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 - KBS <TV, 책을 보다> 선정 도서
미겔 앙헬 캄포도니코 지음, 송병선 외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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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회사에서 도시락대화라는 걸 준비하면서, 회의실 헤드테이블에 제일 높은 사람을 혼자 앉혀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 자신이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에, 화들짝 놀랐다. 수직적 위계에 길들여져 있다는 것에, 권력을 가지면 어떨지 모르겠다는 것에 두려웠다. 

민주노동당,에서 전국 10%이상 지지를 얻고 세력을 키워갈 때, 뉴스에서 민주노동당 소속 군의원?이 군청에서 난동을 피우는 장면이 나온 적 있었다. 언론이 얼마나 쉽게 길들여지는 알고, 뉴스가 얼마나 쉽게 조작되는지 알고 있다고, 쉽게 속지 않겠다고 늘 다짐하지만 팔랑귀인 나는, 그 뉴스를 보면서 '내가 누군지 아냐'며 난동을 피우는 그 장면에, 권력을 가지면 저렇게 변할 수 밖에 없는가, 생각했다. 죽음보다 삶으로 증명하길 원했던 대통령을 보내면서도, 그 사람이 그런 게 아니라, 권력의 주변이 그럴 수도 있어서, 참 힘들겠다,라고도 생각했다. 정치라는 게 국민으로부터 갹출해서 만든 커다란 자본의 이권을 이쪽에서 저쪽으로 옮기는 거라면, 어떤 의미일까,라는 생각도 했나보다. 


'지금 민주당은 결국 새누리당 놈들처럼 되고 싶은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어'라는 경멸의 말을 '그래도 민주당이 낫지 않냐'는 나에게 쏟아내던 남편에게, 내가 이 책 이야기를 한 다음, 남편의 택배상자에 이게 들어있었다. 나보고 보라고 산 건 아니겠지만, 소개 몇 줄만으로도 궁금했었기 때문에 먼저 덥석 읽어치웠다. 

읽고도, 여전히, 내가 그럴 수 있을지나, 우리가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다. 민주노동당,의 포스터가 예쁘다고 사진이 잘 나왔다고 좋아한, 나는, 그러니까 예쁜 게 좋은 사람이라서, 내 나라의 대통령이 후줄근한 옷을 입고 아침일찍부터 짓던 농사를 조금쯤 손 보고는 털털대는 고물차로 출근하는 사람인 것을, 자랑스러워할 지 자신이 없었다. 수직적인 권력의 위계에 길들여진 내가, 멋진 옷과 온갖 멋진 것들에 현혹된 내가, 경쟁과 비교에 익숙한 내가, 다른 나라 정상과 나란히 서 있는 이웃집 아저씨같거나 할머니 같은 '우리' 정상을 좋아할지, 좋아하다가도 불쑥 '일국의 대통령이 그런 차림새가 예의가 아니'라거나, '부끄럽다'고 욕해대는 기득권 언론에 기사라도 나오면, '굳이 별 거 아닌데 책잡힐 일을 왜 해?'라며 애매한 태도를 보이지는 않을지 자신이 없었다. 

읽으면서, 집이나 옷 삶을 구성하는 드러나는 것들을 바꾸지 않는 것이 바로 각오,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언제나 직업은 농부인 정치가이고 대통령이었던 무히카를 보고 있자니, 대통령일 때조차 자신의 집에서 농사를 지었다는 대통령을 보고 있자니, 나의 이런 태도 때문에 멋지게 양복을 차려입는 피부과에서 관리받는 정치인들만 가져왔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존재 자체의 감동이 제일 크다. 책 속의 이야기는, 그 존재가 '~카더라'가 아니라, 피와 살을 가진 인간임을 보여주고, 피와 살을 가진 인간의 이야기는 언제나 모호함과 모순이 있어 그렇게 명쾌해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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