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기, 좋다.
토요일 남편이 친구 결혼식이라고 제주도에 혼자 내려가서, 아주 종일 티비를 봤다. 딸래미는 밖에 나가자고는 하지만, 옷을 입으려 하지 않아서, 그냥 주구창창 집에서 늘어져 있었던 건데, 그 와중에 찬란한 유산, 재방송을 보았다. 재밌더라.

이걸 보게 된 건, 그 전에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찬란한 유산의 미덕에 대해 읽었기 때문이었다. 그 내용은 이런 거였다. 사람들이 찬란한 유산을 좋아하는 건, 과정을 들여다보기 때문이라고, 부자들의 부를 구성하는 노동에 대하여 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안하무인 재벌가의 아들이 그 노동을 알아가는 것에, 그 부를 형성했던 할머니는 자신의 핏줄에게가 아니라, 자신의 철학을 가장 잘 실천할 사람에게-착한- 유산을 남기기로 했다는 것에 열광한다는.

아, 나는 성장에 대해 생각한다. 자신이 한 잘못을 기억하는 사람의 존재를 보고 있자니 좋더라. 할머니에게도 믿음을 얻지 못하고, 이제 더이상 돈을 쉽게 쓰지 못하는 환이란 남자가, 자기가 옛날에 얼마나 나빴던지 기억하고 있다는 게 기특했다. 어제는 자기의 옛모습 그대로인 남자가 자신을 발 걸어 넘어뜨렸을 때 간신히 사과하고 옥상에 올라갔는데, 자기보다 더 펄펄뛰는 고은성에게 '그 말은 지금 과거의 나에게 하는 말이냐'라고 말한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안다. 말하고 있지만, 자신을 보지 않는 사람. 나라고, 말한 그대로 살고 있다고 자신하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나는 내가 어떻게 살고 있을 때, 아 나는 이렇게 살면 안 되는 거야. 이런 말을 했었지, 하고 생각한다. 언제나 언제나 조심한다. 그런데, 자기가 자기 입으로 그 말을 하면서, 그 기준을 언제나 남에게만 들이대는 사람들이 있다.
어제의 나는, 아니, 내일의 나는, 아니, 지금의 나는 그렇게 살지는 않았는지, 살려고는 않는지,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들은 성장하지 못한다. 지금 찬란한 유산에서 이승기가 연기하는 그 남자, 선우 환처럼 그렇게 성장하지 못한다. 새로운 기준을 내 안에 세울 때, 그 기준은 자신의 전 생에서 유효한 것이어야 한다. 그런 사람은 성장하게 된다. 미움을 사랑으로 바꾸고, 없던 믿음도 생겨나게, 그렇게 자라는 거다.(090608)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진영이 2009-07-31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히히 주구창창 이라고 쓸줄 몰랐어.
표준어를 구사한다고 생각했는데...

별족 2009-08-03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주야장천,이라고 써야 하는 거지?

overjinny 2009-08-03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주야장천이더라고...사전에는..