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급생
프레드 울만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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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나이는 아마도 쉰을 넘지 않았겠지만 우리에게는 그가 여든은 되어 보였다. 우리는 그가 친절하고 조용했기 때문에, 그에게서 가난의 냄새-그의 두 칸짜리 셋집에는 아마 욕실도 없었을 것이다-가 났기 때문에, 그가 가을과 긴긴 겨울 동안 누덕누덕 깁고 닳아서 반들거리는 푸른색 양복(그가 가진 다른 하나의 양복은 봄여름용이었다)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그를 얕잡아 보았다. - p23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철저하게 논의하던 주제들 중 한가지일 뿐이었다. 세속적인 관심사도 있었고 그런 것들이 수백만년 뒤에나 올 지구의 종말이라든가 그 당시 생각으로는 지구의 종말보다 나중에 올 것 같았던 우리 자신의 죽음보다 훨씬 더 중요해 보였다.-p71

나는, 내가 젊었을 때 나이 든 사람들을 어떻게 보았었는지, 어떤 마음으로 경멸했었는지, 기억한다. 그런 기억들이 있어서, 나는 나의 아이들이 하는 말과 행동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나의 말과 행동이 어떻게 비칠지 또 조금이나마 상기한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그 시기를 선명하게 묘사하고 있어서 놀랐다. 긴 인생에서 짧은 시기, 그러나, 자신의 죽음이 지구의 종말보다 나중에 올 것 같았던 시기, 낡은 것들을 경멸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원하던 시기, 그러면서, 세상과 자기 사이에 자리를 찾아가는 시기. 외롭고 쓸쓸하고 그래서 친구가 필요한 시기. 

마음 속에 자신의 특별함과 평범함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소년의 우정이, 자기 땅을 그대로 사랑하고 자부하는 소년의 마음이, 결국 뿌리뽑혀 괴로운 어른의 마음이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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