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야의 중국견문록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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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비야씨의 책은 역주행하며 읽고 있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그건 사랑이었네>를 먼저 읽었고 <한비야의 중국 견문록>을 읽었다.  그리고 바로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를 읽을 예정이다.  <개인적으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정말 감동적으로 읽었다.  그리고 <그건 사랑이었네>는 선물용 도서로 딱 좋겠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이 책은 한비야씨가 중국에서 중국어를 공부하는 이야기가 주된 골자다.  당연히 중국에서의 유학이니 중국 이야기들이 곁들어진다.  그러나 '중국견문록' 은 조금 거창한 제목 같다는 생각도 든다.  머무르는 도시에 베이징에 국한되어 있고 한비야씨 개인의 이야기가 중국이라는 나라보다는 비교적 많이 다루어져 있는 것 같다.  그렇기에 더 즐겁게 읽었다는 것이 사실이겠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중국은 왠지 비호감이었다.  인터넷에 나도든 기상천외한 사건들은 죄다 그 발원지가 중국이고 짝퉁은 세계 제일로 만들어 내는 나라, 청결하지 못하고 거짓말을 잘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는 국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작년 유럽 여행을 하면서 베이징에서 환승을 해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당연히 베이징 발이라 승객의 대다수가 중국인이었다.  그런데 앞자리에 앉은 승객이 큰소리로 떠들고 의자를 쾅쾅 발로 차는 등 전혀 상식 밖의 행동을 계속하던터라 나도 조금 심기가 불편해져 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옆에 유럽인이 앉아있었는데 그는 오죽했으랴.  그 역시 그 중국인이 알만큼 쳐다보며 눈치를 줘도 전혀 모르는 것이었다.  급기야 그 유럽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찡그린 얼굴로 통로로 나가버렸다.  잠시 후에 다시 돌아와서 자리에 앉는데 나 역시 그 유럽인에게 '정말 저 분이 왜 저럴까요. 님의 심정을 알겠어요' 하며 찡그린 표정을 보였다.  그는 순간 표정을 고치며 냉큼 자리에 앉는 것이었다.  결국, 그의 눈에는 나도 중국인으로 보인다는 사실. (꽈당) 

  자꾸 중국 헐뜯기를 하는 것 같은데, 몇 가지 더 이야기하자면, 외국인에게는 바가지도 그런 바가지가 없다.  혹자는 우리나라도 그렇지 않겠냐 하지만 중국의 바가지는 정말 심했다.  거의 10는 더 비싸게 부른다는 사실.  그래서 그 나라 사람도, 그들 물건의 가격도 믿지 못하겠다.  게다가 국제적인 행사들을 많이 치르며 이제는 좀 선진화 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떡진 머리를 하고 다니는 평범한 중국인들을 아주 쉽게 볼 수 있다.  나는 정말이지 궁금했다.  아니, 머리를 왜 저렇게 안감는거야?  머리를 감으면 복이 씻겨 나가기라도 한다는건지.  이렇게 장황하거 열거했듯이 나는 중국이라는 나라에는 그다지 매력을 못 갖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올 봄 상해 여행을 하고는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내 나라에서 듣고 보는 그들은 정말 '오~노~'였는데 그 곳에서 보니 다 그런 것은 아니었다.  나는 얼마나 지독한 편견을 갖고 있었던지.  먼저 놀랐던 것은 영어를 하는 자들의 발음이었다.  영어를 못하는 사람은 아주 못하지만 좀 한다는 사람은 아주 유창했다!(물론 이 역시 다 그런것은 아니겠지만)  그리고 굉장히 부드럽게 감기는 그 발음과 억양에 완전 놀랐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과 구가 조화를 이루는 상해는 정말 멋졌다.  서양의 것을 수용했지만 그 나라의 문화색까지 완전히 떨쳐지지 않은 그 도시에 나는 반했다.  그리고 '아, 내가 너무 단면을 보고 이 나라를 함부로 평가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론이 너무(그것도 너무 너무) 길었다.  이 책은 한비야씨의 중국어 유학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담고 있다.  나 역시 외국어에 많은 호시김을 갖고 있고 유창한 외국어를 서너가지 하는게 내 꿈이다.  이 책은 중국에서의 한비야씨의 중국어 정복을 위한 고군분투가 상세히 그려진 책이었다.  이런 것만 봐도 그녀는 참 도전정신이 강하다.  그리고 깡이 있다.  이런 것을 보면 나랑 조금 닮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도 깡다구라면 한 깡다구 하고 도전(희괴한 음식을 먹는 도전은 절대 제외) 역시 왠만한 것은 겁내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그녀와 나의 차이는 뭘까?  그녀는 꾸준히 노력했고 중국어를 '꽤 한다'는 경지에까지 이르렀단다.  그런데 나는?  한참 전 태국어를 공부한다며 한동안 설쳤고 최근에는 영어공부를 매일 하겠노라 다짐하기도 했다.  결론은?  잘 안되었고 잘 안되고 있다.  왜 그럴까?  그녀의 끈기가 내게 없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나는 자발적인 인간은 못되는지 약간의 강압 상태에서 좋은 성과를 내곤한다.  자주적인 민주시민은 글렀나보다.  매일 누가 내 영어공부를 체크하고 살핀다면 좀 나아진다는 얘기다.  이런 몹쓸 습관은 어서 고치도록 해야겠다. 

