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를 위한 사랑의 기술 - 감정 코치
존 가트맨 지음, 남은영 감수 / 한국경제신문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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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아이를 위한 사랑의 기술' 이라....  이 책의 독자들은 대개 자녀를 가진 부모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자녀도 없을뿐더러 아직 미혼이다.  그런 내가 이 책을 선택한데는 이유가 있다.  내 배로 낳은 자식은 없지만 나에게는 마음으로 낳은 자식 32명의 아들, 딸들이 있다. ^^  (참고로, 나는 유치원 교사다.)  이런 무수히 많은 내 아이들을 위한 사랑의 기술이라....  나는 아직 어떤 아이의 엄마도 아니지만 분명 나를  위한 책이기도 했다.  그 사랑의 기술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일지 급한 마음에 책장을 넘겼다. 

  나는 유아교육을 전공했고 올해로 8년째 유치원 교사로 생활하면서 바람직한 부모역할에 대해 지침서나 교육서적에 남다른 관심이 있어왔다.    

  그간의 부모교육서들은 도덕교과서 마냥 모두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 책이 부모로 하여금 실질적으로 어떤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힘은 거의 미미해보였다.  부모교육서를 읽고나서 '누가 몰라서 못하는거야?  그렇게 하기가 힘들다는거지' 라는 생각은 한 번쯤 해보았을 것이다.  그런 내게 이 책의 '기술(skill)' 이라는 단어는 솔깃했다.  아, 이 책은 적어도 단순히 부모로서의 자세와 마음가짐만을 일러주는 책은 아니리라는 막연한 기대감.

  감정코치?  이 책은 이 생소한 단어의 개념에서부터 실천 방법까지 단계별로 제시하고 있는데 요컨대, 자녀의 감정을 공감해주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표출하도록 도와주고 자녀 스스로 행동방향을 찾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말하는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나는 유아교육자다.  그러므로 누구 보다도 아이에게 적절한 교육적인 행동과 반응을 보일 줄 안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책을 펼치면서 실로 부끄러웠다는 고백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일곱살은 생각을 말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데 XX는 울기부터 하네요"
  "지금 선생님에게 화를 내는거예요?  누가 이런 못난 행동을 하래요?"
  "울면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안 주실꺼예요.  어서 뚝해요"
  얼마나 많은 숱한 순간의 아이들의 감정표현을 막아왔는지....  그 순간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 나의 32명의 천사들.  아니 지난 7년이라는 세월동안 무수히 많은 나의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에게 반성과 되돌아봄의 기회를 안겨준 이 책의 매력은 첫째, 허황되지 않고 구체적이다.  '부모는 아이들의 감정을 이해해주어야 합니다' 가 아니라 '아이의 감정을 이렇 식으로 이해해 주세요' 하고 구체적인 실례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둘째, 자녀양육 수기나 상담사례가 아니라 연구결과를 통해 입증된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존 가트맨 교사의 수년간에 걸친 연구의 결과이기에 좀 더 신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셋째, '감정코치'는 대상을 막론하고 적용할 수 있다.  이 책은 마치 부모교육서 같지만 반드시 부모에게만 읽혀져야 할 책은 아니다.  나의 친구에게, 직장동료에게, 가족에게, 애인에게 '감정코치' 법은 대상을 막론하고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나는 이 책의 '감정코치' 라는 단계별 가르침은 물론이거니와 아이들과 소통할 때에 '그들의 감정을 인정해주자' 단지, 이 한가지를 얻은 것 만으로 충분히 값졌다.  내일의 교실에서는 어제, 오늘과는 달랐던 나의 모습을 기대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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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
p. 54       45번 문항
45. 나는 슬픔을 다른 감정을 바꿀 수 있는 방법에 뭐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 45. 나는 슬픔을 다른 감정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에 뭐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탈자]
p. 129     4번째 줄
엄마 가기 싫다고?  그것 참 이상하네.  보통은 좋아했잖아.  뭐 안 좋은 일이 있니?  궁금하구나.
┗ 엄마 : 가기 싫다고?  그것 참 이상하네.  보통은 좋아했잖아.  뭐 안 좋은 일이 있니?  궁금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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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 전혜린 - 두리소설 2
정도상 / 두리미디어 / 199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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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여자 전혜린.  이 책은 전혜린을 만나는 또 다른 통로였다.  그녀 자신의 수필도 아니었고 타인의 평전도 아니었다.  소설이다.  그러나 완전한 픽션으로 볼 수도 없다.  이 책은 또 다른 평전이기도 하다.  기존의 평전들이 그녀와 그녀의 작품에 대해 다루고 있다면 이 소설은 단지 그녀의 내면세계를 유추하고 파악했다(혹은 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그러면서도 분명한 것은 소설이라는 점.  잊지 말아야 한다. 소설이라는 점. 

