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의 거짓말
제수알도 부팔리노 지음, 이승수 옮김 / 이레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이탈리아 최고 문학상 스트레가 상을 수상했는데 그 상을 수상하게 된 경위가 아주 재미있었다.  후보자 전원이 '이런 좋은 작품과 자신의 작품은 비교조차 할 수 없다'며 사퇴한 일이다.  그것이 내 호기심을 끌었고 이 책을 읽게 만들었다.  과연 어떤 작품이길래....  나는 수상에 관한 짧은 일화가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작가에게 자존심과 같은 자신의 작품을 뒤로 한 채 다른 이의 작품에 손을 치켜 세워줄 수  있다는 작가적 양심과 겸손에 참 많이 놀랐으며 잔잔한 감동까지 느꼈다. 

  흥미로운 전재.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하게 될 네 남자.  그들의 신분은 남작, 시인, 병사, 학생이다.  그들에게 사령관은 한 가지 제안을 한다.  누구든 그 배후 세력을 무기평 투표지에 기록하면 네 명을 모두 살려 줌은 물론 발설한 자가 누구인지는 절대 비밀에 부치겠다고 약속한다.  그들은 신의와 충절을 지키고 죽음을 택할 것이냐?  은밀히 배신을 하고 남은 삶을 택할 것이냐 기로 앞에 서게 된다.  나는 그 네 명중 누군가가 발설하리라 생각했고 아니 그러기를 바랬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도 비밀을 누설하지 않은채 그냥 참수형에 처해진다면 이 이야기는 어떤 의미가 될 것인가?  적어도 배신한 자와 신의를 지킨 자의 삶은 판이하게 다르겠지.  그 삶을 통해 작가는 어떤 말이라도 하려 하겠지?  아니, 다른 것은 다 집어치우고라도 그래야만 이 이야기가 재미있어지리라는 욕심에.  그런 상황, 나라면 어땠을까?  배신을 했을 것이다, 신의를 지켰을 것이다 양자택일 하기는 곤란하지만 틀림없이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살폈을 것이며 나 아닌 다른 누군가가 자신의 양심을 져주기를 간절히 바랬을 것 같다.

  형이 집행되기 전가지, 아니 투표지에 그 이름을 기록하기 전까지 그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배신을 할 것이냐?  신의를 지킬 것이냐에 대해서가 아닌 자신들의 삶 이야기를....  결국 그들은 모두 처형된다.  그렇다면 죽게 되었을지언정 양심을 지켜낸 그들이 승리자일까?  그들에게 계략을 쓴 사령관이 승리자일까?  신의와 변절 사이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진실과 속임수의 차이는 무엇일까?  삶과 죽음의 경계는 어떤 것일지, 어떤 신념이나 의지가 생에 대한 미련과 집착을 거스를 수 있을지.  이렇듯 이 책은 내게 이런 것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끔 하였다. 

  이 소설은 결말을 읽지 않고는 절대 알 수 없는 소설이었다.  결말이 다소 성급히 진행된 것은아닐가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지만 일부러 마지막에 비중을 실거나 장황하게 늘어놓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오히려 이 반전을 비교적 담담하고 가볍게 끝내 버림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아쉽게 한 것은 아닌지.  더 많이 생각하게끔 한 것은 아닐지.  이 소설의 마지막은 작가로서 큰 고민없이 써버린 듯 하고 이 역시 작가의 역량을 표명하는 부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 엄청난(?) 결말때문에 명실상부히 이탈리아 최고 문학상을 수상한 것이 아닐까?  그 결말에 대해서는 자세히 언급하고 싶지 않다.  그것이 이 작품을 아직 읽지 못한 자들에게 대한 예의일 것이다.  무심결에 놀라기를.  신선하게 충격 받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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