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와 남자는 같아요 - 2016 볼로냐 라가치 상 논픽션 대상 수상작 내일을 위한 책 4
플란텔 팀 지음, 루시 구티에레스 그림, 김정하 옮김, 배성호 추천 / 풀빛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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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갔을 때, 나는 과에 한 명뿐인 여자였다. 선배와 걷다가, 선배가 담배에 불을 붙이려는데 라이터가 없었는지 두리번거리길래, 대뜸 앞서 걷던 사람(남자)에게 불 좀 빌려달라고 했다. 그렇다, 나는 상식이란 게 없는 여자,다. 눈이 동그래진 선배가 여자가 그러면 안 되는 거라고 했던가. 왜?라며 나도 놀랬지만, 다음부터는 그러지 않았다. 모르는 편이 나은 것들이 있다. 


이 책은, 남편이 네 권의 내일을 위한 책 세트-'민주주의를 어떻게 이룰까요', '독재란 이런 거예요', '사회 계급이 뭐예요'와 함께-로 아이들을 위해 산 그림책이다. 남자와 여자는 같다,고 말하기 위해, 현 사회의 부조리를 말한다. 

나는 아이를 성별에 따라 다르게 키우지 않는다. 바지를 입고 싶다는 아이에게 치마를 입히지도 않고, 치마를 입고 싶다는 아이에게 바지를 입히지도 않고. 여자 아이라고 장난감 자동차를 빼앗지도 않고, 남자아이라고 인형을 업지 못하게 하지도 않는다. 직장에 다니느라 아이를 맡기고 키우면서도, 다른 생각을 가진 다른 사람들이 있다고 받아들이게 하려고 한다. 아들이 아빠와 친한 것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딸들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을 어쩔 수 없다고도 생각한다. 중요한 일과 중요하지 않은 일이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사람 다섯이, 책임지는 어른 둘과 자라는 중인 아이 셋이 사이좋게 살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책은 '남자와 여자는 같아요'라는 말을 하기 위해, 남자와 여자를 다르게 대접하는 사회를 묘사한다. 다르게 키우고, 다른 일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이걸 읽는 딸은 이 책을 공감할까? 남자가 중요한 일을 하게 되고 여자는 아이를 키우게 된다,는 말을 오히려 배우지는 않을까? 

내 딸이 차라리 상식없는 어른이 되어, '왜?'라고 질문하기를 바란다. 자기 마음이 가는 대로 꿈을 꾸고, 살아가기를 바란다. 세상이 이런 것 쯤은 나중에, 나중에 알아도 된다. 결국 모른다면 오히려 좋다.

남자도 여자도 그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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