  필자, 정도상은 1960년생.  전혜린이 한참 생을 살아갈 당시에 필자는 태어나지도 않았거니와 그녀와 공존했던 기간은 불과 5년이다.  결국 이 소설은 이 소설은 오로지 그녀의 수필만을 통해 세워졌으리라.  필자는 고인이 된 전혜린 여사에게 누가 가지 않을까 조심했기 때문인지 글 속 전혜린을 주영채라는 가상의 인물로 풀어나가고 있다.

  이 소설은 '소설가 소설' 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다시 말해, 전혜린이 소설을 쓰고 그 소설속 내용이 주된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소설 속 전혜린은 자신의 소설 속에 주영채라는 인물을 등장시키지만 독자는 누구나 주영채=전혜린이며 주희=주혜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작가는 백창우, 쟌느, 강문철을 가상의 인물로 내세워 허구와 재미를 가미했지만 전혜린 그녀의 본질은 손상시키지 않고 가미하지 않으려 애쓴 내색이 역력했다.  주로 그녀의 수필을 인용하는 것으로 모든 대사를 풀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절절하게 느낀 점은 그녀는 행복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모든 사람들을 그녀의 지식과 인식의 열정을 추앙하지만 그녀 자신에게는 아버지로부터 만들어진 삶이었으며 한 남자의 아내로도 행복하지 못했던 것 같다.

  전혜린.  그녀는 철학과 문학에 대한 인식에의 욕망과 열정, 주혜와의 우정, 딸 정화를 향한 모정, 그리고 장 아제베도를 향한 사랑만이 그녀로 하여금 삶을 살아지도록 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장 아제베도는 누구일까?  원래 그녀의 수필에는 실명이 거론되어 있었지만 유작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친지 및 측근에 의해 그 남자는 '장 아제베도' 가 되었다.  미지의 인물이어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  하긴 전혜린이 시시한 남자를 사랑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의 실명이 거론된다면 사회적인 파장이 있으리 만한 인물이었으리라는 생각.  잡. 생. 각일지도....  그러나 그가 누구인지는 궁금하지 않다.  오히려 장 아제베도로 나타났기에 우리 모두 전혜린과 함께 그에게 연정을 품을 수 있는 것일지도.

  아, 너무 짧은 생을 산 전혜린.  그녀가 길디 긴 삶을 살았다면 이토록 아름답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적어도 '불꽃같은 생' 이라는 꾸밈말이 붙지는 못했으리라.  나는 전혜린처럼 고독하고 싶다.  인식에 대한 욕망으로 가득찬 육신이고 싶다.  불운했다면 불운했을 그녀의 삶이지만 오로지 그녀의 그런 철학적인 성향은 나를 매혹하기에 충분하다.  아, 전혜린.  파헤칠수록 기묘한 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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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린 이야기
이덕희 지음 / 예하 / 199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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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혜린.  그녀는 내게 매력적인 이름이다.  유복한 환경에 수재로 서울대 법대에 입학하고 감히 꿈꿔볼 수 없던 시절 독일에 유학했고 그 시절 보들레드, 랭보를 알았고 자유를 갈망하는 도시 슈바빙의 정취를 막연하게나마 내게 안겨준 그녀.  서른 하나의 나이에 생을 마감한 그녀의 불꽃같은 지성에의 갈증과 욕구는 영원한 나의 동경의 대상이다.  그리고 호기심의 대상이다.  

  전혜린의 수필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목마른 계절> <이 모든 괴로움을 또다시> 를 읽고 나는 그녀에게 반해버렸다.  물기를 앗아간 듯한 바삭거리는 문체하며 지적인 대상을 통한 번뇌와 고민에 감동했다.  나는 감성적인 사람, 지적인 사람을 좋아한다.  독일문학의 최고봉 괴테의 베르테르에 미쳐 지내는 이유도 그때문일 것이다.  베르테르의 연약하고 섬세한 감성(여성스럽기까지한) 에 탄복했다면 전혜린 그녀에게는 너무나도 탐스러운 감성과 지성에 경악했다.  확실히 나는 전혜린은 동경한다.  

  그리고 나는 전혜린과 닮았다.  어떤 부분에서?  나는 유복하게 자라지도 않았고 더군다나 수재는 결코 아니며 독일은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다.   그런데 내가 감히 그녀와 닮았다고 말하는 것은 억측이리라.  어떤 구절을 빗대어 내가 생각하는 그것과 너무 닮았고 어떤 행동에 빗대어 나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말하는 것은 상당히 우스꽝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확실히 그녀는 나와 닮았고 그러기에 내가 사랑하는 것이다.

