吾 口 次 言 汝 聽 彼 我 手 招 來 爾 往 彼
오 구 차 언 여 청 피 아 수 초 래 이 왕 피
吾 意 貴 爾 又 逆 行 君 愛 眞 情 我 斷 腸
오 의 귀 이 우 역 행 군 애 진 정 아 단 장
조선의 선비가 이런 시를 남기고 죽었다. 여기서 이야기가 시작되었나보다. 이 시는 마지막 순간에 흐른 것이었으나, 이 이야기를 만든 사람에게는 시작이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의 입을 이것을 말하나 너는 저것을 듣고, 나의 손은 오라 하나, 너는 가는구나.
나의 의도에 너는 반하는구나. 너의 사랑은 진정 나를 죽이는구나.
실제 티비에서 나온 해석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전설의 고향이 갖는 전통적 교훈이란 것과 전설의 고향이 갖는 미덕들, 더하여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무엇이 있는가 생각하였는데, 어제 이야기는 좀 이상해져서 계속 생각했다.
계집종이 몰락한 양반의 도령을 사모한다. 도령은 이상을 품은 훌륭한 선비, 계집종이라 하여 하대하지 않는 훌륭한 인간이다. 그런데, 계집종은 도령의 행동을 사랑이라 오해하고, 도령의 매파를 살해하고, 도령에게 함께 도망가자하는 거다. 도령은 거절하고, 그 다음에 도령 주변에 귀신들 출몰. 주변사람들이 귀신에 씌인다. 그런데, 귀신이 씌이는 시점이 딱 눈동자가 써클렌즈 낀 만큼 더 검어지는데, 이게 참 미묘하게 무섭다. 목소리가 바뀌는 것도 아니고, 살짝 바뀌면서 귀신의 형상이 덮어쓰기도 하지만, 그 전에 홍채가 더 짙어지고 더 커지는 그 순간이 오싹하다. 무서워서 쭉 못 보고 계속 돌려가면서 보았다.
내가 내내 한 질문은 이런 것
와, 저 남자가 잘못한 게 뭐람.
왜 이상에 대해 말한 것, 종을 사람으로 대한 것, 웃고 말한 것이 잘못이야?
-그 남자는 조광조의 애제자로 금부도사인 옛 동무에게 '조광조가 역모를 도모했다'는 상소를 올리라는 협박을 듣고 있었다
도대체, 왜 저 남자가 저런 고초를 겪어야 해?
완전 저 여자 싸이코구만.
그러다가, 마지막 순간에, 그 남자를 중심으로 그 남자가 사랑한 여자-역모로 몰려 기녀가 되었다, 그녀는 금부도사의 청을 들어 '자기 아비를 빼낼 수 있게 거짓 상소를 올려달라' 청하러 왔다. '자기를 연모한다면 그걸 해 달라'고 -, 그 남자의 어머니가 차례로 귀신들려 그 남자 앞에 섰을 때, 귀신이 "왜 저의 사랑은 잘못되었다 하시면서, 어머니의 사랑은 그리 말하지 않으십니까?" 질문할 때, 깨달았다. 그 말을 하고 싶었던 거다. 달아난 그녀가 살아서 세월을 겪었다면, 그녀는 그 사랑을 품고 다시 나타날 수도 있지만, 그저 그 사랑을 지나가게 두었을 수도 있었다. 이미 그녀가 매파를 죽이고, 무서운 짓을 했으니, 더 어떤 짓을 했을지 몰랐더라도, 그녀가 원귀가 되는 것은 어머니의 비뚤어진 사랑 탓이었다. 어머니는 달아난 그녀를 잡아 욕보이고 죽게 하였다.
어머니와 그녀가 엇갈려 눈앞에 나타나자 남자는 결국 자신을 찌른다.
비가 오고, 어둡고, 축축하고, 무녀는 정말 무서웠다.
홀로 아들을 키운 어머니는, 아들에 대한 사랑 때문에 결국 아들을 죽게 한다. 어머니도 그 계집종도, 자신의 사랑을 변호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녀도.
사랑은 모든 부도덕한 행위를 덮는 커다란 담요같은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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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시의 원저자를 알아보려고 인터넷을 뒤졌는데, 못 찾고 대신 어떤 평들이 있는지 보게 되었다.
나처럼 진짜 재밌게 본 사람도 있고, 이야기가 아귀가 하나도 안 맞는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 때 죽은 그 원귀가 4년이나 지나서 나타난 이유같은 게 설명이 안 된다면서. 아, 그렇기도 하네. 야, 그런데, 못 알아차리고 완전 속았잖아, 대단한 거지. 이야기가 아니면, 그림이.
나는, 저 한시가 가지는 그런 상상을 좋아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