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인형 중국 아동문학 100년 대표선 25
인졘링 지음, 김명희 옮김 / 보림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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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http://www.ize.co.kr/articleView.html?no=2017112023047288281 이걸 봤다.

이번생은 처음이라,의 커플이 십년 전에 남자는 이별을 하고, 여자는 고등학생이었던 걸 본다. 그런 수없이 많은 설정들을 보다가, 종이인형의 소녀가 생각났다. 소녀가 '나만의 젊은 남자'를 찾겠다던 대목이, 떠올랐다. 최근의 많은 문제들이 어쩌면 수명이 늘어난 것 때문인지도 모르겠다고, 아무리 기다려도 늙지도 약해지지도 않는 사람들 때문인지도 모르겠다고, 그래서 긴 수명 안에서, 고민을 뒤로 미루고 자라지 않는 건가,라고도 생각한다. 


종이 인형 속의 소녀가 사춘기를 겪으며, 열광에 달뜨는 순간들을 따라간다. 사랑하고 있으면서 들키고 싶지 않은 열정으로 누군가를 선망하는 마음들을 본다. 어른인 여자도, 어른인 남자도 마음 속에 품고 자란다. 누구보다 마음속에 키운 선망으로 바라보던 그 남자 선생님은-이미 결혼도 했다- 진학을 위해 떠난 도시에서 자신에게 모호할 고백을 한다. 랴오랴오는 선망하는 그 마음이 사랑일 수도 있지만, 자신의 삶을 바라보고 자신의 삶에서 나만의 젊은 남자를 찾겠다고, 선생님의 고백을 거절한다. 

여성에게 사랑과 성,은 모호하다. 따로 떼어낼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하나로 보기도 어렵다. 랴오랴오가 그 유부남인 남자선생님에게 가지는 감정은 사랑이지만, 그 선생님이 너의 사랑을 받아준다고 할 때는 달라진다. 랴오랴오가 '나만'의 '젊은'남자,를 원하는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고 드러내어 기뻤다. '나만의 젊은 남자'를 원하는 마음,이 '나만의 젊은 남자'라는 묘사가 마음에 들었다. 

결혼에 저항하는 묘사도-결혼은 미친 짓이다,란 영화가 있다-, 일부일처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묘사도-아내가 결혼했다,라는 책도 영화도- 있고, 사랑과 성, 제도와 본성,에 대한 수도 없이 많은 묘사가 있지만, 서로에게 독점적인 존재가 되고 싶은 마음, 자신이 그런 존재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자기 확신을 그 안에서 본다. 사랑이라는 불균일할고 비대칭적인 감정 가운데, 자기자신을 비하-나는 상대를 사랑하지만, 상대는 '나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어,라는 태도 말이다. 상대가 사랑하는 여럿 중 하나가 되어도 좋다,라는 -하지 않으면서, 확신할 수 있는 마음 말이다.  


사랑,은 끊임없이 질문받을 수밖에 없다. 사람은 몸, 만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니까,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사회적 지위를 명예를, 다른 권위를 처덕처덕 걸치고 있다. 타인의 선망을, 자신의 선망처럼 오해하기도 하고, 선망과 사랑을 오해하기도 하고, 그저 권위에 복종하기도 한다. 


'조민기 매뉴얼'에 대해 듣는다. 늙고 권력을 가진 악당에 대항하기 위해 학생들이 얼마나 애썼는지 보여서 기특했다. '눈치없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고, 다른 식의 폭언을 들을 수도 있었고, 또 다른 식의 불이익이 있을 수도 있었다. '여학우와 동행할 것, 여학우만 남겨두지 말 것, 남학우는 취하지 말 것' 고생했다고, 애썼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래도 늙은 악당 앞에서, 아마도 '나만의 젊은 남자'가 될 수도 있을 젊은 남자들 덕분에 여학생들은 버티고 졸업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짐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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