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아이에게 말을 걸다 - 스스로 성장하는 아이로 키우는 음악 속 숨은 감성 찾기
김대진 지음, 국지연 엮음 / 웅진리빙하우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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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수원시향 상임지휘자이신 김대진씨의 저서다. 큰 아이를 가지고 얼마되지 않아 수원시향 정기음악회에 갔었고 그때 그분을 뵀다. 그냥 음악서적이라면 지나쳤을텐데 아이에게 음악을 어떻게 들려줄 것인지, 내 아이의 음악 감성을 발현하는 법, 일상에서 음악을 대하는 법을 담고 있는 책이라 읽기로 했다.

  내가 클래식을 제대로(?) 들은건 중학교 2학년때다. 그 여름 방학 숙제 중 하나는 클래식 몇 십곡을 듣고 음악감상문을 적는 것이었다. 베토벤은 귀가 안들렸고, 브람스는 수염이 덥수룩하고, 비발디 하면 사계고, 슈베르트는 어쩐지 달팽이를 닮았다는 것이 내가 느끼는 클래식의 전부였다. 그래도 나는 성실한 학생이었기에 숙제를 하기로 했다. 제대로 된 클래식 음반이 없었기에 라디오 클래식 음악방송을 듣고 감상문을 쓰기로 했다. 근데 DJ가 부르는 곡의 제목 조차 받아적기 힘들었다. 뭐라는 거야? 뭔 메이저 몇 번 몇 악장이라고? 그냥 손 놨다.

  개학이 다가오고 초조해졌다. 결국 레코드점에 가서 클래식 소품 제목을 작곡가와 함께 죽 베껴오기로. 그리고 제목에 맞춰 작문(?)을 시작했다. 'G선상의 아리아를 들으니 이 곡을 배 위에서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과 물결이 찰랑이는 느낌, 수면 위에 반사되는 빛으로 인해 어지러운 느낌이었고 뒤로 갈수록....' 엉터리 글짓기를 했고 숙제를 마쳤다.

  개학을 하고 음악선생님이 잔뜩 실망한 표정으로 교실에 들어오셨다. 요지는 '숙제를 제대로 한 놈이 없다. 손민정! 나와서 니 공책 찾아. 읽어' 벌벌 떨렸다. '읽어라' 는 표정없는 말씀에 겨우 읽었다. 그런데, '정말 음악을 듣고 쓴 애는 민정이 뿐이었다. 음악감상이란 이런거야' 라는게 아닌가? 베스트 오브 뜬금없음? 이런거. 나는 종일 양심에 찔려서 점심시간에도 밥이 안넘어갔다.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견딜 수 없었기에 진짜 그 곡들을 다 듣기로 했다.

  그게 내가 클래식을 접한 처음이다. 이상하게 음악은 나를 위로해줬고 내 양심의 잔털들을 뽑아주었고 마침내 내 마음은 뽀송뽀송해졌다. 음악을 들으며 읽어본 내 감상문은 정말이지 훌륭했다. 울었던 것 같기도 하다. 풉;;; 그때부터 일부러 찾아 들었던 것 같다. 급기야 그해 겨울, 예술의 전당을 처음 가봤고 눈 앞에서 움직이는 악기를 보며 연주를 들었다.

  지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의 장르는 클래식이다. 클래식은 내 영리한(?) 학창시절을 위한 면죄부였다. 나를 진정 해방시켰던 경험과 기억이 나를 계속 붙들어 맸다. 클래식은 자유로왔다. 내 마음대로 느끼면 되고 결코 정형화된 감성을 주지 않았다. 그리고 성인이 되면서부터는 마리아칼라스의 아리아를 우연히 듣게된 것을 계기로 지금은 오페라를 가장 좋아한다. 노래와 연주와 시와 연기가 어우러진 종합 예술은 바로 오페라라고 나는 생각한다.

  쓰잘데기 없는 얘기를 진지하고 길게 하는 고약한 버릇이 있다. 이 글도 그렇네만, 내가 하고픈 말은 클래식은 어떤 기회건 먼저 접선을 하고 은밀한 악수를 나누고나면 그걸로 벗이 되는 묘한 친구다. 그러니 그냥 다가가면 아무나 만나주는 소위말해, '쫌 쉬운 애'다. 이 책도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요약해보자면 이렇다. 음악이 아이에게 친숙해지게, 아이가 좋아하게, 강요하지 않고 기다려주며 들려주기. 자발성이 동반된 감상이 이루어지면 게임 끝!

  나는 아이에게 일부러 음악을 가르치고 싶지는 않다. 음악을 전공하길 원치도 않는다. 단 하나 바라는 것이 있다면 시대를 흘러온 고전 음악이 주는 풍요롭고 입체적인 감동을 즐기며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정말이지 맛있어서 혼자 먹기 아까워서 네 입에 한 입 떠넣어 주고 싶은. 그리고 이왕이면 나와 함께 먹어주며 자라줬으면 싶은. ^^ 음악은 삶에서 공기처럼 존재해야 한다. 틔지않게, 넌즈시. 곁에 두다 보면 언젠가 내 아이의 어깨를 톡톡 치며 말을 걸겠지. "얘, 나랑 이야기 좀 할래?" 그 대화를 즐거워하며 사는 삶. 그런 축복이 내 아이들에게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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