젯 셋 라디오, 신화나 되어라.

가끔씩 우리는 시대를 너무 앞질러서 나온 작품들이 대중의 무관심 속에서 처절하게 묻혀버리는 것을 보곤 한다. 그런데 세가는 그런 게임이 너무 많았다. 매니악한 센스, 언제나 너무 이른 시기에 나와서 실패해버리는 마케팅 포인트, 가끔씩 내놓았던 다소 골 때리는 게임성의 작품들과 도대체 어디에 써먹으라고 개발된 건지 모를 부수 하드웨어들 등등. 세가가 결국 콘솔 사업을 접고 서드파티 전문회사로 기업을 재편하는 동안에 보여줬던 장면들은 거의 그 수순에 이르게 된 게 충분히 이해가 가게 만드는 도정이었음이라.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당연한 것처럼 세가매니아라 불리는 이들이 당당하게 존재하여 아무도 안 사가는 걸 그들만큼은 열심히 사가곤 했으니 그중에 우스타 쿄스케(멋지다 마사루. 현재 피리 만화 연재중)가 끼어 있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이치.... 그 세가의 마지막 자체 플랫폼인 드림캐스트의 초기.... 뿐만 아니라 후기에 이르러서도 이놈의 하드웨어에 소속된 게임들은 하나같이 뭔가 매니악한 느낌이 들거나 아케이드 컨버전이 주를 이루는, 다분히 하는 사람만 할 것 같은 게임들을 양산해냈는데 그중 가장 빛나는 것이 바로 이 [젯 셋 라디오]였다.

게임 내용은 간단하다. 유저는 도쿄, 그중에서도 시부야를 중심으로 롤러브레이드를 타고 다니며 그래피티질을 해대는 동네 양아치가 되서 양아치들의 자유와 열정을 짓밟으려 하는 부자놈과 경찰들을 포함한 떨거지들을 무차별 그래피티를 통해 엿먹이는 것이 목적이다. 플레이어는 곳곳에 널려있는 스프레이들을 먹어서 잉크양을 콱콱 채워놓고 정해진 장소로 가서 그래피티를 직직 그리는 짓으로 한정 시간 내에 정해진 수의 그래피티를 채우면 미션 클리어.




이 게임이 일단 먹어주는 것은 그 스타일에 있다. 셀쉐이딩 기법을 처음으로 도입한 게임이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매끈한 센스를 보여주는 그래픽은 그래피티 전문가를 불러서 고안됐다고 설명된 만큼, 스트릿 그래피티 스타일에 더없이 들어맞는 감각을 펑펑 쏟아내고 있다. 거기에 그루브감이 넘쳐나는 다양한 일렉트로니카 트랙들은 해보지 않고도 이 게임을 충분히 사랑스럽게 만들어준다. 개인적으로 최고의 게임 사운드트랙을 꼽자면 [스트리트 파이터3 서드 스트라이크], [괴혼], 그리고 이 사운드트랙을 꼽아준다.



그러나 이 게임의 게임성이란 것도 결코 스타일에 비해 만만치 않은 것이라, 처음엔 게임 자체가 낯선 감각을 제공하기 때문에 조작이 다소 어려운 감이 있긴 하지만 일단 익히고 나면 마약이 따로 없다. 카툰랜더링과 일렉트로니카가 만들어 놓은 발랄유쾌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역회전, 벽타기, 지붕타기 등등의 액션들은 [매트릭스]의 공간비틀기와 비슷한 쾌감을 안겨주는데 가끔씩 놀라울 정도의 속도감도 보너스로 제공된다.



그러나 이 모든 혁신적 요소와 게임성에도 불구하고 게임의 판매량은 8만장.... 도 안 나갔던가. 아무튼 이후 드림캐스트의 미래를 예언하는 것처럼 대단히 암울했다. 물론 그렇게나 엄청나게 안 팔린 덕에 이후 [사립 저스티스 학원2]와 더불어 값이 내려갈 생각을 안 하는 대표적인 중고GD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되지만. 아무튼 그 탁월한 게임성 만큼은 여전한 자장을 발휘됐던지라 이후 엑스박스로의 컨버전 및 업그레이드가 이뤄지는데 그것이 바로 [젯 셋 라디오 퓨처]. 전작의 조작이 다소 어려웠다는 비판을 수용하여 컨트롤러 조작이 훨씬 쉬워졌으며 시간제한이라는 요소를 제거하여 한층 여유있게 게임을 즐기게 만들었다.... 만. 이것도 7만장도 못 나갔던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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