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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잣돈 갚기 프로젝트 - 제15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ㅣ 보름달문고 62
김진희 지음, 손지희 그림 / 문학동네 / 2015년 2월
평점 :
이 책을 읽기 전에 '구원확률 높이기 프로젝트'를 마쳤던 참이라, 연달아 프로젝트,라는 말이 거슬렸다. 무언가, 모양내려고 쓰는 외래어같은 느낌에, 덕분에 그 행위자체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느낌이 들었다. 앞서 읽은 책의 취지에는 동의하면서도, 계속 속으로 '종교는 그런 게 아니다'-'확률'을 높이기 위한 게 아니다-라고 밀어내고 있던 마음 때문인 것도 같다. 나는, 그러니까, '구원'이 안 중요했던 거다. 목적에 동의하지는 못하는데, 과정은 궁금해서 읽었던 책이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또 그런 기분이 되었다.
그러니까, 나는 이 책에서의 아이가 '살기로 마음먹는' 부분이 동의가 안 되었다.
나도 오해하고 있는 걸 수 있는데, 나는 나쁜 짓을 하는 사람들은 딱 그 하루만 살아도 된다고 생각해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거다. 커다란 순환이 어느 순간 나에게 닥칠지 그런 생각 쓸 데없다고 생각해서 아마도 그런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거다. 사는 게 화가 나서 친구를 괴롭히던 녀석이, 그러면서 더 살기 싫어졌을 그 녀석이 왜 그런 삶도 계속 살고 싶어하는 걸까,라고 생각했던 거다.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왜 굳이 노자를 빌려서, 다시 이승에 와가지고는, 그걸 갚겠다고 애를 쓰는지 모르겠다고. 나는, 누구라도 살기 싫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인 거다.
전제에 동의를 못하는 채로 읽는 책은, 몰입이 잘 안 되었다. 찜찜한 느낌으로 마치고는, 한번 더 읽었다.
다시 읽을 때는 내가 엄마라서, 엄마들을 본다.
죽었다 깨어나는 동우는, '엄마,아빠도 나를 안 믿어주는데'라고 생각하는 아이다.
죽었다 깨어난 동우가, 예전과 달라져 배신자라고 부르는 성재는, '적당한 눈물과 적당한 연기로 엄마,아빠 쯤은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아이다.
아이에게 부모는 '최후의 보루'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세상 사람 다 믿어주지 않아도, 믿어주는 사람. 그런데, 그 믿음은 쉽지 않다고 또 느낀다. 아이를 믿는다는 건, 아이를 알아야 할 수 있는 거다. 아이와 시간을 보내지도, 아이의 말을 듣지도 않으면서, 아이를 믿는다는 건, 성재같은 아이를 만들 수도 있겠다, 싶다.
'나들'인터뷰에서 서천석님의 말 중에, '지진이 났다고 사람이 죽지는 않는다고, 집이 무너지면 죽는 거라고. 부모는 집이라'던 말이 잊히지 않는다. 시대가 미쳤어도, 부모라면, 더 높은 기준으로 살아내야 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