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클리어속도는 실업상태 기간에 비례한다-_- 아무튼지간에 끝을 봤습니다.

아주 전형적인 일본식 RPG. 자유도는 눈꼽만치도 없고 그냥 시나리오 따라서, 지시방향 따라서 열심히 삘삘거리며 달려가서 몬스터 족치고 일방통행하는 스토리 즐기고 하면 되는 게임이라 심적부담이 전혀 안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난이도가 현저하게 낮은 편이었고, 스토리는 전형적이고, 뭐 나쁘진 않았다 정도. 아이템 100% 수집 강박 같은 건 없으니 이후 봉인 예정. 이 게임의 백미는 역시 각 캐릭터 간의 액션 타이밍을 응용한 전투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게 꽤 중독성이 있습니다. 흡사 뻔한 확률 게임인데도 결국은 즐기게 되는 포커와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동영상 스킵 기능이 없다는 게 안타깝더군요. 그 덕분에 난이도가 낮은데도 불구하고 상당히 오래 걸렸습니다. 비슷한 대사에 비슷한 내용이 신물날 정도로 반복되서 지치게 만들더군요.

그러고보니 이게 2000년에 나온 물건.... 벌써 6년 전 물건을 이제사 플레이하면서 즐거워하고 있었는데.... 다음 클리어 목표는 추억의 [이스2 이터널]! MSX시절에 이미 전설이 되어 있었던 이 유명한 시리즈의 리메이크작은 사실 예전 시스템에서도 잘만 돌아가는 바였으나 순전히 귀찮아서 책상 밑 어딘가에 쳐박아두고 있던 중, 미취업 상태라는 비참한 현상황에 힘입어 남는 시간에 다시금 사랑 받기 위해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사나이의 몸통박치기를 통해 두 여신과 미녀 한 명을 한꺼번에 쌈싸먹는 빨간머리 정력왕이 펼치는 감동의 일대기 속으로 다시 한 번 들어가볼까 합니다....

...얼른 알바를 구해야겠는데-_-


처음 공개됐을 때 화제가 됐던 화려한 오프닝은 신카이 마코토가 감독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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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S게임의 원류이자 명가인 ID소프트에서 제작한 FPS게임의 고전인 울펜슈타인3D의 후속편. 탁월한 게임성으로 울페너라고 불리우는 골수팬들을 만들어냈으며 여전히 관련 커뮤니티들이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개인적으론 게임잡지 부록 번들로 나왔다는 게 한때 충격으로 받아들여졌었던 꿈의 게임.

 

그래픽 카드에 라데온 7000 장착. 친구님의 아름다운 은혜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카트라이더 약 70% 가동, 에일리언 대 프레데터, 그란디아2, 햇살 속의 리얼, 길티기어 젝스,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 완벽 구동. 덕분에 24시간 게임만으로 풀가동중....

은톨이 되는 거 정말 쉬운 일이구나-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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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랭글홀드

애플시드

2004년부터 제작예정 목록에 [적벽대전], [닌자거북이], [히맨] 등을 올려놓고 있었지만 아직 어느 하나 소식은 없고.... 되려 자신이 세운 게임회사인 타이거힐에서의 결과물이 먼저 나오기 시작하는군요. 하긴, 그렇게 연타석으로 죽을 쑤었으니 일거리는 잘 안 들어오고 그 자신으로선 뭔가 성과가 필요했겠지만 말이죠. 사람들이 [매트릭스] 이후에 쏟아진 그렇고 그런 아류들에 아주 단단히 질려버린 결과이기도 하겠고. 그자신도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적당히 당시 조류였던 전쟁영화장르를 통해 변신을 시도했던 [윈드토커]는 망했지만-_-

