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은 30분 다큐.
거기서 보여준 방법은 일본의 차고지증명-차를 살 때, 어디에 둘 지 미리 증명해야 한다-

"와, 우리도 저런 걸 하면 되지 않을까?"
"그럼 지금 있는 사람들은? 경찰이 주차단속을 계속 해야 해?"
"그럴 수도 있지."
"뭐, 그럴 수가 있어? 주차문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왜 해결할 수 없어. 해결해야지."
"이미 심각해져서, 빈터나, 골목 여기저기 불법 주정차를 하는데, 그걸 계속 단속하라고?"
"필요하면 할 수도 있지. 단속도 하고, 새 차를 구입하려는 사람한테 차고지 증명도 하게 하고."
"그럼 벌써 차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어쩌고? 형평성 문제는?"
"재수지."
"야, 무슨 정책을 그런 식으로 하냐, 복불복 정책이잖아."
"그런데, 60년대에는 환경규제 없었어. 그렇다고 지금 그 규제를 복불복 정책이라고 할 수는 없잖아. 주차문제로 이웃간에 살인이 날 지경이면 해결책을 찾아야지."
"지금 상황은 너무 심각해서 해결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그럼 주차할 데 없는 사람은 차를 사면 안 되나? 내가 서울로 이사가면 어떡해"
"차고지를 못 구하면, 차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도 있을 수 있는 거지."
"내가 생계형 운전자야, 그럼 어떡해. 차가 꼭 필요해."
"그때는 그럼 집을 구하는 것보다 차고지 구하는 게 중요한 문제가 될 수도 있는 거지."
"뭐 그런 말이 있냐? 사람이 사는 데 집보다 차고지가 중요하다니. 그런 식이면 어떻게 더 말을 하냐?"
"해결이 안 되는 문제가 어딨어. 해결책을 찾아야지."
"야, 너 지금 나랑 싸우자는 거냐. 어떻게 더 말을 하냐. 그만 하지."


어디선가 무언가 나는 더 이상 할 말을 못 찾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한참을 가만히 아무 말도 안하고 있으려니.

"뭐라고 말을 해보지."
"나는 싸우고 싶었던 것도 아니고, 아직도 나는 주차문제를 생각하고 있어서, 말을 하게 되면 그 말을 하게 될 거야. 그런데, 00씨는 그 말을 하지 말자고 하니까. 말을 안 했던 거지."
"회사에서 나는 어느 순간 더 이상 대화가 안 되는 순간이 되면, 서로 다른 사람이구나, 하고 말을 그만 하게 되더라. 설득의 능력이 없는 걸 수도 있는데, 그런 상황이 있는 거잖아. 예전에는 언성을 높이고, 내가 일부러 가서 술이라도 먹고 풀자고 했었는데, 요새는 아예 귀찮아. 다르면 다른 대로 그냥 가는 거지."
"그래, 나도 그렇게 해."
"그런데, 왜 지금 이렇게 계속 하는데."
"00씨는 술을 먹고 들어오면, 이런 이야기 잘 받아주고 오래 잘해. 그런데, 지난 금요일에 그런 얘기 하길래, 내가 맨정신에 하자고 했더니, 다음 날은 아예 무슨 얘기를 하려고 했는지도 잊었더라."
"내가 말하고 싶었던 건, 정책이 실현되면서, 그 과정에서 다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거지. 게다가 손해를 보는 사람은 가장 약자일 수도 있다는 거지."
"그렇지, 정책이란 그런 거지. 경기도 교육위원들도 나쁜 뜻이 있어서 반대했겠어. 돈은 한정되어 있는데, 급식비 낼 수 있는 사람까지 보조해줄 수 없다는 거지. 김남주가 출산장려금을 받아도 되느냐고 분개하는 사람들이랑 같은 논리인 거지."
"그렇지, 그 사람들도 선의는 있었던 거겠지?"

"나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단정하는 게 참을 수 없는 거지. 그리고, 나 학교 다닐때, 학교 옆에 개천이 반만 복개되어 있었는데, 그걸 다 복개하려고 했었어. 학생회나 환경단체나 여기저기서 나는 당연히 복개하면 안 된다는 말을 계속 들었었는데, 간만에 동기들이랑 저녁을 먹었나, 술을 먹었나 그 얘기가 나왔는데, 딱 한 사람이 복개를 찬성하는 거야. 걔가 차를 가지고 있었거든. 그러니까, 나는 차를 가지고 쓰는 건, 여러가지 다른 가치판단을 하는 기본이 되는 거 같더라고. 그러니까, 차를 가진다는 건, 큰 도로를 내는 것, 개천을 덮어서 주차장을 만드는 것, 뭐 여러가지 다른 것들을 정할 때 자기 입장을 다르게 한다는 거란 생각이 들어서. 차를 가지는 게 더 불편한 일이었으면 해."
"그래. 이러니, 저러니 해도 차를 쓰는 건 자기 편하자고 하는 거지. 그런데, 나는 여러 공공기관들이 충분히 주차문제를 해소하려는 노력없이, 개인에게 강요한다는 생각이 들어. 공공시설, 학교나 교회, 면사무소나 여러가지, 밤에 주차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많이 해소될 텐데, 그런 노력없이, 하는 건 아니라고 말하려던 거야. 그리고 지금의 주차문제는 한가구가 살던 단독주택이 다세대 주택으로 변하면서 발생한 문제라는 것도 고려해야 되고"
"그런데, 단독주택을 다세대 주택으로 개조할 때 허가를 내주는 것도 정부고, 차고지를 증명하라는 것도 정부고, 길을 내는 것도 정부고, 그러니까, 나는 해결할 방법도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말은 오래 했는데, 끝은 어찌났던 것일까.(09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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