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파바로티 - 신화가 된 마에스트로,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삶과 열정
알베르토 마티올리 지음, 윤수정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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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바로티 타계소식을 접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지났다니.  파바로티 서거 1주년을 맞아 출간된 책이라는 말에 집어든 책이다.  그렇다고 파바로티에게 특별히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순전히 오페라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오페라의 굵은 획이었던(어쩌면 여전히 그러한) 그를 통해 오페라의 뒷 이야기들을 더 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양장표지를 넘기자 첨부된 그의 CD.  책을 읽기도 전에 그 CD를 플레이어에 얹었다.  목소리라는 것은 참 많은 것을 말해주는 것 같다.  그 사람의 특별한 음색 뿐 아니라 작게나마 추억, 인생, 삶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미 별이 되어버린 자의 목소리를 듣는 일은 특히나 더 그러하다.  무한한 그리움을 쏟을 수 있는 통로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그의 육성을 단 한번도 들은 적이 없지만 나는 알지못할 아련함을 느껴야 했다.
 
  내가 오페라를 처음 접한 것은 고등학교때였는데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를 노래하는 마리아 칼라스의 목소리를 듣고부터였다.  그 전에도 오페라 아리아를 우연히 듣게 된 일이 있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때서야 말로 진짜 맛을 본 게 아닌가 싶다.  가요와의 사뭇 다른 창법에 그토록 끌려보긴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 때부터 미친듯이 마리아 칼라스를 찾아다녔고 그녀의 음반부터 시작해서 콘서트 실황을 보고 그러다 오페라 공연을 찾아다니게 되었는데 오디오가 아닌 내 눈앞에서 펼쳐지는 오페라는 또 달랐다.  소름이 끼치고 몸이 쭈뼛거릴만큼 짜릿한 소리와 극적인 무대는 완전 나를 사로잡았던 것 같다.  나의 오페라 사랑은 그때부터였다.  내가 이 책 빅파바로티를 선택한 이유 역시 또 다른 들여다보기를 통해 오페라를 알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 이 책을 들여다 보자.  이 책은 파바로티에 대한 일화, 그의 인생을 담고 있는 책이다.  더불어 오페라에 대해 더 알기를 기대했던 내게 그의 음악 이야기는 아주 즐거웠다.  내가 그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이라고는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와 함께 세계 3대 테너로 불리었다는 점, 이탈리아 출신의 테너라는 점.  그리고 오페라 명반을 통해 그의 노래를 몇 번 들은 것이 고작이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테너 파바로티는 물론 인간 파바로티를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한 사람의 일생에 대해 제 삼자가 클로즈업으로 서술한 책에 있어서는 거의 절대적인 극찬이 기본이다.  어찌보면 지나치게 영웅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 책은 파바로티의 복잡한 여자관계와 그가 악보를 읽지 못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말하고 있다.  물론 그것을 종합하여 보면 그 역시 우리와 같은 평범한 인간이었으며 그런 중에도 끈임없는 노력으로 오페라의 황제가 되었다는 내용이긴하지만 말이다.  무엇보다 솔직하게 서술되었기에 믿음이 가는 책이었다.
 
  또 이 책은 오페라는 물론 파바로티, 그리고 그 외 여러 성악가들과 지휘자들에 대해서도 엿볼 수 있게 한 책이었다.  '오페라 is....' 이런 식의 깔끔하게 정리된 그저 삼키기만 해야 할 정보가 아닌 무대 뒤의 한담이나 막 뒤에서의 이야기들을 보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은 나를 파바로티 옆에 세워두고 시종일관 그를 관찰하도록 해주었다.  그런데 나는 파바로티의 공연을 실제로 보지도 못했고 또 앞으로 그럴 기회는 결코 없으리라는 생각에 적잖이 절망했다.  (내가 알기론 우리나라에 세 번인가 내한했던 것으로 안다.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노래하고 있는 파바로티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은 또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그리고 이것은 여담이지만 파바로티가 비워둔 3대 테너의 자리를 메꾸어줄 한 사람은 과연 누가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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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의 사전 - 브리태니커와 구글에도 안 나오는 인류 지식의 최신 보고서
카트린 파지크.알렉스 숄츠 지음, 태경섭 옮김 / 살림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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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지적 욕구, 앎에 대한 욕심은 무한할 것이다.  그렇기에 무언가를 깊이있게 파고들게 되며 그렇기에 연구라는 것을 통해 밝혀내려는 것이겠지.  나 역시 이 책을 통해 내가 모르고 있는 것들에 대해 알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무지의 사전>  가만보면, 참 아이러니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무지'라는 것은 쉽게 말해 '아는 것이 없다'는 뜻이고 '사전'은 '어떤 대상이나 실체에 관해 객관적이고 일반적인 개념으로 풀어 해설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볼 때 이 책은 모르는 것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책이라는 뜻이다.  모르고 있는 것에 어떻게 설명을 해준다는 것일까.  나는 이 표제 때문에 도리어 이 책에 호기심이 일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이 책은 쉽지 않다.  어렵다.  어려운 것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용어등이 지나치게 전문적이고 학술적이어서 어려운 경우와 쉽게 풀어 설명하고 읽기 편한 단어를 사용하여도 설명하고자 하는 내용에 대해 사전 지식이 없을 시 어렵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이 책은 후자에 속한다.  (그렇다고 반드시 후자에 속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듯....  각주가 필요한 전문용어들도 어렵사리 볼 수 있었으니)