오우삼 영화의 감수성은 마치 좀비물이 현대에 와서 게임의 감수성으로 부활한 것처럼, 일찌감치 다음 세대인 게임세대의 감수성에 더 들어맞았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워쇼스키 남매가 본능적으로 그 지점을 간파해내고 [매트릭스]를 만들어낸 것이겠구요. 맞아도 죽지 않는, 인간-타자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사냥할 때의 양심의 가책 따윈 느낄 필요가 없는 좀비라는 대상과 기관총 쏘듯 나가는 쌍권총과 발레댄스를 연상시키는 부드럽고 역동적인 몸놀림이라는 비현실적인 미학을 수반되는 오우삼 영화의 자장은 게임이라는 유저 본위의 조작 가능한 매체에서 각자 몹과 유저라는 두 영역으로 그 기본적인 성격이 서로 일치되는 코드겠죠.

그런데 저 [스트랭글홀드], 아무리 생각해도 영 아니군요-_- 일단 우리는 [맥스페인]이나 [건그레이브]와 같은 무제한 총질발레 게임을 거나하게 접한 바가 있는데다 그 다대일의 때려부수기형 액션 게임들이 얼마나 쉬이 지루해질 수 있는지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모든 문제적 요소들을 저 동영상 한 편에서 감상이 가능하네요.... [매트릭스]의 도착 이후 오우삼 전매특허 이미지들의 남발에 따른 오리지날이었던 오우삼의 입지축소처럼 그의 게임업계행 막차는 너무 늦은 게 아닐까요.

그러고보면 좀비와 건액션, 매트릭스식 카메라워킹을 하나로 합친 기념비적인 영화가 한 편 있습니다....


 

바로 요것.

리뷰-사람 잡는 영화 "the house of the d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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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콤의 [바이오 해저드]가 가져온 것은 게임역사에 있어서 자사의 전설이었던 [스트리트 파이터2]에 필적할 정도의 대성공과 게임 컨텐츠의 다종화였습니다. 특히 [바이오 해저드]를 기점으로 호러라고 하는 장르가 비디오게임 시장에 깊숙하게 들어오게 됨과 동시에 좀비물이라는 장르에 대한 재해석이 이뤄지는 계기가 되었죠. 따라서, 그 이후에 비슷한 아류물들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은 시장의 논리에 비추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 목록중에 코나미의 [사일런트 힐]이 끼어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고 그런 아류작의 운명에 이 게임도 편승하게 되리라 생각했었죠.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사일런트 힐]은 [바이오 해저드]와는 확연히 다른 구분점을 가진 게임이었습니다. 간단하게 묘사하자면 [바이오 해저드]가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쇼크요법과 무차별 학살의 쾌감을 보장하는 롤러코스터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면 [사일런트 힐]은 그보단 무겁고 심리적인 측면을 자극하며 모호하면서도 은밀한 공포를 담보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인간이 가진 어둠과 악덕으로 인해 생겨난 악몽 같은 비전을 보여주는 묵직한 스토리, 찔끔찔끔 나오는 총기와 주로 타격계 물건들로 게임을 풀어가야 하는 제한된 상황, 그리고 끝간데 없이 펼쳐진 안개 낀 공간에서의 활보, 또 그와는 정반대인 녹이 잔뜩 슬은 지저분한 폐쇄공간이라는 조울증을 연상케 만들 정도의 급작스러운 배경전환이 전해주는 공포에서도 비롯됩니다. 특히 여기서 사일런트 힐이라는 공간을 디자인한 코나미 스탭들의 오리지날리티는 대단한 것으로 녹슨 철창과 타액이 흘러내린 듯 누렇고 지저분한 벽들, 그 사이로 유난스럽게 어둠이 강조되는 폐쇄공간들은 그자체만으로도 독창적인 공포의 기운을 전해주기에 충분합니다. 흡사 러브크래프트가 꿈꿔왔던 현실의 틈에 강제로 만들어진 이세계의 사악한 공간을 그대로 표현해낸 것 같다고나 할까요.

 


이 양반이 야마오카 아키라.