  그녀의 중국어에 대한 학구열은 참 본받을만 했지만 이 책에서는 그녀에게 조금 실망했던 것도 사실이다.  2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중국에서 자전거를 훔친 일(자신의 자전거를 잃어버려 남의 자전거의 보호줄을 끊고 취한 일.  물론 중국인이 그녀에게 '괜찮다'며 도왔다.  근데 책에서는 마치 수박서리처럼 가볍게 묘사되고 있다.), 거스름돈으로 우연히 위조지폐를 받고 그것이 위조지폐인지 알고도 사용한 일이다.  정말 솔직히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내 경우 같은 상황에서 한 가지를 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뭐냐면. 위조화폐를 그냥 사용하는 일일 것이다.  일부러 위조화폐를 만들어 내지는 못하겠지만 100위안을 내고 10위안짜리 위조 지폐를 네다섯장 받았다면 나는 들키지 않게 이것을 사용하려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한 장도 아니고 네다섯장인데다가 이것을 사용하지 않으면 경비가 줄어드는 것은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전거를 훔치는 일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건 절대 맹세코!  어찌되었건 나 역시 이런 인간이면서 나는 왜 그녀에게 실망했을까?  음....  그것은 일종의 공인에 대한 환상이기도 하고 완전성을 기대하는 것이기도 할 것 같다.  '그녀는 유명한 사람이니까 그렇지 않을 것이며 그러지 말아야 해' 라고 하는.  마치 인간들에게 사소로이 존재할 못된 습성이 그녀에게는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는 억지?  그렇지만, 그렇지만 그녀는 그렇게 하지 말아야 했다.  책을 읽으며 때로는 저자가 잘못 알고 있다고 생각되는 점과 편견들을 드물게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책과 작가를 무조건 맹신하는 일은 어리석인 일이라는 지론이다.  이런 것들을 통해 역시 배운다.  '이것은 보기 좋지 않은 일이군. 나는 그러지 않겠어' 정도의 생각을 한 순간 하게 되니 말이다.

  또 나는 외국여행을 한답시고 우리나라를 천시하고 업신여기는 한국인들은 정말 밥맛이다.  그럴려면 그 나라로 아예 귀화를 하지 그래?  그런데 이 책의 앞부분 지도상의 한국을 표현하는 부분에서는 조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우리나라가 작은 땅덩어리를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은 베이스 캠프일 뿐이며 세계를 무대로 삼아야 한다는 그녀의 설명은 그녀의 의도대로 되지 않은 것 같다.  '마음을 푸근하게 하고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곳은 클 필요가 없(p.24)'다는 말에 조금 의기소침해진게 사실이다.  이것은 주객전도가 아닐까?  세계야 말로 마음을 푸근하게 하고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곳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는 그저 꿈을 향한 발판 쯤 여기는 그녀의 설명은 정말 아쉬웠다.  (그나저나 난 왜 갑자기 애국심이 발동한게지? ^^;;)  오늘 날은 세계가 하나고 글로벌하게 사는 것이 맞다.  그러나 내가 있는 조국, 내 나라가 그 어떤 것보다 정신적 지주여야 할 것이다.  단지 세계를 보고 살것이기에 내 나라가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나는 분명 이 부분이 한비야씨의 설명이 잘못되었으리라 믿는다.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새삼 중국어는 아니더라도 한자를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상해여행을 하며 왠만한 간판이나 경고판에 적힌 중문은 몇 개의 아는 한자로 어림짐작 읽을 수 있었다.  그것이 반갑기도 했고 신기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요즘은 어린 아이들도 한자 급수시험을 많이 치른다.  예전에는 신문에서도 적지 않은 한자들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소개해 둔 것으로 보니 우리 나라 말에도 생각보다 많은 한자들이 섞여 있었다.  '한자로 표기가 가능하겠어' 할 법 하지 않은 단어들이나 표현에도 한자들이 굉장히 많이 사용되고 있었다.  그리고 한자의 뜻을 알면 우리나라 말도 좀 더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한 자 한 자 한자를 적어나가는 것은 수양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역시 공부라는 것은 해서 해가 될 일이 없고 내서 남 주는게 아니다. (공부해서 남 주는 사람이 된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한비야씨를 보며 다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끊임없이 배우는 삶보다 행복한게 또 있을까?  이 세상에 내가 모르다 죽는게 더 많다는 사실은 너무 아쉽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비통한 일이 또 없다.  우리에게 주어진 100년이 안되는 인생, 이 안에서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못하는 것은 정말 애석한 일이다.  그런데 공부라는 것은 알고보면 가장 경제적인 자기만족이다.  물론 석사, 박사 이런 학위를 따기까지는 많은 비용이 들지만 마음만 먹는다면 해당 학위를 가진 경지에 까지는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 충분히 가능하다. 

  한비야씨의 글은 참 읽기가 쉽다.  그리고 그녀가 약간 이 세상을 쉽게 볼 정도로의 자신감과 도전정신은 반드시 필요할 것 같다.  무언가를 위한 공부 그리고 도전은 숨이 붙어있는 한은 계속해야 할 것이다.  그게 살아가는 재미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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