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거북이들에게 - 열심히만 살아서는 안 되는 충격적인 이유
로버트 링거 지음, 최송아 옮김 / 예문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세상에서 가장 악랄한 자기계발서,라고 선전했기 때문에 궁금했다. 전자책으로 받아 새벽의 어둠 속에서 읽었다. 전자책은 종이책보다 가벼운 느낌이 든다. 그래, 다 읽고 난 느낌은, 아, 어쩌면 모두 태도의 문제가 아닌가,였는데, 어제 자전거를 고치러 동네 자전거포에 가서, 자전거포 아저씨가 얼마나 고마운지 한숨이 났다.

이 책을 읽은 뒤라 나는 부자가 부자인 이유는 특유의 거만함-푼돈은 무시하고, 거대한 고객에게 돌진하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따위 돈에 내가 연연할 쏘냐,하는 단호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 때문이고, 그리고 마지막 순간-최종적으로 돈이 내 손에 들어오는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는 태도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만원짜리 자전거 고무창 교체를 해 주시는 이 자전거포 아저씨가 진짜 고마운 거다. 아저씨가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당장 푼돈벌이는 걷어차고 오히려 거만하게 부자들에게 부자들의 돈을 뜯는 게 낫다는 걸 나는 아니까. 내가 자전거포에서 고칠 수 있는 것은 아저씨가 이 일을 하시기로 했기 때문이지, 싶은 거다.

 

이 책의 저자는 부동산 중개업자다. 부동산 거래를 중개하고 수수료를 받는 저자는 자신의 직업을 들어 '돈이 있는 사람들은 순순히 돈을 주지 않는다, 비용으로 처리되는 당신에게도 마찬가지다'-비슷하기는 한데,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결국 나는 월급쟁이니까-라고 말한다. 그래서, 우리의 목표는 많은, 다른, 자기계발서가 말하는 것처럼 '일을 잘하고, 열심히 하는' 것보다 마지막 목표에 '돈을 받는'것을 넣어야 한다고 말한다. 아, 그런 거지. 아무리 잘해도 돈을 못 받는다면 책을 못 쓰겠지.

 

70년대에 씌여진 책인데도, 여전히 진실인 것이-건축업자는 반쯤 미쳤고 현재는 모두 파산했다는 대목이 보여서 깜짝 놀란다- 부자는 돈을 주려하지 않고 애송이로 보여서는 일개 중개인 주제에 돈을 탐한다고 모욕이나 당한다. 푼돈벌이를 하던 저자가 큰 돈을 버는 방법은 어쩌면 부자의 거만함-돈이 필요하지만 절박해하지 않고, 협상의 우위를 점하고, 자신을 무시하지 못하도록 어깨를 부풀리고-을 배웠기 때문이고, 어려움으로 포장한 기존 부자들의 진입 저지를 무시했기 때문이고, 결국 돈을 받아냈기 때문이다-새벽에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은행의 첫 고객이 되어, 지불하지 않으려는 고객의 의중을 모르는 고객의 변호사의 증언을 받아 수표를 바꾸는-.

 

가끔, 허름하게 차려입고 은행에 가는 부자 이야기를 듣거나, 거지행색을 하는 부자 이야기를 듣거나, 휘황하게 휘감는 가난뱅이 이야기를 들으면, 도대체 돈은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 그래, 돈은 상관이 없는 거지. 진짜 부자인가 가난한가도 상관이 없는 거다. 어떤 태도를 가졌는가,만 그렇게 인생에 중요한 것이지 싶다. 지금은 허름한 부자보다 휘황한 부자와 휘황한 부자를 흉내내는 휘황한 가난뱅이들만 있는 세상인가 싶지만, 내 태도는 역시, 부자일 필요는 없어, 태도만 중요해.

그래서, 나는 세살먹은 아들이 저항했기 때문이지만 아들에게 내복만 입혀서 백화점 쇼핑을 할 수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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