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부를 못해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
야마다 에이미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2월
평점 :
절판


사람들은 스스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참 많은 울타리에 갇힌다.

나도 다르지 않아서, '불 좀 빌릴까요'라고 말했다가 지난 후에 '그런 말은 여자가 나이많은 남자에게 하는 게 아닌데'라는 조심스런 조언을 들으면 -나의 행동은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머쓱해져서 다음에는 조심하게 된다. 내가 그 이유를 댈 수 있어서가 아니라, 그저 그렇다니까.

너는 공부를 못하는 구나, 가 언제나 어깨를 움츠리게 하기 때문에 '나는 공부를 못해'라고 말하는 히데미가 참 멋있다. 히데미 말마따나 인생에는 공부말고도 많은 것이 있는데 나는 어떤 학창시절을 보냈었는지 기억해내려니 깜깜하기만 하다. 언제나, 다른 나이를 동경하면서 살다가 삼십대가 되려니 히데미가 부러울 밖에.

대학에 가는 것 말고는 이유가 없던, 공부만 잘하면 뭐든지 상관없다는 걸 알아버렸던, 모험심 따위 없던, 맞을 이유가 있었던 거라고 자신을 길들였던 내가 히데미에 겹친다.

행복하려면 자신을 들여다보아야 하고, 행복할 수 있다면 뭐가 문제람. 히데미같은 고교시절을 보낼 수는 없더라도, 히데미의 엄마처럼-그녀 이름을 불러줘야 하는데, 히데미의 엄마라니 학부형처럼 멋대가리 없다,- 멋진 아줌마가 될 수는 있지 않을까, 격려의 말을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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