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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은 영원할 것이라는 환상 - 우리시대의 신앙이 되어버린 '발전'에 관한 인문학적 성찰
질베르 리스트 지음, 신해경 옮김 / 봄날의책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예전에, 문장(http://munjang.or.kr/)에서 습작을 평가해주는 게시판이 있었다. 거기서 회사에서의 승진법칙같을 걸 찾는 '승진과학 혁명'이라는 단편을 보았다. 회사원인 나는 낄낄거리면서, 오, 절묘한데,라고 웃었다.(http://newmirror.cafe24.com/index.php?document_srl=84490&mid=w9_Rshort).
철학과였던 친구는, 네가 하는 그 복잡하고 많은 생각들을 옛날사람들이라고 안 했겠냐고, 사람들 생각이란 다 거기서 거기,라고 말한 적이 있다. 뭐, 나야, 그런가, 했지만, 이 책을 보면서, 친구의 그 말도, 문장에서 본 재미난 소설도 생각이 났다.
서양 기독교 문명 안에서 쓰여진 이 책은, 지금의 맹목적이고 치기어린 발전에 대한 맹신과, 그 맹신을 뒷받침하기 위해 신학이 어떻게 변모했는지를 설명한다. 과학과 종교를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서로 다른 두 축으로 생각하던 나는, 인간의 삶이 변하는 모습들을 설명하기 위해 과학이나 종교도 변해 왔다는 걸, 혹은 인간의 삶을 설명하기 위해 과학이나 종교가 개발되어 왔다는 걸 배운다.
인간이 자신의 삶을 자연에 비추어 생각해오던 그대로, 흥망성쇠,를 상정했던 신학이 과학의 등장과 식민지 개척의 역사들과 맞물려서, 발전에 대한 믿음을 뒷받침하게 되는 기록이다. 여전히, 누군가는 인류의 문명이 흥망성쇠 와중에도 결국에는 올라가고는 있다고 믿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은 나에게 위가 어딘가요?라는 질문을 주었다.
인간이 삶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 무엇이던지 간에, 과학이건 심리학이건, 신학이건, 경제학이건, 변하는 사회의 가치들을 설명하기 위해 복무한다. 절약이 미덕이던 시대와 소비가 미덕이던 시대가 수십년 사이에 달라지고, 더할 수 없는 풍요 가운데에서 여전히 발전이나 진보를 말하는 것을 본다.
쉽게 읽지는 못했지만, 재미있게 읽었다.
어쩌면 절대적인 지식이 있어, 추구한다기 보다, 수없이 많은 생각들 중에 지금의 삶을 가장 잘 변명하는 말들이 시대의 사상이나 이론이나 뭐로도 살아남는가 싶다. 젊은이들을 착취하는 지금의 문명이 '발전이 영원하리라는 환상'만으로 작동하려 드는 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