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불패, 하지원의 '너를 사랑한 시간'을 낮시간 재방송으로 잠깐 잠깐 본다. 

아직, 이입하지 못했고, 이입하기에는 너무 산발적인 시청이라, 둘 다 너무 멍텅구리처럼만 보인다.

오랜 친구가 아마도 연인이 될 테지만, 연인이 되기 직전을 오려낸 장면들에서 남자와 여자에게 각각 닥치는 설렘을 묘사하고 있었다. 

인피니트의 엘,이 하지원을 설레게 하는 연하남으로 나왔다. 햐~멋지구나. 

둘은 같이 출장을 가서 성공적으로 일을 성사시키고는, 기분 좋게 여행기분을 내며 놀다가 숙소에 들어간다. 출장 온 일이 성공했으니, 오늘 밤은 축하하자며 꽃단장을 마친 하지원이, 엘-극 중 이름을 쓰고 싶은데 기억이 안난다-의 숙소를 노크하려고 섰다가 열린 문으로 살금살금 들어가서는, 엘이 성난 목소리로 하는 통화를 엿듣는다. '괜찮아, 된다구, 정직원. 팀장님이랑 각별하다구.~' 설렜다는 게 부끄러워서, 우두커니 서 있다가는, 알아차린 엘이 돌아보는데, '그런 거였어?고작 정규직 일자리 때문이었어?'라며 항의한다. 나는, 사랑에 속았다고 생각하는 분하고 억울한 하지원 대신, 불쌍한 인턴직원 엘에 이입해서는 '고작'이라니 '자신의 권력'을 모르다니,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권력,을 인식했어야 한다. 

권력,을 인식한다는 것은, 권력,을 행사하는 것과는 다르다. 

각자 누리는 새털만큼의 권력, 어머니가 아이들에게 행사할 수 있는 권력,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행사할 수 있는 권력, 학부형이 선생님에게 행사할 수 있는 권력, 소비자가 생산자나 유통업체에 행사할 수 있는 권력, 젊은 여성이 행사할 수 있는 권력, 굳이 권력, 이라고 이름붙이지는 않지만,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그 작은 관계,영향력들을 인식하고 있어야 했다. 

팀장이고, 나이도 많은데, 심지어 말 한마디로 존재기반을 허물 수도 있는데, 상대의 행동에 설렘을 느꼈더라도, 자신의 위치나 권력을 인식했더라면, 그렇게 억울하지는 않았을 거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많은 관계는 그저 남자와 여자로는 오려지지가 않는다. 다른 많은 관계, 배경이나 조건,이라고 불러서 혐오하기도 하는 그런 것들이 존재한다. 그런 것들을 인식해서, 서로를 보는 걸 제약할 필요도 없지만, 그런 것들을 인식하지 못해서 서로의 행동이나 방식을 오해할 필요도 없다. 

스스로도 인식하고 있어야, '갑질'을 안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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