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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운아 채현국
김주완 지음 / 피플파워 / 2015년 1월
평점 :
'노인들이 이렇다는 걸 잘 봐두어라'라고 일갈하신 채현국,이란 어른을 인터뷰한 책이다. 인터뷰집이 얼마나 어려운지 새삼 깨닫는 독서였다. 대화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는 장이고, 사람이 무언가를 알게 되는 것은 알려주는 사람만큼 듣는 사람도 중요하다. 자신의 관점이 강경한 기자가 명예와 부를 한때 누렸으나, 지금 아무 것도 없는 그 사람을 그런 관점에서 궁금해 하는 인터뷰라는 인상을 받았다. 대화가 자연스럽지도, 풍성해지지도 않는, 무언가 어긋나는 말들의 잔치였다. 그래도, 이 어른이, 어른이라는 건 알겠다. 내가 만난다고 해서, 내가 대화를 나눈다고 해서, 그 깊이나 생각을 나라고 정리할 수 있을까 싶었다.
어른이 아마도 신나서 이야기하셨을 거 같은 우리나라의 옛이름에 대한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고조선,이 이 땅의 첫나라라는 설명을 듣고, -그게 중학생도 되기 전이라고 했다-선생님께 고조선은 한자말인데, 우리말 이름은 뭔가요,라고 질문하셨는데, 선생님이 내내 말을 못하셨다면서 나중에 여쭤봐도 모르겠다고 하셨을 때,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 나는 그제야, 아 그러네, 그랬다. 그래, 우리 나라 이름이 고조선,인 건 이상하지. 고를 떼더라도 조선,인 건 역시 이상하지. 그건 가지를 쳐서는, 한자 자체가 표의문자니까, 뜻으로 읽고, 음으로 읽을 수 있다면서 말하는 대목이 또 알겠더라. 한자를 뜻으로도 음으로도 읽는 일본학자가 신라의 향가를 처음으로 해독했다는 말 같은 게 그럴 수 있겠다,싶고. 아, 역시 한자를 알아야 되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의 문자,라는 태도가 아니라, 동아시아의 문자,로 여전히 남아 있는 표의문자,로의 한자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모르는 것들이 의문조차 품지 못한 이상한 것들이 세상이 얼마나 많은지, 아 궁금해,라는 마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