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 - 시장 상품 인간을 거부하고 쓸모 있는 실업을 할 권리
이반 일리치 지음, 허택 옮김 / 느린걸음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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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에 대해서 전하고 나니, 남편은 '중립적인 체는 쉬워'라고 말했다. 

이 사람을 중립적이라고 하지는 않아, 가장 급진적인 생태주의자로 평가받았다구,라고 또 전하자, 가장 급진적이라는 게 이제는 식상하게 들리는 구나, 라고 남편은 말했다. 


좌파에게도 우파에게도 환영받지 못한, 이란 수사가 붙은 이 책의 저자는, 기술과 전문가 집단에 대해 말한다. 언제나, 애매한 입장이라 크게 말하지 않는 나는, 언제나 국가의 목표가 더 높은 GDP가 아니라, 적정한 수준의 '가난'이라고 정리해보겠다고 말만 많은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이미 말한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뭐 대학에도 있다, '돈이 모이면 사람이 흩어지고, 돈이 흩어지면 사람이 모인다'고. 


보육료 지원에 대해 말할 때, 내게 '왜 내 아이를 나라에 키워달라고 해?'라고 반문하던 사람에게 나는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돈이 없어도 아이를 키웠던 전 세대의 사람들을 나는 아는데, 돈이 없어서 아이를 키우지 못하겠다고, 나라에서 아이를 키우라고 주장하는 게 맞는 건지 순식간에 의문이 들었던 거다. 

나는 비용이 들기 때문에 기술을 선택하는 것은 흔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부가 늘어나면서 오히려 비용이 들기 때문에 기술을 선택하는 순간이 늘어난다. 심지어, 시장은 공포를 조장해 돈을 꺼낸다. 손으로 빤 빨래는 믿을 수 없어 세탁기에 돌리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고, 엄마가 한 밥은 믿을 수 없어, 식품성분을 표시한 매대의 조리음식을 사는 걸  선호하는 시대가 이미 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식으로 더하기만 하면, 언제나 문제가 한 참 후에나 알려질 텐데, 더하고 더하고 더하는 식으로 삶은 변하고, 더하고 더하고 더할 돈이 없어서 사람들이 삶을 살지 못한다. 아이를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것은 돈이 드는 게 아닌데, 더 좋은 걸 먹이고 입히려고 돈을 버느라 정작 아이와 눈을 맞추지 못하는 부모가 되는 것처럼. 

책 속의 묘사가 무섭고도 절절해서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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