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의 우리 나무
박상진 지음 / 눌와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산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산을 오를 때, 땀이 나는 것도, 내 몸이 그 수고들을 잘 해 내는 것도 대견하고, 봄이 되면 어여쁜 초록, 여름이면 캄캄한 초록, 가을이면 아름다운 색색, 겨울이면 하얀 산, 모두 모두 너무 좋다.

그렇게 오르다가, 나무들을 보고, 꽃들을 보면, 언제나 나를 즐겁게 하는 것들을 제 이름으로 불러주고 싶다. 너무 좋아한다. 산의 풍경들, 산의 나무들, 산의 꽃들, 산의 풀들. 그래, 제 이름을 불러주려고 책들을 찾았고, 내게는 이 책이 제일 좋았다. 나무의 이름들은 이야기들로 기억된다. 어째서 그런 이름을 가졌는지 알게 되면, 그 이름은 산길에서 만난 나무에게 저절로 붙는다. 상세한 나뭇잎의 묘사도 있고, 줄기의 모양도 있는 쓸모에 대한 묘사가 많은 도감을 읽을 때는 일어나지 않던 일이다. 나무에게 그 이름이 붙은 데도 이유가 있는 법이고, 이야기를 알고나니 이름도 쉽게 떠오르고 더욱 살갑게 느껴진다.

박태기나무, 이팝나무, 조팝나무, 생강나무, 고추나무, 밤나무, 함박꽃나무, 서어나무, 으름, 자두나무, 무궁화, 은행나무, 등나무, 닥나무, 다래나무, 돌배나무, 명자나무, 가죽나무. ...

늘 보고 알던 나무도, 모양은 알지만 이름은 처음 듣는 나무도 있다. 처음 만난 나무의 이야기도 반갑지만, 알던 나무의 이름 이외의 것들을 듣는 것도 즐겁다. 나무의 이름들의 유래나, 얽힌 이야기들을 듣고 있자니, 모든 나무들이 친구같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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