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린 이야기
이덕희 지음 / 예하 / 199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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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전혜린.  그녀는 내게 매력적인 이름이다.  유복한 환경에 수재로 서울대 법대에 입학하고 감히 꿈꿔볼 수 없던 시절 독일에 유학했고 그 시절 보들레드, 랭보를 알았고 자유를 갈망하는 도시 슈바빙의 정취를 막연하게나마 내게 안겨준 그녀.  서른 하나의 나이에 생을 마감한 그녀의 불꽃같은 지성에의 갈증과 욕구는 영원한 나의 동경의 대상이다.  그리고 호기심의 대상이다.  

  전혜린의 수필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목마른 계절> <이 모든 괴로움을 또다시> 를 읽고 나는 그녀에게 반해버렸다.  물기를 앗아간 듯한 바삭거리는 문체하며 지적인 대상을 통한 번뇌와 고민에 감동했다.  나는 감성적인 사람, 지적인 사람을 좋아한다.  독일문학의 최고봉 괴테의 베르테르에 미쳐 지내는 이유도 그때문일 것이다.  베르테르의 연약하고 섬세한 감성(여성스럽기까지한) 에 탄복했다면 전혜린 그녀에게는 너무나도 탐스러운 감성과 지성에 경악했다.  확실히 나는 전혜린은 동경한다.  

  그리고 나는 전혜린과 닮았다.  어떤 부분에서?  나는 유복하게 자라지도 않았고 더군다나 수재는 결코 아니며 독일은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다.   그런데 내가 감히 그녀와 닮았다고 말하는 것은 억측이리라.  어떤 구절을 빗대어 내가 생각하는 그것과 너무 닮았고 어떤 행동에 빗대어 나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말하는 것은 상당히 우스꽝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확실히 그녀는 나와 닮았고 그러기에 내가 사랑하는 것이다.

  또 모르지.  나는 그녀와 나를 어느선에서 동일시하고 마치 내가 그녀의 지성의 일부라도 겸비한 듯 그녀를 막역하게 쫓고 싶은것일지도.  1989년판의 낡은 책의 작은 활자였지만 그녀를 조금 더 알아감이 나는 기쁘다.  나는 평생을 그녀와 사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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