그 탁월한 공간감과 더불어 무엇보다도 [사일런트 힐]이 대단했던 점은 바로 소리가 만들어내는 공포감을 인지하고 정확하게 잡아냈다는 점이었습니다. [사일런트 힐]에서 플레이어가 적이 다가옴을 인지하게 만드는 것은 고장난 라디오가 만들어내는 소음을 통해서입니다. 사방이 안개나 어둠으로 덮여있는 막막한 공간의 한복판에서 있을 때 그 지지적거리는 소리가 만들어내는 공포는 플레이해 본 사람이면 잊기가 힘들죠. 그 뒤로 굵직한 코나미게임을 다수 맡았던 베테랑 음악가인 야마오카 아키라의 사운드디자인과 음악들이 있습니다.  배경에 포진하여 이 게임의 공포를 만들어내는 소리들은 공장의 기계소리, 표현하기 힘든 웅웅거림, 사이렌 소리, 소화기관이 내는 소리와 같은 일상적인 소음들을 통해 성립되는데, 그 낯설은 일상성이 전해주는 인상은 게임의 공포감을 끝까지 올려놓는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이거 하느라 밤샜다-_-

[사일런트 힐]은 플레이스테이션 포멧으로 일본이 아니라 미국에서 먼저 발매되어 호응을 얻어내는데 성공합니다. 물론 [바이오 해저드] 만큼의 대히트는 아니었지만 게임이 전해주는 내밀한 공포감과 [바이오 해저드]를 능가하는 호러게임이라는 입소문은 이 게임의 판매치를 보장하고 골수 매니아들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하죠. 덕분에 속편인 [사일런트 힐2]는 플레이스테이션2의 포멧으로 나오게 됩니다만 소수의 지지를 제외하면 역시 전작의 압도적인 공포감에는 조금 못 미친다는 평을 받게됩니다. 이어서 플스2의 기능적 한계를 시험하는 듯한 그래픽을 갖춘 [사일런트 힐3]도 발매되는데 이 게임이 보여줬던 외양적인 탁월함과 게임성은 전작에 실망한 이들도 만족하게 만들었습니다만, 이때쯤 이르면 이젠 하는 사람만 하는 게임이 됐다고나 할까요. 호평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은 썩 좋지 않았습니다. 이후 발매된 [사일런트 힐4]는, 참 여기까지 오면 이 게임도 어지간히 길게 온 시리즈라는 인상이 들지만은, 아무튼지간에 그리 성의있게 만든 인상이 안 드는데다 긴장감도 전작들에 비해 현저히 떨어져서 여러모로 악평을 많이 받았습니다.

 



어찌되었든 호러게임의 또하나의 명작인 [얼론 인 더 다크]를 본좌 우베 볼에게 맡겨버리는 만행을 저지른 헐리웃에서 이정도의 컨텐츠를 가만히 냅둔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겠지요. 영화화 판권은 트라이스타에게 팔렸으며 그쪽 이사진엔 우베 볼의 팬이 한 명도 없었던 모양으로 스탭목록엔 꽤나 다행스러운 인물들이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우선 그 중요한 음악 부분을 게임판을 맡았던 야마오카 아키라에게 그대로 던져주었습니다(이 부분만으로도 45.89%는 먹고 들어가는 겁니다). 덕분에 이펙트를 깊게 넣은 [사일런트 힐] 특유의 몽환적이고도 음울한 류트와 기타 사운드를 다시금 맛 볼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로저 애버리([킬링조이]의 그 양반. 타란티노의 친구라는, 당사자로선 살짝 짜증나는 껌딱지 보유. 대체 얼마만인가.... 싶더니만 이후 각본목록에 로버트 저멕키스의 [베어울프]도 껴있고... 돈 안되는 자기 영화의 연출과 그래도 돈이 좀 되는 각본을 병행하며 열심히 산 거 같습니다.)에게 각본을 맡기고 크리스토퍼 갱스가 연출을 맡은 영화판이 드디어 올해 봄에 개봉예정으로 잡혀 있습니다.

