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부아르 오르부아르 3부작 1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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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하게 재밌다는 평이 있어서, 궁금했다. 

읽으면서 그렇게 재미있지 않고 심지어 싫어서 계속 생각했다. 

남자와 여자, 동양과 서양, 부자와 가난한 자, 같은 것. 비열하고 잔인하고, 뻔뻔스러운 그런 존재인 인간. 그런데, 소설로 그런 사실이 전시되는 걸 보고 있으니,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 


소설은 전쟁이 끝난 프랑스에서 벌어지는 두 건의 사기사건, 각 사건에 엮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하나는 역사적인 실제 사건이 소재가 되었고, 다른 사건은 작가의 창작이라고 했다. 전쟁영웅으로 전쟁 중에 가매장한 시체들을 이장하는 국가의 공공사업권을 통해 한 몫 단단히 잡으려는 몰락한 귀족과, 전쟁 중에 살아 돌아온 것이 그저 다행인 두 젊은이가 전국적인 기념비건립사업에 사기를 친다. 남자들의 이야기다. 이야기는 있지만, 인물들을 대하는 작가의 묘사는 쓸쓸하고, 각각의 인물 뿐 아니라, 대중들에 대한 묘사도 차갑다. 그나마 다행인 존재, 자신을 매수하려던 거금을 한장한장 보고서에 붙이는 말단 공무원조차  더럽고 구질구질하게 묘사한다. 그 사람을 대하는 대중의 태도는 진실이겠지만, 아 싫다고, 하는 심정이었다.  

사업이라고 묘사되는 상류층의 사기와 그냥 사기. 그래도 둘 중 하나가 성공하길 바랬다면 후자이지만, 그보다 나는 전쟁이 싫고, 뻔뻔함이 싫고, 이런 존재가 인간이라는 게 싫었다. 인간은 동물이다. 밥을 먹고, 똥을 누고, 성교를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 모두를 통으로 전시해놓는 걸 내가 보고 싶은가. 아니라고, 나는 그걸 보고 싶지 않았다. 소설 속 어떤 등장인물에게도 이입하지 않는 작가의 냉소가, 어떤 인물에게도 영웅적 묘사는 없는 작가의 태도가, 그래, 싫었다. 인간이 등장하는 동물의 왕국을 보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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