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학교 푸른숲 어린이 문학 31
크리스티 조던 펜턴 외 지음, 김경희 옮김, 리즈 아미니 홈즈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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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를 공유하지 않는다면, 거래할 수 없다.

수많은 제국의 약탈이 선한 얼굴로 거래로 포장되었음을 나는 안다. 값어치가 무한하기 때문에, 아무 것도 아닌 가격으로 거래된 북미 인디언의 땅들, 처럼.

이 책 속의 이누이트 소녀가 다니는 나쁜 학교,는 아이들을 잡아 자신들의 가치를 가르친다. 추위를 견디는 자신들의 옷 대신, 신 대신, 그들의 물건을 입히고 신긴 사람은 종교의 이름으로 들어온 사람들이다. 돈이 없이도 구할 수 있었던 옷과 신, 음식 대신 돈이 없으면 구할 수 없는 옷과 신, 음식을 주고, 그들의 터전에서 자신이 필요한 걸 가져가기 위해, 그들에게 자신의 가치,를 가르친다.

나는 좀 더 나쁜 학교를 상상했다. 아이들을 납치해 가르치는 학교, 착취하고 비하하는 학교.

그런데, 올레마운은 글을 배우려고 스스로 그 학교에 간다. 그렇다고 모든 학교의 처사를 수용한 것은 아니지만, 나는 왜 올레마운의 아버지는 올레마운에게 글을 가르치지 않았을까, 또는 그 사촌언니는 글을 가르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올레마운이 단지 글을 배우고 싶었던 거라면, 그런 나쁜 학교에는 안 가도 되잖아, 그런 생각. 엄마도 아빠도 그 학교가 아이들을 혹사시키고, 추위에 떨게 한다는 걸 알면서, 왜 올레마운에게 글을 가르치지 않는지 의심이 들었다. 글 자체가 이미 그런 '가치'였던 걸까. 모르겠다.

말미에 붙은 그 당시 기숙학교의 목적에 대해 읽으면서는, 지금의 학교는 그런 학교와 얼마나 다를까 생각했다. 지금의 학교는 아이들에게 얼마나 공정하며 관대한지, 비뚤어진 가치들을 심어주지는 않는지, 이런 생각을 했다.

초등학생인 딸이 봤으면 했지만, 지금의 학교도 다르지 않다고 말할까 걱정되어 또 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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