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제516호 : 2017.08.05
시사IN 편집부 지음 / 참언론(잡지)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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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낯선 것들은 두렵다. 

폐기물 처분장에 대한 격렬한 반대를 마주했을 때, 나는 이게 그럴만한 일인가, 생각했다. 


낯선 기술이 두렵지 않으려면, 그 기술을 인지하고 사용하는 사람이 많던가(자동차나 비행기처럼), 그 기술 자체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던가, 해야 한다,고도 생각했다. 원자력발전소 안에서도, 실제 원자력,이라 부를 만한 것, 혹은 방사선에 관해 오해없이 이해하는 사람들은 한 줌이 안 된다. 이해조차 필요 없는지도 모른다. 그래, 무서운 거야? 뭐, 그래도 편리하니까 쓰겠어, 라고 생각할 만큼, 인지하는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런데, 원자력은 에너지 밀도가 높다. 에너지 밀도가 높다는 것 때문에 실제 이해하거나 종사하는 사람이 작다. 게다가, 그 최종 산물은 아무런 구분도 없이, 사용할 수 있다. 화력이나 수력이 전통적이고, 가스가 집집마다 요리에 사용되고 있음을 생각한다면, 정말이지 원자력은 익숙해질 수가 없는 에너지원이다.  

원자력이 익숙해지는 방법은, 양동이원자로-정말 있는지 모르겠다, 예전에 신문같은 데서 양동이크기에 모든 기능을 구현하고, 오랜 기간 전력을 생산하고, 생산이 끝나면 그대로 파묻으면 된다고 한, 배터리 같은-같은 걸 집집마다 구비하는 정도는 되어야 익숙해지려나, 싶은 생각도 한다. 지금 신고리 5,6이 오랜 숙의를 거쳐서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폐기물 처분장 부지를 확보하지 못하면, 결국 감소로 돌아서야 할 거라고 남편은 말했다. 원자로나, 발전소를 중지하고 해체하더라도, 연료봉은 거기 두지 뭐,라고 쉽게 생각하고 마는 나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원자력발전소가 밀집하게 되는 이유는 어쩌면, 곁에서 보는 사람들은 그렇게까지 두렵지 않아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생각도 한다. 


이번호 시사인,은 조선업 특집이다. 그런데, 확 펼쳐지는 사진 한 장이 걸려서 심난한 거다. 

먼 바다 뒤로 송전철탑과 원자로 돔이 흐릿한 배경으로 잡히는 바다에 아이들이 놀고 있는 사진이다. '"니 원전 마피아라 카는 거 아나?" 부산 기장군 고리 원자력발전소 주변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이곳 앞바다에서 여름을 난다. 아이들은 인공 조형물인 원전을 자연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어제가 그랬고, 오늘이 그렇듯, 내일도 원전은 가동되는 줄 알고 자란다. 고리 원전 1호기가 가동을 멈췄다. 새 원전 공사도 일시 중단되었다. 아이들에게 진짜 안전한 자연을 돌려줄 날은 언제일까?'가 사진에 달린 글이다. 


암묵적으로 모두 동의할 거라고 생각하고 쓰여진 글이다. 

탈원전을 반대한다고 해도, 아이들의 안전한 미래를 팽개쳐서 그러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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