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 왜 민주주의에서 마음이 중요한가
파커 J. 파머 지음, 김찬호 옮김 / 글항아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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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너무 끔찍해서 뒤엎고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가끔 본다. 나는, 언제나 그런 반응이 무서웠고, 그래서 '매드맥스'조차 싫었다. 문명이 사라진 세상이라는 것도, 건강하고 젊은 육체에게 부여되어야 한다고 보는 힘,이라는 것도. 그런데도, 나의 이런 태도가 무척이나 '보수적'이라는 자각이 닥치면 또 무언가 무서웠다. 균형잡기 힘든, 삶이란 외줄을 타고 있는 나 자신이, 너무 위태롭다고 느꼈다.

산다는 게, 살아갈수록 더 어렵다고 느낀다. 그럼에도, 나는 살아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래, 보통은 능숙하게 자기합리화를 하지만, 이런 나의 흔들리는 마음들을 설명하기 힘든 날들에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게 힘들어져서, 안으로 안으로 들어간다.

이 책은, 이상을 가지고 새로 시작한 나라, 미국에서 퀘이커교라는 종교적 배경을 가진 사람이 썼고, '왜 민주주의에 마음이 중요한가'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합리'의 언어로 내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 내내 실패하는 와중에, 민주당이 재집권에 실패한 이유가 어쩌면 '마음'에 가닿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결국 그 와중에 내가 한 어떤 말이나 행동도 지금의 나쁜 상황에 일조했다는 생각 때문에 읽게 되었다. '마음'은 어떤 걸까.

책은 '비통함'을 이상과 현실의 간극에 대한 자각,이라고 어떤 삶도 그 간극을 피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 간극을 보는 순간, 느끼는 슬픔에 대하여 말한다. 미국의 건국자들이 애시당초 '인간'의 범주에 '여성과 아이와 흑인 노예'를 포함시키지 않고 쓴 선언이라도, 이미 존재하는 선언의 믿음이 자신의 믿음-'여성도 아이도 흑인 노예도 사람'이라는-과 만나고, 그 믿음 속에서 현실을 보는 순간 자각하게 되는 간극에서 느끼는 비통함, 슬픔,에 대하여 말한다. 죽음을 무릅쓰는 용기,가 아니라, 이미 자각하게 된 마음 속의 감옥,을 견뎌낼 수 없는 순간 드러나는 그 용기,를 알겠다. 흑백차별정책에 '싫어요'라고 말한 로자가 '체포될 수도 있어요'라고 말하는 경관에게, '어차피 마음 속이 감옥이다'라고 말하는 그 심정을 알겠다. 마음,이라는, 마음과 다른 삶 때문에 병들고 죽을 수도 있는 그 마음, 때문에, 사람들은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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