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도 구하고 간만에 데몬시디도 장착했겠다 하드 구석에 박혀서 용량만 차지하고 있던 리프의 2003년도 작품인 이 물건도 꺼내서 플레이를 해봤다. 실로 얼마만에 미연시 게임 플레이인 것인가.

방식은 뭐 그 옛날, 히로인 단둘에 궁핍한 CG를 여동생 메이드와 소꼽친구 무녀라는 무시무시한 설정으로 몰아부쳤던 [위드유]의 허술한 일방통행 시스템이 생각날 정도로 죽죽 가다가 선택지 픽 하나 튀어나오고 하는 정도고.... 그래도 [피아 캐럿에 어서오슈]의 명장들인 펭귄팀이 만들어내는 CG들은 이런 분야의 이런 CG중에선 최강이라는 평가를 들을만 하다. 음악도 제법 훌륭.

역시 이런 류의 게임은 심금을 때려대야 하는 스토리의 힘에 게임의 목숨이 달려있다고 봐도 좋은데, 외피는 순애스러운 이 게임의 스토리는 그간 순애물들이 보여주던 노선과는 다른 길을 걷는다. 보다 하드보일드해졌다고나 할까. 섹스로 시작한 관계의 딜레마, 사랑하는 것과 섹스하는 것을 구분할 수 있을까,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선까지 가능한 것인가.... 하는, [클로저]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들을 고등학생들 주제에 거리낌 없이 설파하고 있다. 첫장면부터 박력있는 빠굴씬을 등장시켜 주는 게임의 성향에 비추어 열심히 당근수치 쌓아 꼬셔서 결국은 에로를 하고 영원할 것만 같은 여름 한가운데에서 쿠스쿠스거리는 실웃음을 내뱉는 것은 이젠 어린이들의 영역이라 이건가.... 그러고보니 계절적 배경은 겨울. 궁상 맞다면 궁상 맞다고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좋게 얘기하면 체액교환이 수반될 수밖에 없는 연애의 섬세한 영역을 나름껏 잡아냈다고도 할 수 있을 듯.

한 시간 정도 해보고선 엔터를 연타해대는 일에 지루함을 느끼는 자신에게서 세월의 흐름을 발견했도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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