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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거 게임 세트 - 전3권 ㅣ 헝거 게임 시리즈
수잔 콜린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읽기 시작하자 멈추질 못했다. 이미 '이건 런닝맨이잖아'라는 영화평을 본 뒤에 시작해서, 1권 중간 쯤까지 남편에게 '그러네'라는 품평을 전한 뒤였음에도, 1권 말미에 가서는 질질 짜고, 아, 애들때문에 읽을 수가 없다고 아쉬워하면서 새벽과 밤에 2권과 3권을 내쳐 읽어치우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완전한 일인칭 시점이다. 시제도 현재형만 사용하는 열여섯 살의 캣니스 애버딘이 보고 듣고 중계하는 것만 나는 알게 된다. 그래서, 이건 십대의 소녀가 이입하기 더 좋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어느 순간 이입했고, 멈추지 못하게 되었다.
조공인들이 헝거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티비에 나오기 위해 스타일리스트들이 붙고, 인터뷰를 연습하는 과정에 캣니스가 느끼는 그 감정, 바보같고 멍청하다고 느끼는 그 감정, 그래, 나는 1대 100에서 끊임없이 박수를 치면서 그런 기분이었다. 나는 결국 살아남지 못했지만, 그 과정, 일없이 활짝 웃고, 계속 박수를 치고 하던 그 순간에, 시청자이기만 해서는 몰랐을 그런 저간의 사정들-왜 저런 쉬운 문제에 저런 멍청한 답을 하는 거지 궁금해하기만 했을- 카메라를 받기 위해 멍청한 대답을 할 수도 있겠구나-을 깨달았던 그 순간이 겹쳤다. 그렇게 이입하고 나니, 멈출 수가 없었다. 자는 것도 먹는 것도 아까운 지경에 2권과 3권까지 읽어 치운거다.
헝거게임이 결국 참가자를 죽이는 말 그대로의 '서바이벌'임에도 불구하고, 1권의 긴장감은 2권과 3권보다 덜하고, 나는 런닝맨을 볼 때의 감흥이 된다. 2권과 3권은 쇼,에서 삶으로 넘어가게 되는 상황이고, 혹은 삶 자체가 쇼가 되어버린 상황이니까.
시리즈 전체는 리얼리티 쇼에 대한 풍자, 껍데기가 알맹이를 먹어버린 세상에 대한 풍자, 불평등한 세상에 자본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풍자로 읽힌다. 1권이나 2권의 진짜 티비로 중계되는 헝거게임만이 아니라, 3권 -그걸 이렇게 불러도 된다면-에서 벌어지는 내전(독재 수도 캐피톨에 저항하는 구역의 반란)이 중계되는 방식까지. 진짜 게임만이 아니라, 진짜 전쟁도 어느 순간, 이런 식의 쇼가 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자각이 닥친다. 캣니스의 불안정한 시선만을 따라가는 나는, 그래서, 캣니스가 한 선택을 그저 수용하게 된다. 캣니스처럼, 소중한 걸 지키려고 용기낼 수 있기를 바라고, 또, 계속 생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