  또 모르지.  나는 그녀와 나를 어느선에서 동일시하고 마치 내가 그녀의 지성의 일부라도 겸비한 듯 그녀를 막역하게 쫓고 싶은것일지도.  1989년판의 낡은 책의 작은 활자였지만 그녀를 조금 더 알아감이 나는 기쁘다.  나는 평생을 그녀와 사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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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은희경 지음 / 창비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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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은희경의 중단편 모음집이다.  처음엔 그걸 모르고 잡았던 책. 

  나는 뭐랄까?  단거리 달리기보다는 장거리 달리기가 좋다.  단거리 달리기가 속도라면 장거리 달리기는 심폐기능이 관건이다.  (실지 달리기는 그닥 좋아하지 않지만....)  짧은 글보다는 충분히 느긋한 글이 좋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시보다는 소설이 좋은지도.  그러나 이 책은 짧은거리지만 좋았다.  그러고보니 내가 읽은 은희경의 두번째 책이구나.  '마이너리그' 에 이어....

  책의 제목으로 사용된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는 이 작품집에 수록된 그녀의 중단편 중 하나의 제목이다.  그러나 나 역시 '행복한 사람은~' 이 여러 단편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았다.  무엇보다 문체가 새로웠고 산뜻했다.  그러면서도 읽히기 편한 글.  고정관념일까?  단편들은 장편들에 비해 문체들이 대개 무미건조하다.  내게는 단편소설은 그런 느낌이다.  그런 내게 '행복한 사람은~' 은 단편의 새로운 느낌을 준 것 같다.

  그리고 책을 닫고 느낀 점....  은희경이라는 작가....  상당히 공상을 많이 하는 사람인 것 같다.  이런 저런 잡생각....  하긴 뭐, 작가들이 다 그렇지.  전생에서부터 얽힌 머릿 속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 글을 쓸 수 밖에 없는 사람들.  어쩌면 작가는 이 생에서 꼭 풀어야 할 전생의 업보를 업고 태어나는 사람일지도.  기독교인인 내가 이렇게 불교사상인 '윤회' 를 빗대어 이야기를 하는게 참 우습네.  여하튼 나는 작가라는 사람들은 숙명으로 인해 글쟁이가 되었다고 믿고 싶다.   쓴다는 행위 자체가 그들에게 모진 살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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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밀란 쿤데라 지음, 박성창 옮김 / 민음사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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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수....  난 확실히 일차원 적이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 와 같은 의미의 '향수' 를 생각했었다.  책장을 펴기 전까지는....  그런데 이 향수는 '향수(香水)' 가 아니라 '향수(鄕愁) ' 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이후 내가 읽은 밀란 쿤데라의 또 다른 소설이었다.  이 책은 비교적 전보다는 쉬 읽혔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책의 난해함과 지루했던 기억은 생생하다.  역시 그는 쉬운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또 그의 책을 손에 든 이유는 간단하다.  비록 내 짧은 경험의 토대로는 이해못할 부분들이 있을지언정 그의 글은 쿤데라만의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좀 더 꼬집어 이야기 해보자면 '그를 극복하고 싶었다' 고 할 수 있을까? ^^  

  이 책은 마치 심리학이나 정신분석학 텍스트를 읽는 듯한 느낌도 주었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불현듯 떠오른 생각.  작가에게 '무지(無知) '는 용서받을 수 없는 죄라는 생각.  글을 쓰기위해서는 얼마나 많이 알아야 하며 얼마나 많이 느껴야 하는지....  그러기에 '글을 쓴다'는 일은 신에게 축복받지 아니하고는 안될 일이리라.

  이 책 향수는 크게 고국에 대한 향수, 옛사랑과 옛 기억에 대한 향수에 대해 담고 있다.  어쩌면 향수란 시공간을 초월한 태고적 본능과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해외망명자인 이레나와 조세프.  그들은 주변인들과 공유할 수 있는 의식의 한 자락과 화두는 제한되어 있다.  사람들은 떠나 있는 동안의 그들의 삶에 관해서는 호기심이 없다.  단지 그들이 함께 있는 동안 나누었고 공유했던 이야기들을 곱씹을 뿐이다.  망명으로 인한 기억속의 부재, 화제로의 퇴출.  그들은 주변인들에게 이미 상실된 존재일 뿐이다.

  밀란 쿤데라가 체코인이지만 프랑스로 망명했다는데 어쩌면 그는 자신의 경험으로 이 글을 쓴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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