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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은희경 지음 / 창비 / 1999년 4월
평점 :
이 책은 은희경의 중단편 모음집이다. 처음엔 그걸 모르고 잡았던 책.
나는 뭐랄까? 단거리 달리기보다는 장거리 달리기가 좋다. 단거리 달리기가 속도라면 장거리 달리기는 심폐기능이 관건이다. (실지 달리기는 그닥 좋아하지 않지만....) 짧은 글보다는 충분히 느긋한 글이 좋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시보다는 소설이 좋은지도. 그러나 이 책은 짧은거리지만 좋았다. 그러고보니 내가 읽은 은희경의 두번째 책이구나. '마이너리그' 에 이어....
책의 제목으로 사용된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는 이 작품집에 수록된 그녀의 중단편 중 하나의 제목이다. 그러나 나 역시 '행복한 사람은~' 이 여러 단편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았다. 무엇보다 문체가 새로웠고 산뜻했다. 그러면서도 읽히기 편한 글. 고정관념일까? 단편들은 장편들에 비해 문체들이 대개 무미건조하다. 내게는 단편소설은 그런 느낌이다. 그런 내게 '행복한 사람은~' 은 단편의 새로운 느낌을 준 것 같다.
그리고 책을 닫고 느낀 점.... 은희경이라는 작가.... 상당히 공상을 많이 하는 사람인 것 같다. 이런 저런 잡생각.... 하긴 뭐, 작가들이 다 그렇지. 전생에서부터 얽힌 머릿 속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 글을 쓸 수 밖에 없는 사람들. 어쩌면 작가는 이 생에서 꼭 풀어야 할 전생의 업보를 업고 태어나는 사람일지도. 기독교인인 내가 이렇게 불교사상인 '윤회' 를 빗대어 이야기를 하는게 참 우습네. 여하튼 나는 작가라는 사람들은 숙명으로 인해 글쟁이가 되었다고 믿고 싶다. 쓴다는 행위 자체가 그들에게 모진 살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