  이 책은 감각, 사물, 인간, 동물, 우주, 현상 총 6개의 chapter로 무지의 영역에 대해 다루고 있다.  솔직히, 난 이 책이 내게 뭔가 쇼킹한 것을 말해주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그리 놀라울만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지는 않았다.  다시 말하자면, 호기심과 의문의 영역을 풀어 다룬 것이 아니라 이 책이 말하고자 했던 대로 무지의 영역에 대해 다루고 있기에 그야말로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이 또한 '이것은 이러하기 때문에 이러하고 저것은 저러하기 때문에 저러하다' 라는 식이 아닌 '이것은 이러하고 저것은 저러해' 그냥 그런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실지 나같이 성격급한 독자는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뭐가 어떻다는 거야?' 하고 인과관계를 밝히고 싶어질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나같은 독자에게 서문에서 충분히 경고하고 있다.  오류가 있을 수도 있으며 의문에 의문을 갖고 그 의문의 끝을 발견할 수 없는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고.  결국 그 어떤 것도 밝혀지지 않은 것들, 단지 추정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명확한 답을 얻길 바래서라던가 지식문답 정도의 내용을 기대한 독자라면 흡족하지 않을게다.

  그러나 이 책은 어떤 대상이나 현상 혹은 실체에 관해 무한히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의문에 의문을, 또 그 의문에 의문을 품어가다 보면 결국 이 세상 모든 것은 미지의 것이고 무지의 대상들인 것이다.  지금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들 역시 그토록 오래전에는 그 인류들이 풀지 못했던 숙제였기도 할 것이다.  이 책이 말하고 있듯 백년이나 아니면 그 보다 더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이 책을 다시 들추어 보게 된다면 '그 때는 이것이 왜 이런지 몰랐었단 말이군' 하며 비웃게 될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럴 수 있게 되려면 의문의 것을 향한 누군가의 연구와 끊임없는 관심과 관찰이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자세를 갖기를 독려하고 있는게 아닐지.  어쩌면 안다는 것과 모른다는 것은 어떤 경계를 사이에 두고 서로 닮은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절대 안대고 말 할 수 있는 것도 절대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없다는 것이다.

  호기심으로 집어들고 호기심으로 한 장 한 장을 넘겨갔듯 이 책을 덮고 난 지금도 여전히 호기심이 남아있다.  아무도 밝히 풀어내지 못한 그런 것들에 대해.  그것은 이 시대를 사는 인류의 몫이 아닐까.  미지의 영역, 무지의 영역 중의 소수를 선대에서 밝혀내어 하나의 진실, 진리로 우리게 전해 왔듯 우리 역시 후대에게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들의 답을 전해 주어야 하지는 않을지.  얽히고 설킨 실타래의 매듭을 풀려면 인내심과 지구력이 있던가 하다못해 가위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들 역시 어떤 것에 대해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의문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의문에 의문을 갖고 그 모든 의문 끝에 또 다른 의문이 있을 때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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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혁명 - 로렌스 시선집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지음, 류점석 옮김 / 아우라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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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 가장 얇은 문학 장르의 책은 시집일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마치 학술서적의 그것처럼 아주 두툼하고 묵직했다.  D.H 로렌스....  로렌스가 시인이라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나는 그를 오로지 '채털리 부인'을 쓴 소설가로 기억하고 있을 뿐이었다.  처음으로 접하는 그의 시.  그리고 평소에 즐겨 읽지 않는(실지 다른 도서들 보다 접할 기회가 적은 것 같기도 하다) 영미시를 접한다는 설렘.  그러나 마지막 장까지 그 설레임을 간직하기는 힘들었다.  왜냐면 시가 그리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 어렵지도 않은 시인데 왜 그토록 어렵게 여겨졌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시인(로렌스)과 독자(나)의 정서적인 차이가 아니었을지 싶다.  모호하고 의미하는 바를 알 수 없는 듯한 시보다도 더 멀게 느껴졌던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  모든 글이 그러하겠지만 글에 집중이 흐트러져 버리면 다시 글로 돌아가 집중하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 

