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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밀란 쿤데라 지음, 박성창 옮김 / 민음사 / 2000년 12월
평점 :
품절
향수.... 난 확실히 일차원 적이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 와 같은 의미의 '향수' 를 생각했었다. 책장을 펴기 전까지는.... 그런데 이 향수는 '향수(香水)' 가 아니라 '향수(鄕愁) ' 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이후 내가 읽은 밀란 쿤데라의 또 다른 소설이었다. 이 책은 비교적 전보다는 쉬 읽혔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책의 난해함과 지루했던 기억은 생생하다. 역시 그는 쉬운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또 그의 책을 손에 든 이유는 간단하다. 비록 내 짧은 경험의 토대로는 이해못할 부분들이 있을지언정 그의 글은 쿤데라만의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좀 더 꼬집어 이야기 해보자면 '그를 극복하고 싶었다' 고 할 수 있을까? ^^
이 책은 마치 심리학이나 정신분석학 텍스트를 읽는 듯한 느낌도 주었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불현듯 떠오른 생각. 작가에게 '무지(無知) '는 용서받을 수 없는 죄라는 생각. 글을 쓰기위해서는 얼마나 많이 알아야 하며 얼마나 많이 느껴야 하는지.... 그러기에 '글을 쓴다'는 일은 신에게 축복받지 아니하고는 안될 일이리라.
이 책 향수는 크게 고국에 대한 향수, 옛사랑과 옛 기억에 대한 향수에 대해 담고 있다. 어쩌면 향수란 시공간을 초월한 태고적 본능과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해외망명자인 이레나와 조세프. 그들은 주변인들과 공유할 수 있는 의식의 한 자락과 화두는 제한되어 있다. 사람들은 떠나 있는 동안의 그들의 삶에 관해서는 호기심이 없다. 단지 그들이 함께 있는 동안 나누었고 공유했던 이야기들을 곱씹을 뿐이다. 망명으로 인한 기억속의 부재, 화제로의 퇴출. 그들은 주변인들에게 이미 상실된 존재일 뿐이다.
밀란 쿤데라가 체코인이지만 프랑스로 망명했다는데 어쩌면 그는 자신의 경험으로 이 글을 쓴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