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요나라, 갱들이여
다카하시 겐이치로 지음, 이승진 옮김 / 향연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해설에 단호하게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사람은(이제는 그런 사람도 없는 듯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부분을 맛볼 수 있는 감수성이 없는 것이다'라고 씌여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분명히 '없는' 사람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니었다고 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해설까지 읽어야 했고, 옮긴이의 말까지 읽고, 지은이의 약력까지-보통의 약력보다 훨씬 구구절절한'상금을 경마에 쏟아붓겠다,고 말한 인터뷰가 화제가 되었다'까지를 포함한- 읽어야 했습니다. 이런 것을 다 읽고, 그나마 작가가 제 정신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면, 역시 나는 감수성이 없는 것입니다.


1부는 제게도 그리 이상하지만은 않았습니다만. 2부와 3부로 넘어가면 역시 감당불가입니다. 저는 역시, 다른 방향으로 작동하는 감수성을 가졌나 봅니다.


신기한 것은 그런 데도 여전히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란 책을 읽어보고 싶어한다는 것입니다. 기이한 호기심으로요.


소설은 해설이나, 옮긴이의 말을 못 들은 체하고 본다면 백일몽같았습니다. 좀 비릿한 꿈이요. 미성년자 관람불가의 장면이 비관적으로 등장하는, 구멍난 육체가 말을 하는, 문장으로 쓰였기 망정이지 화면으로 보이는 것이라면 악취미라고 꺼버렸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문장이라서 몽환적인 기분이 됩니다. 앞뒤도 없고, 사물과 사람의 구분도 없고, 삶과 죽음의 구분도, 추상의 것과 실존의 것조차 구분되지 않는 이상한 나라에 던져진 기분이었습니다.  쓰여진 데로 상상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처럼도 보였습니다. 혹은 현실속의 그것을 상상하지 말라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피와 살이 튀는 상상을 하면, 그 다음이 이상한, 그래서 내가 그 말이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 그런 것을 그릴 수 없는 이상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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