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디스크를 가장한 후속편인 [fate/hollow ataraxia]도 발매됐고, 이제 모레부터 [fate/stay night]의 애니도 방영이 시작될 예정인 지금에 와서야 드디어 [fate/stay night] 세이버 루트의 끝을 보게 됐습니다. 아래로는 스포일러 투성이가 될 예정입니다-_-
[월희]의 대성공을 기반으로 타입문은 동인팀에서 상업회사로의 진화를 시도합니다. 그리고 회사의 재편을 선언한 이후 최초로 내놓기로 한 작품이 바로 [fate/stay night]였죠. 워낙 [월희]의 성공이 대단하긴 했지만 과연 동인팀으로 상업시장에서 제대로 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월희]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불안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월희]의 설정에 느슨하게 기대고 있긴 했지만 [fate/stay night]는 거의 완전히 새로운 내용이라고 해도 될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나 2004년 1월에 발매된 [fate/stay night]는 그 해의 에로계 게임(그렇습니다-_- 18금인 겁니다....) 세일즈 랭킹 1위(146686장)를 차지하면서 그간의 잡음들을 완전히 잠재워버리는데 성공하며, 동시에 <월희>와 맞먹는 열광적인 팬덤을 만들어내기에 이릅니다.
듣던대로 세이버루트의 끝장을 보는데만도 어지간히 시간 많이 잡아먹더군요-_- 가뜩이나 비대했던 <월희>보다도 텍스트양이 월등하게 늘어나서, 미친듯이 넘겼는데도 불구하고 거진 12, 3시간 정도는 소비된 거 같습니다. 그래픽이나 음악이 전작에 비해 압도적으로 좋아진 거야 당연히 상업회사로서의 감각이 뒷받침된 결과로 보입니다.
온전히 텍스트 자체로만 본다면, 액션씬을 만들어내는 나스 키노코의 문장력은 [월희]보다는 확실히 업그레이드된 듯 합니다. 심심찮게 등장하는 특유의 장광설과 감정포화 상태는 라이트 노블-이쪽 업계 게임의 하나의 법칙으로 넘길 수 있는 것이겠고.... 확실히 이 작가는 2차 창작물과 팬덤에 대한 날카로운 센스가 있습니다. 아마도 허약한 문장력과 계산된 연출의 절묘한 결합의 결과라고 생각하지만 항상 독자에 의한 재창작의 여력을 만들어두고 있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재밌더군요. 이게 가장 중요한 거겠지만, 일단 이 이야기 자체가 저의 센티멘탈한 약점인 묶여진 시간에 대한 이야기라서-_- 저 히로인, 세이버의 정체란 게 바로 아서인데,(엑스칼리버 휘두르는 그 아서 맞습니다-_-) 수많은 고전들의 세계에서 흰털복숭이 할배로 그려지던 양반이 대놓고 에로씬을 연출해내는 미소녀 캐릭터로 바뀐 것에 대해서 적절한 위화감을 느껴야 했으나....
뭐, 마지막에 이 장면 나올 땐 그런 거 하나도 생각 안 나더군요-_- 나스 키노코의 달콤한 입담에 넘어간 탓인지 아무튼지간에 맘에 드는 결말이었습니다.
나머지 두 개의 루트도 이제 슬슬 해볼까 생각중.... 이긴 한데. 뭔 시간을 저리 잡아먹어서야....-_-
그리고 이놈이 방영될 예정인데... 어떻게 된 놈이 프로모션 영상에서부터 후덜덜하게 작화가 망가지는 꼴을 보여주는지라 지난 JC스텝의 [월희]에 이은 타입문팬들의 악몽이 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발매 첫날 20만장을 팔아치우면서 하루만에 전작의 판매량을 가뿐히 날려버린 [fate/hollow ataraxia]. 그러나 그 무지막지한 판매량 뒤에는 초판 한정 특전인 텔레폰카드를 노린 오타쿠들의 중복 구매 러시가 있었다는 얘기가 있는 걸 보면, 실제로 구입한 이들의 수는 10만 명 내외가 될 듯 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현대기술의 사상적 바탕이자 척도인 '복제'가 그 배의 배수 정도의 사람들에게 이 게임을 전파하게 만들테지만요. 그림은 작년 12월 29일자로 발매가 시작된 통상판 케이스 표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