http://www.ropeofsilicon.com/trailers.php?id=2158&PHPSESSID=02e922fda891173719fc7cfe2ba8fa02

일단 스토리는 공개된 트레일러만 봐선 1이 배경일 듯 싶군요. 원작의 세계관을 망쳐놓기 보단 계승하는 쪽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감독의 전작인 [늑대의 후예들]이 무진장 지루했던 것과는 반비례로 [크라잉 프리맨]은 아주 골수 B급 액션영화의 자질을 충실하게 지킨 덕에 꽤 즐겁게 본 기억이 있기 때문에 나름 기대는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제작자는 그의 영화에 꾸준하게 돈을 투자해왔던 사무엘 하디다인데, 그에 반해 이 감독의 페르소나라고 할 법한 B급 액션영화계의 왕자인 마크 다카스코스는 이번엔 안 나오나 보군요. 카메오로라도 등장할려나.... 하고 있는데. 이 영화 끝나고 감독의 바로 다음 작품에서 주연으로 영화 찍네요. 크리스토프 갱스 본인이 직접 각본까지 맡은, 감독 일생의 야심작이 될지도-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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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6-02-20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발 '싸일런트 힐'의 흐뭇함을 망쳐버리지 말았으면... 그 우웩(!) 볼이라는 양반이 '하우스 오브 데드'도 망쳐놨다던데...
'사일런트 힐' 3편이 쵝오였죠. 전혀 매니악하지 않다구요. 얼마나 인기가 많은뎅.. ^_^

hallonin 2006-02-20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오, 그런가요? 3가 상업적으론 상당히 재미를 못 봤다고 해서-_- 뭐 우리나라에는 한글화 동시발매가 이뤄져서 제법 이슈였지만 말이죠.
 



드디어 끝을 봤습니다. 눈은 충혈됐고 위장엔 빵구가 날 것 같으며 머리는 떡져있고 우리집 늙은 강아지께선 제 이불 속에서 나올 생각을 안 합니다. 아무튼 끝냈습니다-_- 소개 및 감상 및 스포일러 들어가겠습니다.

 

[fate/stay night]는 총 3개의 루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Fate, Unlimited Blade Works(이하 UBW), Heavens Feel(이하 HF)의 세 루트로 각각의 루트에는 에피소드를 대변하는 히로인이 하나씩 내정되어 있습니다. 자랑스럽게도 에로 게임이란 걸 잊어주지 않는 제작사의 배려가 아름답습니다.... 라고도 볼 수 있겠고. 그보단 좀 더 근본적인 문제로서 기능하는 일종의 구분법이기도 합니다. 개개의 에피소드는 각각 같은 시공간의 다른 이야기들이라는 패러렐월드의 법칙을 따르고 있습니다.



dream heart사이트의 인드라지트님이 지적한대로 저 세 루트는 순차적으로 소년-청년-성인의 이야기를 은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게임의 구조가 무조건적으로 fate루트의 클리어를 가장 먼저 강제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얘기겠죠. 아래 포스트에도 올렸듯이 아서왕의 환생이신 이 아가씨, 세이버가 히로인인 fate루트는 많은 이들이 이 게임이 소년만화의 극적구조를 가져왔다고 오해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소년만화적 구조가 적극적으로 도입된 건 사실입니다만, 그것은 적어도 이 fate루트에만 해당되는 얘기입니다. 아무래도 첫 도입이기도 하니까 비중면에서도 인상이 깊었던 덕도 있겠지요.

 



세이버의 디자인적 원형은 아틀라스+세가의 합작품으로 괜찮은 반응 및 골수팬을 만들어냈던 이 횡스크롤 게임, [프린세스 크라운]이 아닐까 추정해봅니다. 1997년작으로 상당히 매니악한 인기가 있었죠. 전례를 하나 더 꼽자면 [사무라이 스피리츠]의 샤를르트도 있군요.

