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쇼핑 - 아무것도 사지 않은 1년, 그 생생한 기록
주디스 러바인 지음, 곽미경 옮김 / 좋은생각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이런 주제는 위험하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비난받는다고 느낄 수 있으므로, 그런데도, 그 사람들에게 공감을 사야 하는 거니까. 그래서, 난 사려고 하지 않았는데, 남편의 주문도서 목록에 들어 있었다. 오늘 아침 남편보다 먼저 책을 끝냈다. 그러고는 잊고 있었다. 챙겨서, 출근을 했고, 일없이 왔다갔다, 그러다가, 무언가를 산다는 것에 대해 말하는 '굿바이'님의 페이퍼(http://blog.aladin.co.kr/goodbye/3970119)를 읽고 아, 난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아, 라고 정리할 결심을 하게 만든다.  

굿바이 쇼핑,의 주디스 러바인이 그 1년을 보낸 후 시민이 되었다,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돈을 적게 쓰는 방식의 삶은 다른 공공재들을 요구하고, 삶을 달라지게 만들지만, 그게 더 다양성이 넘치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걸어갈 수 있는 만큼의 공간에서 내가 가구를 사고, 책을 사고, 음식을 사고, 옷을 사서 그 공간 안에 가구점과 서점과 식료품가게와 옷가게가 있을 수는 있지만, 그 옷가게가 넘치는 다양성을 담보하라고 요구하지는 않는다. 차를 타고 달려가 이 마을과 저 마을을 비교한다면 그건 다양하고 특색있을지 몰라도, 그러지 않는다면, 삶은 물처럼 고요하고 심심하고 단순하고 아주 천편일률적이지 않을까. 작은 마을을 버리고 도시로 떠나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그래서 오히려 다양성인 게 아닐까. 어릴 때 내가 살던 작은 마을에서, 아직 동네에 들어오지 않은 메이커의 옷을 어디 다른 곳에서 구해 입었던 게 우쭐할 일이었던 것처럼. 여기서 구할 수 없는 것이라는 말이, 가장 큰 자랑이었던 것처럼, 사람의 기묘한 속하고 싶지만, 우월하고 싶은 마음이 이 과소비를 만드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는 것. 동네 슈퍼 대신, 더 큰 대형마트가 들어오길 바라는 마음은, 그 다양성 때문이 아닐까. 좁은 다양성이 큰 다양성을 밀어내는 것을 그래서 의심없이 수용하는 게 아닐까. 그래서, 오히려 세계가 똑같아지는 무지막지한 지경에 몰린 게 아닐까.  

책 속의 1년은 쇼핑을 끊고, 시간을 벌어, 시민이 되는 식으로 흘러간다. 선거가 있는 해의 이야기는 욕망을 조장하는 쇼핑의 시간들이 생필품 이외에 쇼핑이 금지된 글쓴이가 택해 시간을 보내는 방식으로의 도서관과 대중교통, 무료공연들에 대한 현실로 옮아가고, 정부의 태도에 대한 비판으로 옮아간다. 그렇다. 사용하지 않는다면,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대로 수용하게 된다. 자가용이 있는데, 부족한 대중교통이 뭐가 문제가 되며, 내가 원하는 책을 살 수 있는데, 부족한 도서관이 뭐가 문제가 될까. 민간의료보험이 더 좋다는데, 국민의료보험이 뭐가 필요할까. 등등. 도대체 뭘 믿고, 공공재를 사유재인 것처럼 사고하게 하는 거짓말들에 속는 것일까,라고 말한다.  

사적인 일기처럼도 비춰지는 이 책은 그래서 나쁘지 않다. 객관적인 체 하지 않는 온전히 주관적인 미묘하고, 아슬아슬한 균형잡기가 책 속에서 드러난다. 그렇다. '쇼핑을 하지 않는 나는 쇼핑을 하는 당신을 비난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이런 것들을 한번쯤 생각해보는 이 1년은 나를 자유롭게 만들었다고 말해주고 싶다' 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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