  시는 그 어떤 문학보다도 시어를 중요시 여긴다.  시를 이루고 있는 단어 그리고 그 표현이 얼마나 시적인가 하는 것으로 사람들은 그 시를 사랑하기도 하니 말이다.  (소설의 한 문장에 마음에 들었다고 그 소설을 막연히 좋다고 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런데 번역시를 대할 때면 항상 궁금해진다.  이 번역가는 이 시를 시인의 마음으로, 느낌으로 잘 옮겨두었을지 말이다.  시라는 것은 활자 이상의 심상과 이미지를 독자에게 전하게 되는데 그렇다면 시인과 번역가 사이에 놓인 넓은 강은 어찌 건널 수 있을지.  어쩌면 이 시들이 내게 멀리 있는 듯 느껴졌던 것은 시인의 마음이 내게 곧바로 닿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은 아닐런지.        

  이 시집은 그의 길지 않은 일생동안 지어진 천여편의 시 중 152편이 수록되어 있단다.  참 오랫만에 읽는 시였다.  다른 책과는 달리 시집은 선뜻 집어드는 일이 적은 것 같다.  좀 더 시를 향해 고개를 돌려봐야 겠다.  그의 시를 읽었지만 나는 여전히 그를 모르겠고 그의 시를 모르겠다.  다시 한 번 느끼지만 시는 읽는 것이 아니다.  시는 눈으로 보는 것이고 냄새 맡는 것이며 만지는 것이다.  그런데 단지 활자를 들여다 보려 했던 내가 잘못 된 것은 아니었을지, 그 안에 숨을 뜻이 반드시 있으리라고 생각하며 마치 숨은 그림찾기하듯 그것을 찾아 내려던 나의 시각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하는 것을 깨닫게 했다.  이제,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시를 대해 보고 싶다.  다른 것 다 몰라도 이 책은 내게 로렌스가 소설가만이 아닌 시인이기도 했다는 점을 알려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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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랑하기를 두려워하는가 - 사랑에 관한 심리학 강의 16장
한스 옐루셰크 지음, 김시형 옮김 / 교양인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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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사랑하기를 두려워하는가?  솔직히 사랑하기가 두려운 것은 아니다.  그보다 어떻게 하면 더 잘 사랑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는게 맞겠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이십년을(대개 많은 연인들이 그 남짓되리라) 넘게 자라왔으니 서로의 생각이 다르고 방식이 다른 것은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일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은 망각한 채 내 생각과 같지 않은 상대에게 서운함을 느끼기도 하고 또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 옳을지를 고민하게 된다.  이 책이 나의 연인을 좀 더 잘 이해하게 해주기를, 더 제대로 사랑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를 기대하며 책을 펼쳤다.