괄괄한 칼잡이인 이 금발 미소녀의 이야기는 무투의 과정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동료애와 존나 짱쎈 적과의 혈투를 겪으며 차곡차곡 나아간다는 점에서, 대개 에로계에서 비장의 무기로 보여주는 경향이 있는 3P 플레이가 첫 에피소드인 주제에 버젓이 등장한다는 점만 제외하면 아주 제대로 소년만화틱하게 나아가는 셈이죠. 그리고 자빠링을 통한 정기의 주입이라는 설정은 아주 완전 와룡강 에로무협지입니다만 이건 뭐, 에로게임 제작자들의 기호와 업계의 현실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경우라고 해야겠지만요. 하지만 그런 소소한 부분을 제외하면 이 에피소드는 말하자면 fate의 세계에 대한 입문으로 아주 적절했던, 달콤한 조미료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뭐 아래 포스트에도 밝혔듯 오랜 인고의 시간 끝 마지막에 깊은 안식이자 달콤한 꿈을 꾸기 위해 잠드는 세이버 얼굴을 보면 아무 생각 안 들게 됩니다-_-

 



앞서 밝힌 것처럼 두번째 루트인 UBW는 청년을 은유합니다. 그래서 이 에피소드는 청춘, 신념의 지속, 혹은 폐기, 미래에의 고민과 미래와의 갈등이라는 청년의 고민을 다룬다 할 때 정석을 달리는 소재들이 중심에 나와 있습니다. 따라서 팬덤에서 가장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것이 이 UBW루트임은 어찌 생각하면 당연하기도 하거니와 동시에 이 게임의 주요 유저층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있기도 하죠-_- 자빠링의 형태에 있어선, 첫번째 에피소드에선 일방적인 에너지 주입이 목적이었던 것이 여기선 상호간의 조율의 목적으로 쓰인다는 점도 흥미로운 점이고. 모두가 그 충격적이라던 반전이 어떻게 된 게 저는 게임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서 그냥 그렇게 될 것이라고 예상을 했었기 때문에 전혀 충격적이지가 않았습니다-_- 생각해보니 완벽에 가까운 해피엔딩 결말이나 그에 준하는 해피엔딩만이 준비되어 있다는 점에서, 또한 라이트 유저들의 호응이 있었을 듯도 싶습니다. 저로서는 도리어 가장 와닿지 않는 에피소드기도 했습니다만.... 수도꼭지를 비유로 쓸 정도로 현대문명에 해박함을 보이는 아서왕께서 현대 일본의 여러 부분에선 엉뚱한 문맹 노릇을 하는 모순 또한 거슬리는 나스 키노코의 에러였습니다.

 



그리고 문제의 마지막 HF루트입니다. 실제로 [fate/stay night]에서 가장 중요한 의문사항들이 밝혀지는 에피소드임에도 불구하고 광범위한 fate팬들이 가장 싫어하는 에피소드기도 합니다. 더군다나 자빠링은 현저하게 늘어났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죠-_- 그것은 이 에피소드가 앞서 플레이해야 했던 두개의 루트에 비해서 이질적일 정도로 어둡고 폭력적이며 가학적인 인상까지 주기 때문입니다. 아예 극구조 자체가 다른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겠군요. 앞의 두 개가 상승과 전진이라고 한다면 이 이야기는 하강과 침식으로 그 인상을 요약할 수가 있습니다.

