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나는 남편에게 그 얘기를 했던 것이다. 티비에서, 파트너를 하고 있었고, 그때, 이태조(이동욱 분)변호사가 잠수타서, 한정원(이하늬 분) 변호사가 강은호(김현주 분)변호사랑 동행할 일이 있었다. 절도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 국회의원 부인을 면담하고 오는 길이었는데, 강은호에게 한정원이 '이기기만 하면 되는 거'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 극 중 한정원은 유능하고, 사람에 신경 안 쓰는 캐릭이고, 강은호는 사람에 신경 많이 쓰는 초짜 캐릭이라서, 그래서 생각나서 한 말이었다.-극 중 강은호는 엄청 유능하다. 승률 100%(두 번 해봤으니)-

"있잖아, 어떤 사람이 블로깅해놨던 걸 봤는데, 착하고 무능한 의사란 존재하기 어렵다고 했더라. 착한 사람, 환자를 귀하게 생각하는 의사라면, 생명을 다루는 자신의 능력을 연마하지 않을 수 없다고 그렇게 썼더라고."
"열심히 한다는거, 최선을 다한다는 거랑, 무능이나 유능은 분명히 다르지."
"물론 그건 다르지, 여기서 착하다는 것은 선하다, 악하다, 뭐 이런 개념이랑 통하는 거지. 선한 어떤 가치들을 추구하는 거지. 의사라면 환자의 생명을 내가 구하겠다는 그런 거."
아, 돌이켜 쓰자니 잘 못하겠다. 00씨는 '착하다'는 말을 태도로 받아들였던 거 같아서, 우리는 성실한 태도보다, 게으른 태도가 낫다든지, 하는 이상한 말들을 서로에게 해댔고. 함께 일을 하는 존재들로서 어떤 존재가 가장 좋은지 뭐 이런 말들을 또 했다. 내가 하려던 말은 그게 아니었는데.
그러니까, 내가 하려던 말은 처음부터 이런 거였다.
"착하고 무능한 의사와 악하고 유능한 의사의 대립항을 만들고 선택하라는 것에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라는 것. 이런 말을 하려고 한 이유는, 애초에 이런 담론이 누구에게나 익숙하리라는 전제를 또 깔고 있었다. "좋은 선생 필요없어, 잘 가르치기만 하면 되지, 때려도 상관없어"라는 식의 담론. "착한 거 필요없어, 내 병을 낫게만 하면 되"라는 식의 담론, 그 사람들의 시간을 귀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그저 열심히 하는 것 말고, 더 필요한 게 무언가, 궁리할 거라는 생각. 그러면, 그 사람이 선생이라면 착하고도 잘 가르치는 선생이 될 거고, 그 사람이 의사라면 착하고도 잘 고치는 의사가 될 거고, 그 사람이 내 옆에서 일하는 직장인이라면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는 데 좀 더 고민한 결과물을 내 보일 것이라는 생각.
아, 그래서, 나는 그 이상한 대립항이, '착하다'-이건 보편가치다-를 무능과 묶어서, 결국 모든 사람이 '악하고 유능한'사람을 선택하는 자명한 상황을 통해-누군들, 내 생명과 내 능력과 내 시간을 맡기면서, 원하는 것을 분명하게 말하지 않을까- 보편가치가 무용한 것처럼 포장하기 위한 정치적인 수사에 불과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쓸데없이, 00씨와 태도를 중시하는 사람들의 성향, 결국 태도조차 정치적인 가치판단이라는 식의 말들을 해야 했다. 이 때, 나는 정말 화가 버럭 났는데, 내가 사용한 '착하다'는 말은 보편가치로서 둘 다 동의해야 가능한 대화였기 때문에, 00씨가 그렇게 말하니까 정말 화가 났었다. 그런데, 00씨는 자신의 계속되는 업무지체때문에 사람들이 유능함 대신 성실함을 택하는 것 때문에 착하다,는 수사를 성실함으로 오해하고, 나에게 반박을 하려고 했던 것이다.

회사에서 일을 할 때, 누구든 업무에 구멍은 용납되지 않는다. 업무의 질은 유능과 무능을 가르겠지만, 내 개인적으로 태도로써의 성실이냐, 아니냐는 주변 사람을 대하는 여유로운 태도의 문제기 때문에, 누구라도, 게으른 똑똑이를 최우선으로 칠 거라고 생각한다. 00씨는 내가 이렇게 말하자, 자신과 말한 많은 사람들은 성실하고 안 똑똑한 사람을 더 선호했다면서, 다시 성실하다,라는 말의 해석가능한 무한한 범위에 대해 혼란스러워했다. 대화를 했지만, 정의가 없어서, 어떤 것이 성실인지 그 사람과 자신이 달랐을 거라면서 어지러워했다.

* 그 블로깅을 다시 찾아보려고 검색했는데, 정작 그 글은 못 찾았는데, 착한 의사라는 말이, 꽤 유명한 말인 모양이다. http://dusl.tistory.com/479 (09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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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jinny 2009-08-18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편집은 너무 힘들어가지 않았나? 그렇게 하지 않았어도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별족 2009-08-18 17:25   좋아요 0 | URL
좀 어지럽긴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