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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함께 일하는 동안, 존경하던 선배에게서 '세월호 유가족을 비난'하는 문자를 남편이 받았습니다. 나도 그 분을 알고, 그 분의 삶의 모습들을 좋아했었기 때문에, 함께 겪으며 어떤 분인지 알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왜 그렇게밖에 볼 수 없는지 마음이 아팠습니다.
오베라는 남자,를 마치면서, 그런 생각을 합니다. 아마도,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서, '국가에 뭔가를 요구'하는 것을, '국가가 그런 것들을 해야 한다'는 것을, 동의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열여섯에 고아가 되고도, 결혼을 하고, 직장을 구해 삼십년을 일하고, 매 3년마다 차를 바꾸는 것이 돈을 아끼는 것이라 생각하는, 집도 손볼 줄 모르는 젊은 것들을 삐딱하게 바라보는 이런 남자가 아마도 정치적으로 작은 정부,를 택하게 될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성석제가 만든, 황만근,을 압니다. 아예 자본주의적 삶에 포박되기를 거부한 그는, 농사를 지었습니다. 이미 사라져버린 인간형일 수도 있는 '황만근'씨처럼. 작가는 지금 정보화사회에서 가장 입지가 좁아졌다는 '블루칼라 남성 노동자'로 '오베'씨를 만들었습니다.
저는 읽는 동안 오베,씨를 좋아했습니다만, 오베,씨가 사는 세상이 아직 오지 않은 대한민국에서 오베,씨는 오베,씨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 스웨덴은 열여섯의 고아가 나오면, 위탁가정을 주선해주는구나, 아, 스웨덴에서는 군대도 갈 수 없는 기형 심장을 가지고도 직장을 잡아 삼십년동안 일을 할 수 있구나, 아, 스웨덴에서는 휠체어를 타는 선생님이 직장을 구할 수 있구나, 아 스웨덴에서는 직장에 다니는 남편이 휠체어를 타는 아내를 출근시키고 또 다섯시에 퇴근도 시킬 수 있구나, 아, 스웨덴에서는 치매걸린 가족때문에 힘들면 가정도우미를 신청할 수 있구나, 아, 가정도우미를 파견할 지 치매에 걸린 가족을 시설에 보내는 게 좋을지 함께 심사하는구나.
아, 스웨덴은 느려터질지는 몰라도, 산 사람을 죽으라고 하지는 않는구나.
아, 우리나라는 아직 스웨덴만큼도 뭘 하는 게 없는데도, 사람은 자신의 삶이 '독립적'이라는 걸 믿고 싶어서, 국가에 요구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국가가 오베에게 드러내는 모습이 적대적이었더라도, 오베가 자신이 자신의 삶을 꾸렸다고 믿었더라도, 오베의 삶을 받쳐주던 많은 모습들-믿음직한 아버지를 닮은 오베를 계속 고용하기로 하는 고용주나, 그런 오베를 사랑하는 여자나, 그런 오베와 이웃이 되는 사람들, 그런 오베가 자치회 회장을 하고, 자잘한 규칙을 세우는 과정에서 받는 존중 같은 것-이 단지 오베, 자신에 의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가능한 사회였다는 걸 오베가 알기를 바랍니다.
사는 데는 각오나, 노력이 필요합니다. 독립의 노력,은 물론 중요합니다만, 국가는 내버려두면, 얼마나 타락할지 모르고, 오베씨의 노력-민원과 편지, 항의와 행동-들은 필요하고, 단순한 일상을 원한다고 해서, 세상을 단순하게 인식하려고만 해도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