청년의 이야기를 다룬 UBW루트에 비해 음울하고 희망이 안 보이는 HF루트가 받는 푸대접은 유저계층적인 측면에서 봐도 납득이 가는 바입니다. 이 루트가 성인 유저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은 확연한데, 그 증거로 여기서 드러나는 섹스가 더이상 앞서의 에피소드들이 보여줬던 목표달성으로서의 섹스가 아니라 폭력적인 일상의 연장을 보여주는 도구로써 쓰이고 있다는 걸 들 수 있겠습니다. 히로인인 사쿠라의 육체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십수년간 가학적으로 다뤄진 몸이고 그로 인해 혼란스러운 자아를 가지게 된 그녀는 에피소드 내내 서서히 붕괴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무투씬은 얼마 나오지도 않는데다 그나마 허무하기까지 하고 불리한 위치만 가지는 주인공팀에겐 당최 희망이란 게 느껴지질 않죠. 그 속에서 주인공은 비극적인 결말이 확실시되는 미래와 더이상 자신의 신념이 존재한다고 확신할 수 없는 과거에 메여 방황합니다. 노멀엔딩조차도 타인의 희생을 통해 겨우 살아난 저 아낙이 결국 구원 받지 못하고 인생을 보내버린다는 결말일 정도니.... 저로서는 아주 간만에 오래 전 하드보일드 요마물들, [하원기가의 일족]에서부터 [키즈아토], [문]까지 생각나게 만들어버릴 정도의 정통파-_- 다크물 파트였다고나 할까요. 나름대론 반갑기도 했습니다-_-

 

아아, 아무튼 아주 오랜만에 해 본 에로게임이었습니다-_- 신선한 것 반, 뻔한 것 반이라고 표현하는 게 제 감상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HF루트에서의 대체 끝이 언제 날지 모르겠던 나스 키노코 특유의 장광설은 심히 인상적이었습니다-_- 이제 팬서비스용 후일담 및 외전인 [fate/hollow ataraxia]가 남았긴 한데.... 아무래도 안 돌아갈 것 같군요-_-

 

이런 류를 즐기는 이들이 흔히 하는 얘기처럼 어찌 보면 에로 게임이라고 표현하는 게 부당할 정도의 게임이었습니다만, 예전에 그와 관련해서 [현시연]에서 이쪽류의 게임에 대한 번역이 '에로게임'으로 번역된 것에 대해서 조금 거부감이 들어 번역하시던 편집자분께 다소 어폐가 있지 않느냐고 이의를 제기하자 원본에도 그렇게 써있고 일반적으로도 그렇게 쓰여서 그렇게 쓰기로 했다고 설명해주시던 게 기억나는군요. 다소 뭉뚱그리는 듯한 천박함이 느껴지긴 하지만 대체할 말이 없다고-_- '18금 게임'이라고 붙이는 건 긴데다 어감에도 안 좋고. '미연시'라는 표현은 그쪽 장르의 종사자들부터가 거부한다는군요. 하긴, 조금만 생각해봐도 '미연시'라고 붙이는 건 장르 자체를 너무 협소화시키는 것일테니까요.

 



이 작품도 코믹스 버전이 월간 전격대왕에 연재중인 [월희]처럼 월간 소년 에이스에 연재중이긴 한데.... 보이는 것처럼 영 황입니다-_-

 

아서왕이니까-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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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10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서왕 관련 책이라도 그렇지, 페이트 소개글을 가져다 붙이면 어쩌자는겁니까-_- 저도 페이트 매우 좋아합니다만, 이건 좀-_-

hallonin 2006-01-10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래서 리뷰가 아니라 페이퍼인 건데요-_- 페이트를 재밌게 한 사람이 아발론연대기를 알고 재밌게 읽을 수 있게 된다면 좋은 일인 거죠. 그리고 아발론연대기를 읽은 사람이 페이트를 좋아하게 되리란 보장은 좀 희박할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런 게임이 있고, 아서왕신화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다는 지식 하나는 알게 되겠죠. 그러니까 이건 접하는 순서의 문제인 겁니다. 설마 '감히' 아발론연대기에 페이트가 붙어있다고 거부감을 느끼시는 건 아니시겠죠?

