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마음산책 짧은 소설
이기호 지음, 박선경 그림 / 마음산책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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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건,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이걸, 십대의 내가, 이십대의 내가, 삼십대의 내가 알았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지금의 나는, 인생이 결국 지나가버리고, 웬만해서는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끝까지 싸울 열의,가 안 생기는 거다.

선의로 시작한 일들이 초래한 끔찍한 결과들을 보고, 강경한 주장들의 강경함에 뒷걸음질치면서, 그저 사람들이 자기 마음에 정직해질 수 있기를 바라는 거다.

 

아침에, 네 살 딸래미가 일곱살 아들래미에게 '삐뽀사루 겟츄'라는 게임설명서를 들고는 거기 주인공캐릭터 '스파이크'를 '손오공'이라고 주장하다, 싸움이 났다. 세살이나 더 먹고, 손오공은 원숭이라는 걸 아는 아들래미가 눈을 커다랗게 뜨면서 '아니라고!!! 손오공은 꼬리가 있다고!'하는데도, 아득바득 소리치더니 결국 주먹질을 주고 받길래 뜯어놨더니, 아들래미만 억울하다며 울었다. 그 와중에도 여전히 손오공이라고 주장하는 딸래미는 와, 정말이지 쥐뿔도 모르면서 강경하다. 아들에게, 모르면서 우기는 사람을 이길 방법은 없다고, 설명해도 모르면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주먹다짐을 할 일도 분해서 울 일도 아니라고 말해 준다.

 

무언가 극단적인 이야기들,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무언지 모를 이야기들을 읽다가 더는 못 읽겠다고 생각하던 중에, 겨우 한 두쪽 짧은 이야기들에 마음이 말랑말랑해진다. 그렇지, 사는 게 그렇지,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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