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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지 ㅣ 이형진의 옛 이야기 1
이형진 글 그림 / 느림보 / 2003년 1월
평점 :
그림책이 아이 책이라고 그러기는 합니다만, 아이 책을 어른이 읽을 때는 어떤 태도로 읽어야 하는 걸까요.
사실, 아이 책이란 생각을 하고 있으면 그 책의 무언가를 볼 수 없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그림책을 사서 읽을 때마다 내내 하는 평가는 '아이 책이 이래도 되나' '아이 책이라 이해할 수 없군'따위였답니다. 그런 데 마음 쓰다니, 즐겁게 즐길 수 있었겠습니까? 정말 좋은 아이 책은 그런 자각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고 하신다면, 할 말 없어지기는 합니다.
예전에 잔혹동화가 한참 유행이던 시절에, 그래, 그림동화가 원래 그렇게 잔인하다며, 와 함께 들어온 이야기는 시대가 흘러가면서 어른의 유행에 뒤떨어진 이야기들이 아이들의 이야기로 넘어온다는 말이었습니다. 사실, 그 이야기를 듣던 맥락에는 어른의 자로 재지 말고, 아이들의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끝지를 보면서, 그 이야기를 다시 떠올린 것은, 전래동화로도 읽었음직한 이야기가 전설의 고향 풍으로 묘사되었기 때문입니다. 절벽에 떨어지고, 못을 탕탕 처넣어도 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 벌떡 일어나 달리는 만화 속 주인공처럼 동화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나 봅니다. 이 그림책은 그러지 않아서, 예의 그 '아이 책이 이래도 되나'하고 생각했으니까요. 다시 생각해보니, 지금껏 내가 왜 전래동화의 '여우에게 구슬을 보여 물리쳤다'는 대목을 아무런 피냄새를 맡지 못했는지오히려 의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