Algenon 2006-01-12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세이버는 아서 왕의 환생체가 아닙니다. 죽고 나서 영령이 된 게 아니라, 죽기 직전 영령이 되어 다른 시공간에 속한 존재에게 소환된 케이스입니다. 즉, 아서 왕의 생령이자 영령이지요.
2. 세이버는 굶겼을 때 한정으로 괄괄해집니다. 원래 괄괄한 캐릭터는 아녜요. (…)

Algenon 2006-01-12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 맨 윗분이 저런 말씀을 하신 이유는, 페이트의 아서 왕과 아발론 연대기의 아서 왕은 서로 전혀 다르고 관계도 없는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아발론 연대기는 아더 왕 신화의 재해석적인 측면을 갖고 있지만, 페이트는 재해석이 아니라 스토리 상의 필요에 따라 아더 왕 신화를 비틀고 왜곡시킨 것에 불과합니다. 세이버는 시나리오 라이터인 나스 키노코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진 게임 속의 캐릭터일 뿐이에요. 일단 페이트에서 소녀의 속성을 간직하고 있는 고귀한 여기사로 다시 태어난 아더 왕에게 불타오르던 플레이어가 아발론 연대기의 아더 왕에게 호감을 가지리란 보장도 없고 말이죠. 토마스 불핀치의 원탁의 기사를 읽은 독자나 반대로 아발론 연대기를 읽은 사람이 페이트에서 '여자'로 나온 아서 왕을 본다면 반대로 환상이 엄청나게 깨지겠죠. 글 쓰신 분의 의도는 알겠지만, '세이버=아더왕'이지 '아더왕=세이버'가 아닙니다.

Algenon 2006-01-12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분이 말씀하시고 싶었던 것은, 페이트를 알리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아무 관계 없는 작품과 연결시켜서 소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었겠지요.

hallonin 2006-01-12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의외로 인기포스트가 되겠군요. 자, 간단하게 생각해보겠습니다. 페이트가 아서왕 전설을 비틀고 왜곡했다고 본다면, 오히려 그 전설의 원형이 어떤 건지 사람들이 더 알고 싶어지는 것 아닐까요? '비틀고 왜곡했다'고 그 원형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원형이 있으니 이야기의 비틈 또한 가능했던 거지요. 그렇기 때문에 그 원전이 된 이야기에 흥미가 가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왜곡되고 비틀렸다는 페이트가 아서왕 이야기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게임 내에서 등장하는 보구라든지 세이버가 성배에 집착하는 이유라든지 페이트루트 엔딩부의 잠들다, 가 전설에서의 이야기와 곁들여져 불러 일으키는 화학효과라든지를 보면, 분명히 아서왕 전설과의 연계를 '노리고' 짜여진 부분들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hallonin 2006-01-12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이 포스트는 앞서도 밝혔지만 리뷰가 아니라 페이퍼입니다. 즉, 아발론연대기가 주가 되는 게 아니라 페이트의 부속정보로서의 아발론연대기를 꼽아놓은 거라 이거죠. 그런데도 이렇게 반발이 있는 건, 아무래도 글쓴 날짜가 가까운데로 리뷰와 페이퍼를 가리지 않고 가장 위에 올라오게 되어있어서 유난히 눈에 띄게 만들어놓은 알라딘의 시스템과 화학효과를 일으키는 게임과 서적의 권위의 불일치라는 견해 덕인 것 같습니다.
알라딘은 세일즈사이트입니다. 그런 점에서 알라딘에서 물질적 혜택을 받고, 블로그라는 공간을 활용하게 된 저로선 적극적인 정보의 연결을 통한 정보의 교환과 독서욕구의 자극이 제가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역할이라고 인지하고 있습니다. 이미 페이트와 아발론연대기와의 연계는 타입문넷과 네이버 블로그 등에서 긍정적으로 이뤄진 사례가 있기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