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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테라
박민규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6월
평점 :
나의 금방 잊는 요즘 행태에 감사한다.
다들 좋다는 서평을 기억하고, 정작 작가를 기억해내지 못했다.
서점에서 바쁘게 책을 골라 사서는 책날개를 펼쳐서야 알았다. 나는 이 작가의 책을 다시는 읽지 않기로 결심했었다. 작가가 무슨 책을 썼었는지도 기억을 못했는데, 정작 그 이름을 들어봤었는지조차 잊었는데, 내가 그런 결심을 했다는 걸 무슨 수로 기억하겠는가.
이번 책은 단편이니까, 나름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의 이 깜빡깜빡하는 처사에 기뻐하였다.
비루한 삶이 판타지가 되는 순간이랄까. 기묘하지만, 읽는 내내 즐거웠다.
내가 다시 읽지 않기로 결심했던 순간에 나는 이 작가가 미웠다. 이 작가가 삶을 대하는 태도가 지나치게 냉소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책은 읽다가 내 맘이 다 상할 거라고. 그런데 여기 소설들의 태도는 따뜻한 기운이 전해졌다. 어느 순간은 그 따뜻함이 시처럼도 느껴졌다.
아, 그런 거였나, 싶은 것이 나에게 다시 읽지 않으리라는 결심을 하게 했던 바나나맨의 이야기도 다시 읽어볼 맘이 다 생겼다. 그래도 역시 '삼미슈퍼스타즈~'를 읽는 편이 좋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