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교육용으로 함께 보면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
야, 자식들이 저도 벌면서, 아빠가 먹이고 재우는 걸 당연히 생각하면 안되지.
그래.
아직 순진한 2학년 딸래미가 잘도 수긍한다. 그러다가, 내가 갑자기 의문이 든다.
근데, 요새는 그러기도 한다더라. 원하는 걸 못 해주는 부모에게 '누가 낳아달랬어?'라는 자식들도 있다고는 하더라.
그러다가, 다시 욕심 사나운 강재가-가난한 아버지와는 연을 끊더라도 병원장 사위가 되어 병원장이 되려는- 결혼한 효진이를 보면서 이건 또 다른 이야기라는 생각도 들더라. 돈이 없어, 인생을 준 아버지와 돈이 많다고 뭐든 줄 수 있지만 인생은 주지 않는 부모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재와 결혼한 효진이는, 언제나 엄마에게 묻고 엄마가 하자는 대로 하는 딸이다. 부모에게 착하고 예쁜 딸이지만, 부모가 정해준 남편이지만 진심으로 사랑하는 남편에게 '효진씨는 머리가 없어요? 생각이라는 걸 하냐구요!'라는 말을 듣는다.
나는 부모를 벗어날 수 있던 순간부터 언제나 아무것도 안 주셔도 되니, 내 인생을 주세요,였기 때문에, 뭐든지 줄 수 있으니 네 인생을 내 맘대로 하겠다,라는 부모는 사절이다.
아이가 지금 세상에서 유일하게 복잡한 계산없이 무한정 사랑해도 되는 유일한 존재라서 축복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내가 주는 사랑의 댓가를 바라지도 않고, 내 아이의 인생이 내 아이의 것임을 잊지 않는다. 그래서, 내 아이의 인생이 행복해서, 그 인생을 준 나를 또 사랑했으면 하고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