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 너머의 별 - 나태주 시인의 인생에서 다시없을 사랑 시 365편
나태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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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의 시집은 언제나 반갑다. 이번에 <별빛 너머의 별>이라는 그동안의 사랑 시 365편을 엮은 새 시집이 나왔다. 시집하면 얄팍한 두께가 대부분인데 이 책은 장편소설 두께에 양장 커버다. 365편이라니 매일 한 편씩 읽고 곱씹고 곱씹어 보기 좋겠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표지 그림도 참 마음에 든다. 마주 보고 앉아 커피를 마시는 두 사람의 모습이다.


나태주의 시집은 이전에 <꽃을 보듯 너를 본다(2015)>, <가장 예쁜 생각을 너에게 주고 싶다(2017)>, <마음이 살짝 기운다(2019)>를 읽어본 적이 있다. 나태주라는 시인을 알게 된 계기가 너무나도 유명한 시 '풀꽃' 때문이었다. 누구나가 알 것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 구절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이 구절은 참말이다. 정말 참말이다. 풀꽃을 들여다본 적이 있는 누군가라면 누구나 끄덕일만한 내용이다. 자세히, 한참을 들여다보면 이름 모를 풀꽃이 그렇게나 예쁠 수가 없다. 그런데 그런 일상의 작은 감동의 순간을 시로 옮긴 시인이 나태주일 것이다.

시.... 시 하면 어떤 생각이 제일 먼저 드는가? 내게는 시는 쉽지 않은 존재다. 도서관에 가서 충동적으로 대출하게 되는 책들 중에 시집이 포함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얇아서 부다 없기도 하고 표제도 감각적인 탓이다. 그런데 책장을 펼치고 아리송한 물음표만 맴돌 때가 적지 않았다. 어렵구나. 시는 어렵구나. 시란 참 어렵고, 고상하고 나와 격이 다르다는 느낌에 이질감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나태주의 시는 쉽다. 이런 시(?)도 시가 되나? 싶을 정도인 시들도 참 많다. '이 시는 무엇을 말하지?', '시인은 왜 이런 생각을 했을까?' 하는 생각보다 슬그머니 미소가 지어지는 시들이다. 어떤 시는 동시 같고, 어떤 시는 일기 같고, 어떤 시는 에세이 같고, 어떤 시는 소설 같고, 어떤 시는 기도문 같다. 또 어떤 시는 낙서 같다.

나태주의 시는 마음에 포옥 안긴다. 잔잔하고, 고즈넉하고, 예쁘고, 향긋하다. 유독 자연에 관한 시가 많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풀, 꽃, 바람, 나무.... 이질감이 없이 마음 문을 열고 들어와 예전에 내가 보았던 그 꽃이 생각나게 하고, 내가 좋아했던 그 사람의 옆모습을 생각나게 하고, 오늘 아침 거울에서 보았던 내 얼굴이 생각나게 하는 그런 시를 만나게 된다. 이 시집 역시 그랬다.

이 책을 좀 더 살펴보면 365편의 시. 긴 호흡을 가지고 읽어도 될 만큼 충분해서 너무나도 좋다. 이 시집은 4부로 나뉘어 있는데 '1부는 꼬마전구에 반짝 불이 켜지듯, 2부는 날마다 새날처럼 가슴 설레며, 3부는 어느 강을 건너서 너를 만나랴, 4부는 꽃비 내리는 날에 다시 만나서'이다.

그리고 책장을 넘기면 마치 오래된 고서를 만나듯 가장자리가 노르스름하게 변색된 듯 되어 있다. 그런데 1부는 노란빛, 2부는 초록빛, 3부는 분홍빛, 4부는 주황빛이다. 365편이라는 긴 시를 읽으며 따분하지 않도록 넘기는 재미까지 주어서 참 좋다. 그리고 부와 부 사이에 있는 일러스트도 너무 예쁘다. 참 시집답게 예쁘다.

나태주의 시집들은 선물해 주기 좋다. 이 책도 그렇다. 사랑 시 365편이라고는 하지만 남녀 간의 사랑을 말하지만은 않기에 러브레터 같은 느낌으로 낯 뜨거울 일도 없고, 앞서 말했듯 '어렵구나' 할 만큼 인디(?) 느낌도 덜하고, 따스한 느낌, 잔잔하게 위로하는 느낌의 시들이라 남녀노소 선물하기 좋다. 절친에게는 다정하게, 은사에게는 점잖게, 직장동료에게는 부담 없이.... 딱 그렇다. 여기저기 밝은 미소를 짓는 온화한 태도의 사람처럼 이곳, 저곳 어디에 있어도 잘 어우러진다. 소박하고, 소담하지만 진심이고 절절하다.

봄이 오기 전, 나태주의 시를 가슴에 심었더니 움이 틀 것 같다. 따스한 바람 불어오는 그때 뾰로롱 꽃이 피고야 말 것 같은 기분이다. 역시 이런 게 시집이지.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한껏 설렌다. 참 기분 좋은 시집이다. 올해는 책을 선물할 누군가가 있다면, 나는 이 책을 내밀어 보려 한다. 이 책을 선물로 주는 나조차도 따스한 사람같이 느껴지면 좋겠다. 침대맡에 두고 매일 읽는다. 소설책처럼 냉큼 읽고 덥어 꽂아두기에는 아쉬운 책이라 이 기분에 더 머무르고 싶다. 따뜻한 봄이 오기까지 그리해야지, 한참을 그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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