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명원 화실 비룡소 창작그림책 35
이수지 글 그림 / 비룡소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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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배우는 것은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배우는 사람에게 달렸다,라고 중용,-중용을 읽어야 하는데, 중용의 연장통,을 읽고 있다-에서 말한단다.

나의 명원화실,은 언제나 책 택배가 도착하면, 먼저 달려나가 택배상자를 열고, 연 택배상자에서 자신의 책들을 찾는 아이들을 위해서, 넣은 책 중에 하나다. 이건, 매일 웹툰을 따라그리고 어린이날에는 타블렛을 사달라는 큰 딸을 위한 책이다. 초등학교 4학년에게 딱 맞는 책은 아니지만, 차라리 '나는 만화가가 될' 거라는 청소년 소설을 샀어야 했나 싶지만, 그림을 나도 보고 싶어서 이 책을 넣었다. 작가의 이벤트가 진행중이었다.

 

보면서, 중용의 말을 처음 떠올리는 건, 무언가 요즘의 가르침은 과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굳이 특별히 무얼 할 필요 없다는 나의 태도가 지나치게 게으르거나, 무심해보여서, 사실 드러내고 말하지 못하지만, 늘 무언가 못마땅하기 때문이다. 교단을 연극무대처럼, 듣는 이의 관심을 끌어들여, 이것도 저것도 하는 요즘의 어떤 가르침들이나, 출석에도 한 번의 시범에도 멋진 동작에도 우렁찬 기합에도 태권머니를 주는, 나는 못마땅하고, 아이는 신난 태권도 학원에 보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절집에서 하는 캠프에 간 적이 있어요, 아무 것도 하라고 하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후배에게, '정말 심심했겠다'라고 대답한 적이 있다.  내 대답에 그 후배는 '아니요, 되게 좋았어요. 결국 무언가 하게 되요'라고 말했었다. 늙어가는 중인 나는, 시간에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아마도 지금 가장 열심히 수련해야 하는 것은,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것, 그 와중에 배울 수 있는 것, 이라고 생각하고. 아마도 무언가 배울 수 있으려면, 선생이 훌륭하거나 교수법이 훌륭한 것보다, 내가 배울 수 있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아무 것도 특별히 가르치지 않는, 그래서 아마도 결국 사라졌겠지만, 그래도 이 소녀에게 그림이 무엇인가를 결국 가르치는데 성공한 명원화실,의 존재가 새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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