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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 : 저승편 세트 - 전3권 - 개정판 ㅣ 신과 함께 개정판 시리즈
주호민 지음 / 애니북스 / 201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가, 나의 시계같다는 생각을 한다. 어느 순간 훌쩍 큰 아이가 없다면, 나는 나의 늙음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거다. 다른 아이 말고, 내 아이라서, 그런 실감이 더 확실히 닥치는 순간들이 있다. 아마도 내가 그런 사람이라서, 동급생의 그 묘사가, -'지구의 종말보다 나중에 올 것 같았던 우리 자신의 죽음보다'라는- 그렇게도 와닿았는지 모르겠다.
2011년에 구판을 사서는 재미있게 읽고 엄마, 아빠 보시라고 하려다가 말았다. 부모님이 죽음을 느끼는 거리가 내가 느끼는 거리보다 가까울 것 같아서, 실상 저런 사후를 믿는지, 혹은 저런 사후에 대한 이야기를 아시는지 듣고 싶었지만, 아예 권하지 못했다. 죽음 뒤를 '재미'로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은 어쩌면 죽음과의 거리가 먼 사람들이고, 그 거리와 속도를 아이를 통해 실감하던 차인 나는, 나의 부모님을 조금이나마 이해해서 권할 수 없었다.
아이에게라면, 이야기처럼 들려줄 수 있는데, 네가 모르더라도, 너의 잘못은 어딘가로 흐르고 있다고, 착하게 살라고 권했을 텐데, 부모님께는 정말 권할 말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서 저지른 죄들을 심판받는 죽은 뒤의 재판,이 이성적인 믿음과는 별개로 원형처럼 흐르는 믿음이라는 것에, 안도한다.
아직 보지못한 영화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