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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갔어, 버나뎃
마리아 셈플 지음, 이진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7월
평점 :
나라도, 버나뎃을 좋아하지는 않았을 거다. 멋지게 차려입고 이상하게 입는 사람은 깔본다는 이사한 지 십년도 넘었으면서, 나랑은 놀지 않을 버나뎃, 살림도 하지 않고, 무얼 하는지도 알 수 없는, 버나뎃.
이야기는, 지나치게 말이 많은 이메일, 팩스, 보고서, 기사, 초청장 등으로 구성된다. 지역적인 특성, 그러니까, 경상도 사람이 전라도에 이사간 듯한, 혹은 그 반대인 듯한 묘사들이 가득하다. 버나뎃은 남편의 일로 이주한 십수년 째 적응하지 못한 아내이고, 세 번의 유산 끝에 병약했던 딸을 낳아 기르고 있는 엄마다. 엄마지만, 살림은 하지 않는다. 엄마지만, 엄마들과 어울리지도 않는다. 엄마들을 '각다귀떼들'이라고 부르고, 자기 자신을 학대한다. 이야기가 이상하게 튄다고 생각하면서도, 나쁘게 평가하지 못하는 것은, 버나뎃이 스스로를 학대하는 태도가, 그렇게 스스로를 학대하면서도 스스로를 위로하는 태도를 조금은 알 것도 같아서였다. 아무도 요구하지 않는데도, 딸아이의 건강을 빌면서 자신의 어쩌면 스스로에게 가장 소중했을 창조적 욕구를 거래하는 것이나, 그래서 더 이상 눈을 빛내며 스스로 몰두할 것을 잃은 채로 지내면서도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래 가장 몰두했었고 그래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던 시절을 기억하는 것. 사람을 지탱하는 허영심,이란 것을 알아차렸다. 내가 그렇게 뛰어났었어,를 기억하는 마음, 그렇게 뛰어났었다는 걸 인정받았기 때문에 되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마음, 말이다. 타인의 기대 안에서, 어쩌면 커진 기대만큼 커진 시기와 질투 안에서 버나뎃이 어떻게 스스로를 지키기로 했는지 그 부서질 것 같은 마음이 기댄 허영심,을 알 것 같았다. 나는, 책 속의 버나뎃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남극의 추운 날들이 버나뎃을 변화시켰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