  정말 빨리 읽혔던 책이다.  역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소통이다.  다시 말해, 대화다.  그것이 친구건, 연인이건, 부부건 간에.  잘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은 잘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일게다.  이 책 역시 의사전달법 그리고 대화법을 잘 설명해 주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남녀가 서로 다른 이해와 표현의 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기술함으로써 나의 연인 혹은 배우자인 그 사람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정말 놀랐던 것은, 예전부터 내가 궁금해 했던 사실에 대해 명쾌하게 기술되어 있었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오늘 나는 직장에서 상사로부터 꾸지람을 들었고 그것이 속상해서 남자친구에게(몇 안되는 내 남자친구로 존재했던 이들 모두가 그랬다) 털어놓으면 대개 '그럴 수도 있지' , '다 힘든거야' , '다음에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하면 되지', '너의 상사는 이런 점 때문에 화가 났었나보다' 하는 식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내가 바라는 것은 '그래서 니가 힘들엇겠구나' '힘내, 내가 있잖아' '너의 상사는 왜 그런다니?' 이런 식의 대답을 기대했다.  문제에 대한 어떤 방향 제시나 설명, 정리가 아니라 순전히 나의 기분을 동조해주고 공감해주는 한 마디가 몹시 기다려 졌었다.  '왜 남자들은 그럴까?  나라면 내가 원하는 대답을 하는 것이 더 쉬울텐데.....' 하고 생각해 왔는데 이 책이 그 이유를 말하고 있었다.  모두가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남자들은 이성적이고 문제해결에 초점을 맞추어 생각하고 이야기 하며 여자는 그와 반대로 사람과 인간관계를 생각하고 이야기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렇게 보면 나는 참 일반적인 여자고 나의 남자친구들은 참 일반적인 남자들이었나 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남자친구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다.  "너에게 빌려주고 싶은 좋은 책이 생겼어" 라고.  이 책은 이미 결혼한 배우자 관계에서 일어날 일들과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었는데 비단 연인관계라고 해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리고 이해하고자 노력한다면....  이 책이 말하는 것을 빌어 표현하자면 관계노동을 서로 적절히 한다면....  이 세상 많은 연인들이, 많은 부부들이 지금보다는 좀 더 행복해지리라 생각된다.  꼭, 연인과 함께~ 부부가 함께 읽어보아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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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의 거짓말
제수알도 부팔리노 지음, 이승수 옮김 / 이레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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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이탈리아 최고 문학상 스트레가 상을 수상했는데 그 상을 수상하게 된 경위가 아주 재미있었다.  후보자 전원이 '이런 좋은 작품과 자신의 작품은 비교조차 할 수 없다'며 사퇴한 일이다.  그것이 내 호기심을 끌었고 이 책을 읽게 만들었다.  과연 어떤 작품이길래....  나는 수상에 관한 짧은 일화가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작가에게 자존심과 같은 자신의 작품을 뒤로 한 채 다른 이의 작품에 손을 치켜 세워줄 수  있다는 작가적 양심과 겸손에 참 많이 놀랐으며 잔잔한 감동까지 느꼈다. 

  흥미로운 전재.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하게 될 네 남자.  그들의 신분은 남작, 시인, 병사, 학생이다.  그들에게 사령관은 한 가지 제안을 한다.  누구든 그 배후 세력을 무기평 투표지에 기록하면 네 명을 모두 살려 줌은 물론 발설한 자가 누구인지는 절대 비밀에 부치겠다고 약속한다.  그들은 신의와 충절을 지키고 죽음을 택할 것이냐?  은밀히 배신을 하고 남은 삶을 택할 것이냐 기로 앞에 서게 된다.  나는 그 네 명중 누군가가 발설하리라 생각했고 아니 그러기를 바랬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도 비밀을 누설하지 않은채 그냥 참수형에 처해진다면 이 이야기는 어떤 의미가 될 것인가?  적어도 배신한 자와 신의를 지킨 자의 삶은 판이하게 다르겠지.  그 삶을 통해 작가는 어떤 말이라도 하려 하겠지?  아니, 다른 것은 다 집어치우고라도 그래야만 이 이야기가 재미있어지리라는 욕심에.  그런 상황, 나라면 어땠을까?  배신을 했을 것이다, 신의를 지켰을 것이다 양자택일 하기는 곤란하지만 틀림없이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살폈을 것이며 나 아닌 다른 누군가가 자신의 양심을 져주기를 간절히 바랬을 것 같다.

  형이 집행되기 전가지, 아니 투표지에 그 이름을 기록하기 전까지 그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배신을 할 것이냐?  신의를 지킬 것이냐에 대해서가 아닌 자신들의 삶 이야기를....  결국 그들은 모두 처형된다.  그렇다면 죽게 되었을지언정 양심을 지켜낸 그들이 승리자일까?  그들에게 계략을 쓴 사령관이 승리자일까?  신의와 변절 사이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진실과 속임수의 차이는 무엇일까?  삶과 죽음의 경계는 어떤 것일지, 어떤 신념이나 의지가 생에 대한 미련과 집착을 거스를 수 있을지.  이렇듯 이 책은 내게 이런 것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끔 하였다. 

  이 소설은 결말을 읽지 않고는 절대 알 수 없는 소설이었다.  결말이 다소 성급히 진행된 것은아닐가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지만 일부러 마지막에 비중을 실거나 장황하게 늘어놓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오히려 이 반전을 비교적 담담하고 가볍게 끝내 버림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아쉽게 한 것은 아닌지.  더 많이 생각하게끔 한 것은 아닐지.  이 소설의 마지막은 작가로서 큰 고민없이 써버린 듯 하고 이 역시 작가의 역량을 표명하는 부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 엄청난(?) 결말때문에 명실상부히 이탈리아 최고 문학상을 수상한 것이 아닐까?  그 결말에 대해서는 자세히 언급하고 싶지 않다.  그것이 이 작품을 아직 읽지 못한 자들에게 대한 예의일 것이다.  무심결에 놀라기를.  신선하게 충격 받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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