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몽
황석영 지음 / 창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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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이 책은 읽기가 굉장히 힘들었다는 고백을 해야 할 것 같다.  정권, 세력, 빨갱이, 군사정변....  이런 류의 소재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할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왜 이 책을 집어 들었는가?  황석영이라는 작가의 신간이라는 것이 나를 솔깃하게 했고 어떤 내용인지 확인하는 작업이 없이 선택한 책이다.  이렇게 책을 선택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여하튼 나는 그렇게 이 책을 선택했고 관심사가 전혀 다른 이야기였지만 어렵게 또 흥미롭게 읽었다.  

  고등학교 1학년 즈음으로 기억한다.  그 때 서울의 삼풍 백화점이라는 곳이 무너졌다.  수많은 사상자를 낳았고 매몰된 한 여성이 오랜 기간 버티다가 구출되던 그녀의 모습이 뽀얀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지금의 이삼십대라면 모두가 그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이 책에서 역시 '대성백화점' 이라는 곳이 삼풍백화점처럼 무너지고 박선녀라는 여자가 그 곳에 갇히게된다.  작가는 '대성'백화점이라고 하지만 이것이 '삼풍백화점'이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독자는 없을 것이다.

  뿐 만 아니라 광복 이후의 강남이 형성된 배경들이 담겨있다.  삼풍 백화점 붕괴, 일제시대부터 권력의 힘으로 부를 형성한 정권 세력들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어디까지가 실화이고 어디까지가 픽션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왠지 작가가 말한대로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읽게 되었다.  이것이 소설의 힘이 아닐까?     

  책은 5장이고 주요 등장인물 역시 5명이다.  강남 룸싸롱 출신의 거물급 여사 박선녀, 친일과 미군정보부와 여타 정권의 힘으로 세력을 확장한 김진, 강남이 형성되면서부터 부동산에 열을 올렸던 심남수, 클럽과 범죄조직의 권위자 홍양태, 어려운 가정 형편의 임정아.  이렇게 다섯 사람이 등장한다.  이 이야기들은 어딘가 같은 연결고리를 갖고 있지만 독립된 이야기로도 존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쉬운 점은 작가가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한 꺼번에 늘어놓지 않았나 싶다.  숨가쁘고 바쁘게 이 다섯 인물들을 쫓가야 했다.  그러나 어쩌면 이 모든 것을 한 권에 집약했다는 사실이 조금 놀랍기도 하고 시대상이라는게 인물에 대한 묘사와 이러한 이야기 위에 '강남 형성사' 라는 큰 주제가 우뚝 세워진 것은 훌륭했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소설 속 부유층의 인물들을 조명했듯(김진, 이희철 등) 우리나라의 부자는 사실 존경받지 못한다. 평범한 소시민인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들에게 뭔가 꼼수가 있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소설 속 인물들 역시 그러했다.  정권에 빌어 힘을 얻고 권력을 얻고 돈을 얻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적나라하게 그려져 있다.  책에서는 '그들은 한달 생활비와 접대비에 당시 돈으로 삼억 오천만원, 하루 평균 천 이백만원을 썼다. 사십평대 아파트 한 채가 오륙천만원 하던 시절이었다. (p. 184) 라고 말하고 있다.  정말 어마어마하다.   

  또 오늘날까지 문제로 남아있는 친일파 문제.  어쩌면 이승만 정권때 친일파 척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기에 그것이 가지지 못했지만 올곧다 할 자들로부터 버리지 못할 미련과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친일파 몰아내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 밖에도 제주 양민 학살 사건, 광주 진압사건 등을 다루고 있다.  이것만 봐도 이 소설이 얼마나 끔찍했던 우리 역사를 담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스스로 이렇게 말했다.  '서서히 몰락해가는 상류가족의 일상을 보여주면서 현실세계가 어째서 변해야 하는가를 드러내준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지금 여기서 벌어지고 있는 사람살이가 어쩌면 꿈과 같이 덧없는 가상의 현실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 소설의 제목을 강남몽이라고 정했다.' 라고. 

  그러나 이 책은 작가의 통찰력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당대의 사회적 분위기와 사건 사고들을 '강남' 이라는 이 시대 제일 잘 나간다는 땅덩어리 위해 떡 하나 세워놨기 때문이다.  그것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하나의 이야기가 되었다는 사실이 참 인상적이었다.  또 작가가 당시대 인물들을 신랄하게 꼬집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꿈과 같이 비현실적인 현실.  이것이 바로 강남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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