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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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선생님이, 동양의 고전을 강의한 내용을 묶은 책이다. 선생님이 받아들인 각각의 이론들을 원문의 일부를 읽고 설명했다.여러 날을 조금씩 읽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제자백가가 출현했던 당시 중국의 통치형태가 대부 이상은 관계로, 이하는 법으로 다스렸다고 말하면서, 유가가 대부이상의 통치수단을 전 인민에게 확장하는 방식의 이념이었다면, 법가는 그 반대방식이었다고 설명하는 대목이었다. 

'가난은 어떻게 죄가 되는가'에서, 금융범죄를 저지른 최고경영자의 재판과 병치시켜 이민자의 경범죄 재판을 묘사하는 장면에서 가졌던 그 불편한 감정이 되살아났다. 법이 가장 강경하게 작동하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감정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인가,하고 생각했다. 지금과 제자백가시대의 차이라면, 모두 그걸 알고 수용했다는 거고, 지금은 표면적으로는 그게 아니지만, 실상은 그러하다는 것인가,라고도 생각했다. 


사람 사이에 분쟁이 벌어졌을 때, '그래! 법대로 해, 법대로'라는 말이 나온다면, 그건 사람 사이의 관계는 끝장내겠다는 말이 아니냐고 되물은 적이 있다. 법은, 가장 나중의 일이고 예외없이 작동하는 법은 쉽지 않다. 예외없는 원칙의 집행을 요구하는 주장을 들을 때면 언제나 양영순의 짤-지하철? 문이 닫히고, 문에 끼인 신체는 절단된다(엘리베이터였던가?)-을 떠올리는 나는, 유가의 태도에 더욱 공감한다. 

모두가 왕의 권력을 나눠 가진 시대에, 강경한 법을 누가 집행하는가,는 법을 집행하는 자, 만드는 자,에게 권력을 집중시킨다. 법은 필요하지만, 가장 마지막 수단이고, 세상이 바뀌면 바꿀 수 있다. 지금 내가 사는 세상이 무엇이 더 중요한 세상인지는 모르겠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그 권력에 따르는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언제나 위를 선망하는 세상의 심리는 그대로 그 영향을 받는다. 좋은 영향력을 행사할 사람에게 권력을 주는 것, 그게 민주주의에서 내가 할 일이라는데 그게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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