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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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기 전에, 먼저 아이를 낳은 엄마가 '뱃속에 있을 때, 아이가 무언가 잘못되었을까봐 너무 무서웠어요. 그래서, 둘째는 못 낳을 거 같아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 두려움보다 큰 다른 것들 때문에 아이를 낳고 낳고 낳으니, 막 아빠가 된 직장의 후배가 '하나도 이렇게 힘든데, 어떻게 키우나요?'라고 물었다. '아이가 하나일 때와 둘일 때 부모가 변해서 가능해요. 하나일 때는 아이가 조금만 잘못해도 깨질 것 같아 보고만 있어도 조마조마한데, 둘이 되면, 아이도 그저 사람이란 거, 어린 사람이라서, 이 정도는 괜찮다 뭐 이런 태도가 생기거든요' 라고 대답했다. 두려움은 나도 있다. 이런 세상에서 살아나갈 아이의 미래만큼 아이가 어떤 사람이 될까, 라는 두려움도 물론 있다. 그래도, 나는 두려워서 물러서는 대신, 미지의 존재를 미지인 상태로 맞아들이기로 한 거고 지금이다. 여전히 아이가 어떤 사람이 될 지, 알 수 없다. 뭐, 나 자신도 어떤 사람이 될 지 모르는 판에, 아예 다른 존재인 아이를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화자가 살인자라서 어쩔 수 없이 이입한 건지, 나는 여전히 '그래도 믿어줬다면'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이에게 행사하는 부모의 절대적인 권력에 대해 생각하고, 세월이 흘러 뒤집힌 힘의 우위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사람을 판단하는 심리학이나 의학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더하여, 삶을 구성하는 것들에 대하여도, 부당한 권력 행사에 저항하기 위해 스스로를 믿기 위한 최소한의 것들에 대하여도 생각한다. 더럽고 치사해서, 감당할 수 없어서, 부당한 권력행사로부터 달아날 수 있으려면, 인간은 도대체, 얼마나 무엇이 필요할까. 그런 절대적인 권력행사,를 참아야 하는 이유는 무얼까, 같은 것들. 엄마 없이도 내가 살 수 있다고 믿었다면, 아이는 약을 끊고 집을 나올 수 있을까, 같은 것. 엄마인 내가, 지나치게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건가 두렵고, 아이가 나 없이 살 수 없다는 두려움 때문에 지나치게 순종할까봐 두렵다. 작가의 말 그대로, 인간은 악하지도 선하지도 않은 채로 생존을 위해 움직인다,면 도대체 타인의 생명을 해하는 것이 요구되는 만큼의 무언가를 필요로 하는 그 생존,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라고도 생각한다. 극단으로 치닫기 전에, 두려움에 먹히기 전에, 사는 데 사실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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