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쇼크 - 부모들이 몰랐던 아이들에 대한 새로운 생각 자녀 양육 시리즈 1
애쉴리 메리먼 외 지음, 이주혜 옮김 / 물푸레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접하게 된 계기는 책 내용 중에 내가 다니고 있는 교육대학원 유아교육과 지도 교수님의 연구내용이 소개되어있기 때문이었다.  교수님의 수업이 내게는 아주 인상적이었고 유익했기에 책에 소개되어 있다는 연구 내용도 궁금했다.  그 이유로 이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지 않아 이 책을 또 얻게 되었다.  알고보니 이 책은 자녀교육서 부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남은 한 권의 책은 우리 유치원 원장님께 선물로 드렸던 일이 있다. 

  사실 이 책을 구입하고 읽게 되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세 달 전에 구입한 책을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이유는 다른 읽을 책들이 그 사이에 많이 있었는데 '양육쇼크'는 왠지 적당한 시간을 잡아 천천히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마 지도 교수님의 연구 내용이 들어있다는 것이 이 책을 특별하게 했고 이왕이면 그것을 진지하게 읽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내용은 그야말로 쇼킹하다.  나는 솔직히 아직도 이 모든 사실이 사실이 아닐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내 스스로 직접 연구해보고 결과를 들여다 보지 않는 한 믿지 못할 사실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은 칭찬의 역효과, 앓어버린 시간(수면 문제), 아이들은 왜 거짓말을 하는가, 영재 유치원 지능생활 탐구, 형제자매의 영향력, 청소년기 반항에 관한 과학, 자제심은 학습이 가능한가, 다른 아이들과 잘 놀기, 왜 한나는 말을 하는데 알리사는 못 하는 걸까, 왜 백인 부모들은 인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 걸까 이렇게 10chapter로 구성되어 있다. 

  칭찬.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칭찬 속에서 자란 아이는 ~를 배우고.....' 하는 류의 시구도 떠오른다.  그렇다면 칭찬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게 아닐까?  이 책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과학적 근거를 들고 연구내용을 들어 반박하고 있다.  나 역시 학부모의 상담 요청에 "우리 아이는 자신감이 없어요" 하면 망설이지 않고 "칭찬을 많이 해주세요" 라고 대답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은 과도한 칭찬, 잘못된 칭찬이 아이에게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  '아니, 칭찬이 아이에게 끼치는 악영향이 있어?  지나치면 그 아이가 약간 교만해진다는 것 외에 악영향이 있다는거야?' 그랬다.  아이들이 칭찬중독에 걸리기도 하고 칭찬을 많이 받아온 아이들이 문제해결에 있어 더욱 주춤하고 피하려 한다는 연구결과를 증거처럼 내세웠다.  그리고 칭찬은 타고난 특성이나 기질을 향해서는 안되고 아이의 행위와 노력을 위해서 행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받아왔다고 하자  그러면 부모의 아이의 기를 살려줄 양, "우리 아들 정말 똑똑하구나. 역시 내 아들이야." 하고 오버하기 일쑤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그 보다는 "열심히 공부를 하는 것 같았는데 노력한 보람이 있구나" 하는 식으로 칭찬하기를 권하고 있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지나침은 아니함만 못하다' 이는 칭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고 또 칭찬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문제였다. 

  그리고 수면 문제.  세상에.  참 재미난 연구들을 많이 한 책이다.  만약 나에게 자녀가 생기고 그 아이가 중대한 시험을 앞두고 있다고 가정하자.  나는 그 아이의 방에 늦도록 불이 환히 켜져 있기를 바랄 것이다.  물론 좋은 결과를 얻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시험이 내일인데 초저녁 저녁을 먹는가 싶더니 슬그머니 누울 채비를 한다면 "넌 내일이 시험인데 책을 보지 않아도 되겠니? 지금 벌써 자려는거야?" 하며 못마땅해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수면이 얼마나 중요한지 여러 실험을 통해 증명해 보이고 있다.  A학점을 받은 학생은 B학점을 받은 학생보다 평균 15분을 더 자고 B학점을 받은 학생은 C학점을 받은 학생보다 15분을 더 자고 있다는 연구 결과이다.  또 학생들의 아침 등교시간을 한 시간 늦추자 성적이 향상되는 그야말로 기이한 연구들을 소개하고 있었다.  왜냐면 잠을 자는 동안 그 날의 학습 내용을 더욱 안전한 창고로 옮기는 작업이 진행된다고 한다.  역시 뇌과학을 모르고는 아무도 알 수 없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연구가 진행된 곳은 대다수 학생들의 아침 등교시간을 늦추었다고 한다.  또 비만과도 관련이 있단다.  잠을 잘 자는 사람은 잠을 덜 자는 사람들보다 날씬할 확률이 높았다.  이런 수면과의 관계들은 놀라웠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상, 나는 적어도 미래의 내 아이가 잠을 조금 더 잔다고 해서 '잠만 자는군' 하며 혀를 차지는 않을 것 같다. 

