 줄 몰랐다.  꼭 가보 싶은 곳이다. 

  이 책을 보니 여행이라 하면 너무 해외여행만 떠올렸던 게 아닌가 반성이 되었다.  버스로 40분 남짓이면 서울에 갈 수 있고 이 좋은 곳들에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데 말이다.  이 책에 소개된 곳들은 모두 사진들이 있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런데 이 책의 모든 사진들을 오세훈 전 시장이 직접 찍은 것인지.  (그가 카메라를 들고 다니고 사진을 직접 찍는 모습의 사진도 많이 담겨있다.  이것은 제 삼자가 찍었겠지만)  그가 직접 찍은 것이라면 사진을 참 잘 찍는 것 같다.  그런데 직접 찍은 사진들만 수록했다면 '글, 사진 오세훈' 이라고 명시하지 않았을까?  그런 것이 없는 걸 보니 사진사가 찍은 모양이다.  그래도 사진사 이름 정도는 명시해주지.  사진을 누가 찍었건 간에 참 멋진 곳들이 서울에 많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앞서 그의 시장직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기로 했는데 딱 한마디만 하자면, 나는 디자인과 복지를 두고 어느 것이 우선이라고 말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쉬운 예를 들자면 국제 구호 운동가들을 보면 간혹 '우리나라에도 못 먹고 사는 사람이 천진데 뭘 외국을 도와줘?' 하는 사람들을 본다.  '복지가 디자인보다 먼저다' 라는 것은 이와 비슷한 경우인 것 같다.  복지도 중요하고 디자인도 중요하고, 국내 구제도 중요하고 해외 구제도 중요한 것이다.  다시 말해, 복지 대신 미관에 신경을 쓴다고 해서 그게 헛 짓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싶다.  물론 균형있는 예산 집행은 반드시 따라야 겠지만 말이다.  미국의 센트럴파크를 만들 때도 지역사회에서 반대가 아주 컸다고 한다.  빌딩을 지으면 몇 챈데.... 등등.  그러나 지금은 많은 시민들의 쉼터가 되어주고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되어 있다.  지금은 센트럴 파크를 없애고 거기다 빌딩을 놓겠다고 한다면 많은 이들이 극구 반대하지 않을까?  (이 단락은 오세훈 시장의 '디자인 서울'을 지지하는 것도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좀 더 유연한 사고와 태도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이 약간은 그의 시정 홍보를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두 편의 추천글은 없는 것이 나았다.  그 두 편의 글은 이 책의 그러한 의도를 더욱 짙게 한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책 속 사진에 저자가 너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이 역시 이 책의 진정성과 의도에 약간의 의심이 든다.  그러나 이런 시선을 버리고 본다면 훌륭한 서울 안내서다. 

  우리나라에도 좋은 곳이 참 많다.  이제는 가까운 서울 나들이부터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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