  또 아이들의 거짓말 문제.  아이들의 거짓말.  어떻게 여기는가?  대다수 어른들이 '애들이 그럴 수도 있지 뭐. 좀 크면 나아지지' 라고 여긴다.  나 역시 아주 큰(?) 거짓말이 아니고야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이런 아이들의 거짓말이 결코 시간이 지나며 더 나아지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다시 말해, 아이들의 사소한 거짓말에라도 부모나 교사는 적절하게 반응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이가 거짓말을 했다고 여겨질 때 "어째서 그런 거짓말을 한거지?" 하고 바로 묻기 보다는 "사실 그대로를 이야기 할거라도 약속할 수 있니?" 라고 한 후 아이에게 거짓말 문제를 이야기 하였을 때 훨씬 많은 아이들이 사실을 이야기 했다.  이것은 바로 문제에 직면함으로 인해 아이들이 거짓말로 스스로를 더 방어하도록 하느냐 아니면 사실을 말하기로 하며 한 숨 돌리느냐에 있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영재를 판별하는 일.  이 chapter의 주된 내용은 바로 교수님의 연구 내용을 토대로 하고 있다.  대다수 국가가 영재를 하루 빨리 선별해 이들에게 적절한 교육으로 그 영재성을 개발하고자 한다.  그런 중에 영재를 식별하는 과정에서 치러지는 테스트들이 신뢰도가 굉장히 낮다는 내용이다.  이 내용에 관해서는 수업 중에도 굉장히 많이 언급해준 사실이었다.  지능검사라든가 영재검사 등 이런 목적을 갖고 만들어진 도구들이 대다수 신뢰도가 낮으나 이상하리만치 맹신하고 있는 것에 대해 여러 차례 말씀 하셨다.  이 책 역시 교수님의 그런 연구 결과가 타당하다고 증명하고 있었으면 비슷한 연구들에서 도출된 결과 역시 다르지 않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기존에 만들어진 도구들의 불완전성이 문제일까, 유아들이 발달하며 시시때때로 다른 모습을 보이기 때문일까?  둘 다에 약간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흥미로운 연구를 계속하는데 포커스를 맞춰보자면 보다 더 신뢰도 있는 완전성이 높은 테스트 도구를 구상해 보는 일도 재미있을 것 같다. 

  이 밖에도 형제자매의 영향력, 청소년기 반항, 자제심, 사교성, 언어습득능력, 인종문제에 따른 편견들을 뒤엎는 연구 보고들이 이어지고 있다.  모두 흥미로운 연구 내용이었고 또 그 가운데 좀 더 재미난 연구를 할 수 있는 부분들이 보여지기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며 놀라면 놀랄수록 우리는 그동안 큰 편견에 사로잡혀 아이들을 대해 왔다는 사실이 여실히 증명되는 셈이다.  과학의 힘을 앞서는 인간들의 맹신이 자칫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여러 주제와 연구 결과를 들어 소개하고 있는 책이었다. 

  자녀교육서를 읽다보면 늘 드는 생각 '다 같은 얘기야.  누가 몰라서 못 해? 안되니 못하는거지' 하는 탄식이 터져나온 일이 많다.  그러나 이 책은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하세요' 하는 지침서가 아니다.  보고서이다.  그렇기에 당장에 내 아이를 위해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보다는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시스템을 개편한다던지 삶의 방식을 바꿔본다던지 하는 비교적 큰 변화를 꾀할 수 있는 소스를 얻을 수 있는 책이다.  우리가 그 동안 가져온 아이들에 대한 편견, 이것이 어떤 것이며 어떤 편견에 지배당하고 있는지를 알고자 한다면 이 책이 가장 적합할 것 같다.  아니, 이런 내용의 연구 보고는 거의 유일무이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유아교육자로서도 굉장히 유익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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